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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켓인]요즘 귀한 유니콘, 스위스서 탄생…유럽 벤처업계 환호
- [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유럽발(發)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기업)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가운데 스위스의 한 디지털 자산 관련 기업이 최근 유니콘에 등극했다. 올해 첫 유럽발 유니콘 사례다. 지난 2023년부터 대부분의 유니콘 기업은 기술기업을 전폭 지원하고 나선 영국이 배출해왔으나, 올해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지는 모양새다. 벤처 업계 관계자들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조정 등의 이유로 쪼그라들었던 유럽의 벤처 산업에 활기가 돌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사진=구글이미지 갈무리)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위스 기반의 디지털 자산 은행 ‘시그넘’은 10억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최근 5800만달러(약 847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약 8억 6000만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서 4000만달러를 유치한지 불과 1년여 만이다.시그넘은 지난 2017년 설립된 디지털 자산 전문 은행으로,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청으로부터 디지털 자산 은행으로는 세계 최초로 은행 라이선스를 받았다. 현재 디지털 자산 관리 서비스와 투자 솔루션, 디지털 자산 대출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이번 투자는 가상자산에 호의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과 함께 이뤄졌다. 외신들은 “시그넘의 유니콘 등극은 디지털 자산의 주류화를 의미한다”며 “단기적인 투자 트렌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금융 생태계의 일부로 자리한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사례는 특히나 유럽에서 유니콘 수가 현저히 줄어든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럽 스타트업 생태계 정보분석 서비스 EU스타트업에 따르면 지난해와 직전년도(2023년) 유럽에서 탄생한 유니콘은 각각 13곳과 7곳이다. 이는 69곳과 47곳을 기록한 지난 2021년과 2022년 대비 크게 차이지는 규모다.유럽에서는 최근 몇 년간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유니콘을 좀처럼 배출하지 못했다. 금리 인상과 높은 인플레이션, 대내외적 불확실성으로 글로벌 벤처캐피털(VC)들이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가져갔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속도가 줄어들자 유니콘 배출에도 브레이크 페달이 밟힌 것.다만 올해부터는 유럽발 유니콘이 서서히 늘어나면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럽의 투자 환경과 정책적 지원 환경이 전년대비 개선된데다, 글로벌 투자사들이 기술력과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투자해온 덕에 유럽 스타트업 기반이 탄탄하게 다져진 상태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이미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팅, 의료기술 산업에서 10억달러 이상의 기업가치가 예고된 스타트업도 즐비한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세계 최초의 완전 생성형 AI 기반 음성 비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폴리AI’는 지난해 글로벌 투자사들로부터 6600억원대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대감을 모았고, 영국 기반의 헬스케어 기술기업 ‘휴마’는 9억 2830만유로(약 1조 3960억원)를 유치하면서 유니콘을 목전에 두는 모습을 연출했다.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은 “글로벌 VC들은 올해 유니콘 관련 거래가 늘어나고,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역시 전년대비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올해는 AI를 필두로 하는 비상장사들이 유니콘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한국은 수소경제 선두주자, 초기 스타트업 발굴해 키우겠다"
- [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2020년 어느 날.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박사 학위를 받은 한인 학생 네 명은 수백 곳의 글로벌 투자사에 이메일을 보낸다. 유학 시절 ‘네 명 중 누구 하나라도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창업에 도전하자’는 약속을 실천하기 위한 일종의 첫 발을 내디뎠던 것. 이들은 수소와 질소의 화합물인 암모니아를 활용해 탄소 배출 없는 ‘청정 에너지 시스템’을 개발하고 2050년까지 운송산업의 완전한 탈탄소화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수백 곳의 투자사 중 답장을 보낸 곳은 단 다섯 곳뿐이었다. 실질적으로 돕겠다는 뉘앙스보다는 피드백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그 중 이들의 아이디어를 흥미롭게 본 한 벤처캐피탈(VC)은 이들을 직접 만난 후 아이디어를 상업화할 수 있도록 매주 심야 회의를 거친다. 수개월 후 사업모델이 어느 정도 구체화되자 이 VC는 첫 투자를 집행한다. 그로부터 1년 후 암모니아 연료전지 시스템을 다양한 운송 수단에 적용하는 데 성공한 이들은 아마존 기후공약기금으로부터 2000만 달러(약 292억원)를, 2022년과 2023년에는 SK이노베이션 주도의 시리즈B 라운드를 통해 각각 4600만 달러(약 673억원)와 1억 5000만달러(약 2194억원)를 유치했다. 약 7300억원의 운용자산(AUM)을 굴리는 AP벤처스가 발굴한 한인 스타트업 ‘아모지’의 이야기다. AP벤처스는 영국의 다국적 광산기업 ‘앵글로 아메리칸’에서 지난 2018년 분사한 VC로, 탈탄소화 관련 초기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주요 LP로는 앵글로 아메리칸 외에도 일본 5대 종합상사인 미쓰비시와 스미토모,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등을 두고 있다. (왼쪽부터) 영국 AP벤처스의 찰리 클라크(Charlie Clark) 투자 매니저와 페니 프리어(Penny Freer) 회장.(사진=AP벤처스 제공)◇ 소규모 혁신기업이 떠받치는 수소경제이데일리는 AP벤처스를 이끌고 있는 페니 프리어 회장과 찰리 클라크 투자 매니저를 영국 런던에서 만났다. 프리어 회장은 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에 25년 이상을 몸담았던 영국 금융 전문가다. 과거 글로벌 자산관리운용사 베어드에서 영국 주식 투자 운용 부문을 책임졌고, 프랑스 기반의 증권사 크레딧리오네스에선 중소형 주식 운용 부문을 이끌었다. 현재 그는 AP벤처스 외에도 영국 채용·인재관리 회사 엠프레사이라그룹과 스코틀랜드 기반의 광업 회사 와이어그룹의 비상임 이사로 활동 중이다. 프리어 회장과 클라크 투자 매니저에게 ‘수소경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를 묻자 이들은 “탈탄소화 가속화로 지속 가능한 경제를 구축할 수 있고, 다양한 산업에서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창출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기후 변화 대응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철강과 항공, 화학 등 다양한 산업에서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창출함은 물론, 더 나아가 에너지 안보도 강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특히 프리어 회장은 “(수소경제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도 있었지만, 과거의 직무 경험을 살리기에 최적화된 분야였다”고 답했다. 프리어 회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소규모의 혁신 기업들과 함께 일을 해왔는데, 현재 수소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주체가 바로 이들”이라며 “이러한 기업에 투자하면서 함께 성장하고 생태계를 꾸려나갈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라크 투자 매니저도 “순수과학과 광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직무 경험이 풍부한 AP벤처스 식구들은 환경과 기술에 대한 관심이 크다”며 “탄소 배출량을 줄여 기후에 좋은 영향을 미칠 기회를 얻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AP벤처스의 포트폴리오사는 수소 경제와 탈탄소화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 포트폴리오로는 △미국 탄소중립연료(e-fuel) 전문 기술 기업 ‘인피니움’ △물 전기분해를 통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고효율 전해조를 개발하는 노르웨이 기반의 ‘하이스타’ △독일 기반의 산업용 액체 유기 수소 운반체 기술 개발 기업 ‘하이드로제너스 LOHC’ △수소 압축 기술을 개발하는 ‘하이ET 하이드로젠’ 등이 있다. 이들 중 하이ET 하이드로젠은 지난 2021년 호주의 다국적 광업 및 에너지 기업 ‘포르테스크 메탈 그룹’에 인수됐다.◇ “수소경제 선두주자 韓, 끈끈한 파트너로”유럽과 미국 투자에 힘을 싣고 있는 AP벤처스는 한국에도 큰 관심을 두고 있다. 프리어 회장은 “한국은 정부와 기업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전환 및 탈탄소화에 힘을 싣는 대기업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발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수소 인프라에도 대규모로 투자하고, 기술 발전과 정책 지원, 공공-민간 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수소 경제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국가”라며 “수소 생산과 비용 효율적인 저장 및 유통 솔루션은 전 세계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인데, 이 부분과 관련해 AP벤처스와 한국 간 협력 기회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기술력이 있는 초기 스타트업을 AP벤처스가 발굴하고 성장시키면, 추후 민간 협력으로 글로벌화를 꿈꿔볼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프리어 회장은 특히 “AP벤처스의 LP 다수는 공동 투자를 선호한다”며 “AP벤처스가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를 집행한 후 시리즈B와 C 등 후속 단계에 함께 참여해 포트폴리오사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자주 포착된다. LP와 함께 포트폴리오사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구조를 갖춘 셈”이라고 설명했다.프리어 회장과 클라크 파트너에게 비전을 물었다. 그들은 “지난 2020년만 해도 수소경제를 논할 때 대부분이 낙관론을 펼쳤다”며 “이제는 어느 정도 현실적인 시각으로 수소경제를 바라보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수소와 관련된 공급망이나 가치 사슬에 일정 수준의 성숙도를 가져가는 것이 목표”라면서도 “이를 꾸려나가는 것은 AP벤처스가 단독으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앞으로 생태계를 보다 발전시키고, 수소경제에 대한 관심을 독려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 [마켓인]“비만약, 제약사만의 리그 아냐”…역대급 투자받는 스타트업들
- [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주도해온 비만 치료제 시장에 스타트업이 진입하기 시작했다. 비만 치료제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는 글로벌 투자사들이 관련 투자에 박차를 가하면서 스타트업도 해당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일부 스타트업은 최신 기술과 유연한 의사결정 구조를 바탕으로 대형 제약사들이 놓쳤던 틈새시장을 노리는가 하면, 또 다른 일부는 기존 비만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는 혁신 치료법 개발에 한창이다.(사진=구글이미지 갈무리)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영국 기반의 제약·바이오 스타트업 베르디바 바이오는 글로벌 벤처캐피털(VC)로부터 최근 4억 1100만 달러(약 6061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유럽 제약·바이오 벤처가 시리즈 A 라운드를 통해 유치한 금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베르디바 바이오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제약·바이오 스타트업으로, 비만 및 심혈관 대사 질환 치료를 위한 차세대 경구·주사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주요 제약사 임원을 역임했던 인물들로 구성된 이 회사는 경구 투약 가능한 비만 약물을 개발하고 현재 임상시험 중이다. 임상 1상을 통해 주 1회 복용으로도 효과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고, 더 나은 효과와 내약성을 타깃팅한 경구 및 피하용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VC들은 항비만 약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베르디바 바이오가 임상시험 중인 비만약 후보물질이 경쟁사를 제치고 차세대 비만 신약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실제 의료분석그룹 IQVIA에 따르면 항비만 약물에 대한 글로벌 지출은 지난해 처음으로 300억 달러(약 44조 2440억원)를 넘어섰다. 또 글로벌 투자 리서치 기관 모닝스타는 항비만 약물에 종종 쓰이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비만과 제2형 당뇨병 치료제 개발의 핵심 타겟) 관련 시장이 2031년까지 연간 매출 2000억 달러(약 295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베르디바 바이오의 후보물질은 경쟁사 대비 가격 경쟁력이 있는데다, 매일 복용해야 하는 일부 비만 신약과 달리 일주일에 한 번만 복용하면 되는 편리성 또한 갖췄다는 이유에서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비만 치료제 시장은 암젠과 노보 노르디스크를 비롯한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주도하던 시장이다. 하지만 비만 치료제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VC들이 관련 스타트업 발굴에 나서면서 막대한 투자를 집행하기 시작했고, 이에 최근 몇 년 사이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후보물질을 도출, 임상에서의 효능을 입증했다. 실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해당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글로벌 VC들의 투자 총액은 지난 2023년 대비 2024년 90% 이상 증가한 13억 달러(약 2조원)를 기록했다.지난해 VC들의 러브콜을 받은 유럽 비만 치료 관련 스타트업으로는 미국 기반의 메트세라와 유럽 야젠헬스, 라이콘 등이 꼽힌다. 우선 비만 및 대사 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인 미국 메트세라는 지난해 11월 5억 달러 이상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이 회사는 현재 월 1회 주사 가능한 차세대 GLP-1 수용체 작용제를 개발 중이며, 현재 임상 2상에 진입한 상태다. 이 밖에 스웨덴에 기반한 야젠헬스 역시 지난해 11월 1950만유로(약 294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야젠헬스는 의사와 영양사, 심리학자, 개인 트레이너 등으로 구성된 전문 팀이 개개인에게 개인 맞춤형 치료 프로그램을 짜고 이를 함께 추적하는 형태의 비만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야젠헬스는 현재 스웨덴 내 2만 명 이상의 환자를 지원하고 있다.
- “상장사가 최고 먹잇감”…공개매수 행진 나선 글로벌 PE들
- [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우리나라에서 사모펀드(PEF)운용사가 주도하는 상장사 공개매수 거래가 늘어난 가운데 유럽에서는 그 증가세가 유독 두드러졌다. 금리 인하 움직임과 함께 주식시장 유동성 감소로 탄탄한 상장사들의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투자 기회가 확대됐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운용사들은 저평가된 유럽 상장사 사냥에 나서는 한편, 애드온(add on·기존 투자 포트폴리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유사 분야의 기업을 인수하는 전략)을 노리는 동종 기업들 역시 관련 딜 검토에 한창인 모습이다.26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이온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9월 말까지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지역에서 이뤄진 상장사 공개매수는 총 76건으로, 관련 규모는 총 670억달러(약 97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건수나 규모 측면에서 이미 지난해 연간 기록(58건에 400억달러)을 뛰어넘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현 추세대로라면 지난 2021년 일었던 인수·합병(M&A) 붐 당시의 기록(82건)과 2022년 이뤄진 역대급 거래 규모(800억달러)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들은 그간 상장사 포트폴리오 인수 시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에 속속 나서왔다. 이를 통해 주가 관리 부담에서 벗어나고, 경영 의사결정을 빠르게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식시장 유동성 감소를 겪는 일부 국가에선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알짜배기 상장사가 수두룩한 만큼, 투자 기회가 풍부하다.특히 유럽에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유럽은 전체 거래의 90%를 차지할 만큼 관련 활동이 활발했는데, 그 이유로는 △저평가된 유럽 기업들의 밸류에이션 △금리 인하 움직임 △주식시장 유동성 감소 등으로 인한 투자 기회 확대가 꼽힌다.올해 유럽에서 이뤄진 대표적인 상장사 공개매수로는 국영 석유기업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의 독일계 화학기업 코베스트로 인수가 꼽힌다. 앞서 지난 10월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는 공개매수 방식으로 코베스트로를 147억유로(주당 60유로)에 인수했다. 코베스트로는 독일 최대 규모의 특수화학 기업으로, 지난 2015년 바이엘 화학소재사업부에서 분사했다. 대표 제품으로는 플라스틱 중합체이자 자동차, 건축자재, 안경, 의료기기, 전자제품 본체, 스포츠 레저용품 소재로 쓰이는 폴리카보네이트가 있다. 해당 딜은 규제기관 심사를 거쳐 내년 안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이 밖에 브룩필드자산운용의 프랑스 재생에너지 기업 네오엔 인수도 올해 유럽에서 이뤄진 대표적인 공개매수 딜 중 하나다. 앞서 브룩필드자산운용은 공개매수 방식으로 프랑스 네오엔을 92억유로(주당 25.5유로)에 인수했다. 현재 네오엔은 상장폐지된 상태로, 브룩필드자산운용은 네오엔의 경영 관리에 적극 참여해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진다는 계획이다.잠재적인 딜도 수두룩하다. 이온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유럽에선 자동차 부품 제조사부터 생명공학 기업, 애완동물 장례 서비스사 등이 사모펀드운용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보고서는 “유럽의 금융시장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큰 이변이 없는 한 올 한해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비상장화 거래(공개매수 후 상장폐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 "앞으로 이만한 것 없다"…15조 뭉칫돈 몰린 '이 펀드' [마켓인]
- [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고금리 시대 속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투자 자산을 찾자’는 글로벌 출자자(LP)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된 가운데 유럽에서 초대형 인프라 펀드가 탄생했다. 인프라 펀드는 도로와 철도, 항만, 공항, 에너지, 통신망, 데이터센터, 신재생에너지 설비 등 사회 기반 시설에 투자하기 위해 설계된 펀드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다는 점에서 수많은 출자자(LP)들이 러브콜을 보내는 분야다. 특히 탈탄소 기조 아래 인프라 투자 자산군의 범위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에너지 전환에 방점을 찍은 펀드가 탄생해 현지 업계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앤틴인프라파트너스는 최근 102억유로(약 15조원) 규모의 인프라펀드(5호)를 결성했다. 이는 앤틴인프라파트너스가 지난 2020년 결성한 65억유로 규모의 4호 인프라 펀드 대비 50% 이상 증가한 수준이자, 당초 목표치인 100억유로를 초과 달성한 규모다. 또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들이 결성한 인프라 펀드 중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인프라펀드는 단순히 투자 수익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경제적·환경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도로와 철도, 공항 등의 인프라 개발이 이뤄지면 물류 이동이 원활해지고, 공공 자본으로는 부족했던 인프라 프로젝트에 민간 자본이 투입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 △사회적 편익 증대 △에너지 효율성 향상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장기적 투자 관점에서 수익률도 안정적인 편이다.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경기 상황이 이어지면서 경제적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고자 했던 LP들이 대체투자 분야에서도 인프라 투자를 특히 선호해온 배경이다.앤틴인프라파트너스의 이번 펀드는 유럽과 북미 지역의 에너지 전환, 디지털, 운송, 교통, 사회 인프라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에너지 전환 인프라 투자에 방점을 찍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 세계가 넷제로를 목표로 하는 만큼, 에너지 전환 인프라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데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춤으로써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물씬 일면서다. 앤틴인프라파트너스는 이미 해당 펀드 자금 40%를 활용해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 5곳에 투자를 집행했다. 해당 펀드의 출자자(LP) 대부분은 앤틴인프라파트너스의 기존 LP들로, 앤틴인프라파트너스의 인프라 투자 전문성과 차별화된 투자 전략에 따른 성과 등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밖의 신규 LP들은 대부분 북미 기반이고 아시아태평양과 중동, 라틴 아메리카가 그 뒤를 이었다. 안정적인 수익과 포트폴리오 다각화, 장기 투자, 인플레이션 헤지 등을 보고 신규 출자한 것으로 분석된다.앤틴인프라파트너스 측은 성명을 통해 “이번 펀드로 회복력 있는 사회를 육성하는 필수 프로젝트들에 자금을 투입,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 '최초의 나무껍질 포장재'…글로벌 투자사 매료시킨 英 스타트업
- [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나무껍질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포장재’를 개발·생산하는 영국의 한 스타트업이 14억원 규모의 프리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글로벌 스타트업들이 프리 시드로 유치하는 평균 투자액을 훌쩍 넘긴 규모다. 나무껍질과 같이 산업 부산물을 활용해 포장재를 만드는 것이 세계 최초라는 점에서 높은 밸류를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비팩스가 나무껍질을 활용해 만드는 포장재의 모습.(사진=구글 이미지 갈무리)20일 현지 업계에 따르면 영국의 친환경 포장 기술 개발업체 ‘비팩스’는 최근 100만유로(약 14억원) 규모의 프리시드 투자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이는 글로벌 스타트업들이 프리시드 라운드에서 유치하는 평균 투자액인 50만달러(약 6억원)보다 높은 규모다.비팩스는 플라스틱을 대체해 순환 경제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지난 2022년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나무껍질을 비롯해 잘 활용되지 못하는 산업 부산물을 활용해 100% 퇴비화 가능한 포장재를 만들고 있다. 회사의 포장재는 산업 부산물을 최대 80%까지 활용한 복합 재료로 제작되며, 식품부터 일반 소비재까지 다양한 포장재를 생산하고 있다.투자사들은 비팩스의 기술력과 비전을 높이 평가했다. 비팩스가 지속 가능한 혁신으로 글로벌 포장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져가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실제 비팩스가 개발한 포장 재료는 기존 플라스틱과 펄프 성형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기존 생산 라인에 통합할 수 있다. 쉽게 말해 100% 퇴비화 가능한 포장재를 생산하기 위해 새로운 생산라인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그렇다고 포장재의 퀄리티가 낮은 것도 아니다. 높은 향균 지수와 밀폐력을 갖춘 비팩스 포장재는 식음료와 화장품, 가정용품을 골고루 다룬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고기와 채소, 과일과 같이 부패하기 쉬운 식품 유통기한의 경우 최대 7일까지 연장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팩스는 이러한 기술력에 기반해 유럽 일부 소매업체와 협력, 300개 이상의 매장에서 자사 포장 기술을 빠르게 상용화하고 있다.투자사들은 ESG를 향한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비팩스 또한 더욱 성장할 여력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지 업계 한 관계자는 “비팩스는 제품 폐기를 줄이고 유통기한은 늘리면서 ESG 가치를 완벽히 실현해내는 곳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며 “기업 채택이 얼마나 이뤄지느냐가 관건인데, ESG를 향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기 때문에 추가 성장 여력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한편 이번 투자 라운드는 유럽의 친환경 포장재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벤처캐피털(VC)들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앞서 영국 기반의 해조류 기반 포장재 생산기업 노트플라는 180억원을, 친환경 코팅기술로 종이 포장재 대안을 제시한 프랑스 팹콧은 60억원을, 식품 유통기한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스마트 라벨 기술 개발사 미미카는 100억원을 투자받았다.친환경 포장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여기에 대한 글로벌 투자사들의 러브콜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경질 포장 시장은 2180억 달러 규모로, 2034년까지 연평균 5% 성장해 366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유럽에서 탄소 배출과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만큼, 관련 시장도 덩달아 커질 것으로 보인다.
- [마켓인]매물로 나온 닐슨 경쟁사 ‘칸타르’에 PE들 우르르
- [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미국 ‘닐슨’, 프랑스 ‘입소스’와 어깨를 견주는 글로벌 미디어 데이터 분석 기업 칸타르미디어가 유럽 인수·합병(M&A) 시장에 등장한지 한 달여 만에 새주인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의 미디어 소비 패턴을 분석해 더 나은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자 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수요가 높아지자 사모펀드(PEF)운용사부터 동종 기업까지 러브콜을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사진=구글 이미지 갈무리)18일 현지 업계에 따르면 칸타르미디어 인수전에 가장 앞서 있는 곳은 미국 기반의 사모펀드운용사 HIG캐피털이다. 회사는 최근 칸타르미디어에 인수 조건을 제안, 관련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인수가를 비롯한 세부정보는 비공개이나, 칸타르미디어의 주요 지분을 보유 중인 베인캐피털과 칸타르 모회사인 WPP가 회사를 10억파운드(약 1조 6000억원) 규모에 매각하려 한다는 점에서 인수가 또한 이 수준을 맴돌 것으로 보인다.칸타르미디어는 글로벌 미디어 리서치 기업으로, 현재 TV와 라디오, 신문사, 광고주(기업) 등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현재 칸타르미디어는 고객사의 콘텐츠 및 광고 성과를 측정하고 시청률과 시청 패턴, 소비자 인사이트, 광고 인텔리전스, 소셜 미디어 모니터링 등의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요 서비스로는 △소비자 행동을 분석하는 심층 데이터베이스 서비스 ‘칸타르TGI’ △콘텐츠 및 광고 효과를 통합적으로 측정하는 ‘칸타르 CPM’ △광고 노출에 따른 반응 등을 모니터링하는 ‘애드스콥’ 등이 있다. WPP는 앞서 지난 2019년 칸타르미디어 지분 60% 가량을 베인캐피털에 넘겼다.칸타르미디어는 지난 2019년 베인캐피털에 주요 지분이 넘어간 뒤로 유럽과 북미, 아시아태평양 내 60여개국으로 서비스를 확장했고, 관련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미디어 및 광고 시장에서 신뢰받는 브랜드로 거듭난 칸타르미디어가 유럽 M&A 시장에 등장한 직후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와 기업들은 너도 나도 러브콜을 보내왔다. 예컨대 프랑스 시장조사업체 입소스는 이달 초 칸타르미디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선언했고, HIG캐피털 외에도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들이 딜을 검토 중이다.이들이 칸타르미디어를 인수하려는 이유는 크게 △디지털 미디어 시장 성장성 △안정적인 수익모델 △데이터 분석 서비스 수요 증가 등 세가지로 압축된다. 디지털 광고 및 스트리밍 서비스의 급성장으로 시청자와 소비자 데이터를 파악하려는 기업들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칸타르미디어가 안정적이면서도 예측 가능한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특정 기업을 인수한 후 되팔아야하는 사모펀드운용사 입장에서는 특히나 매각 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인 셈이다.해당 인수전은 내년 상반기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업계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운용사 외에 동종 산업 경쟁사들이 인수를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며 “아직 누가 품을지는 미지수이나, 협상에 가장 앞서있는 곳은 매력적인 인수가를 제안한 HIG캐피털일 것”이라고 말했다.
- 프랑스 하드테크 투자 강자 HCVC가 韓 진출 선언한 이유는
- [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하드테크만큼 정직한 것이 또 있을까요?”프랑스의 하드테크 투자 강자로 통하는 벤처캐피털(VC) HCVC의 제리 양 투자 파트너에게 왜 하드테크냐고 묻자 돌아온 답이다. 하드테크란 하드웨어와 관련된 기술로, 고급 엔지니어링과 과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한다. 기존 제품을 혁신적으로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추며 우주항공과 자동차, 헬스케어, 에너지, 반도체 등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기술적 난이도가 높고, 개발에 오랜 시간과 높은 비용이 들어 소프트웨어 투자보다는 단기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이러한 산업적 특성에도 초기 단계의 하드테크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곳, 바로 HCVC다. 이데일리는 유럽을 넘어 아시아 진출을 추진 중인 HCVC의 제리 양 투자 파트너를 만나 투자철학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프랑스 HCVC의 제리 양 투자 파트너.(사진=HCVC 제공)◇ “거품 없는 하드테크…언제나 정직하다”지난 2015년 설립된 HCVC는 현재 프랑스 파리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두고 유럽과 미국, 아시아에 걸쳐 광범위한 투자 활동을 하고 있다. HCVC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기술에 집중하다보니 포트폴리오 내에 항공우주와 로봇공학, 기후기술, 반도체 기술, 에너지 기술, 바이오테크 기업들이 주로 들어 있다. HCVC가 운용하는 펀드는 총 두 개로, 규모는 각각 1억 달러(약 1500억원) 안팎이다. 조 단위 펀드를 결성하는 일부 투자사들과 규모는 비교되지만, 투자 성과만큼은 이들 못지 않다. 지난 2018년부터 투자를 집행해온 HCVC는 현재까지 7개의 유니콘 스타트업을 탄생시켰다. 특히 첫 번째 펀드로 4.5배의 수익률을 내면서 글로벌 출자자(LP)들로부터 크게 주목받았다. 하드테크 초기투자는 통상 연구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에 자금을 투입하기 때문에, 엑시트(자금 회수)까지 시간이 비교적 오래 걸리는데다 들어가는 투자금도 어마어마하기 마련하다. 그런 상황에서 HCVC는 될성부른 스타트업을 확실히 가려내 실질적 기업가치를 효율적으로 끌어올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럽투자기금(EIF)과 대만 폭스콘, 소프트뱅크 아시아 등 탄탄한 글로벌 기관투자자(LP)들을 출자자로 둔 배경이다. 반도체 업계에 오랜 기간 몸을 담았던 엔지니어 출신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제리 양 파트너는 하드테크 투자에 집중하는 이유에 대해 “하드테크는 정직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하드테크 분야는 연구 단계에서 자금을 투입할 경우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기술과 제품으로 승부를 보는 분야이기 때문에 거품이 끼기 어렵다는 점은 투자사 입장에서 큰 매력 포인트”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딥테크와 하드테크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며 “똘똘한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하기만 하면 투자 성과도 정직하게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하지만 가설만 존재하고, 제품은 아직인 초기 스타트업에 큰돈을 투자하기는 어려운 법. 투자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양 파트너는 ‘창업자’를 꼽았다. 그는 “기술이 훌륭하더라도 창업자가 뛰어나지 않으면 절대로 투자하지 않는다”며 “창업자가 팀을 이끌 수 있는지, 고객을 설득할 수 있는지, 투자금을 확보할 능력이 있는지를 특히 중요하게 본다. 투자를 받더라도 ‘몇 년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보다는 닥칠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묵묵히 제품 개발에 힘쓰는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재·기술력 다 갖춘 韓…투자·파트너십 확대할 것”HCVC가 투자한 기업 대부분은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에 기반을 둔 회사들로, 모두가 글로벌 공략을 목표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대표 포트폴리오로는 AI 기반의 무인 결제 솔루션 기업인 캐스퍼AI와 컴퓨터비전 기반의 농업 자동화 시스템 개발사 어그멘타, 스마트 홈 에너지 패널 개발사 스팬 등이 있다. 이들 중 캐스퍼AI는 미국 온라인 식료품 배달 서비스사인 인스타카트에 인수됐고, 어그멘타는 농업·건설·기계 분야의 글로벌 기업인 CNH인더스트리얼에 인수됐다. HCVC는 투자 측면에서 한국과도 인연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지난해 스위스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한국인이 창업한 스타트업 카이랄 나노에 투자를 집행했다. 이 기업은 퀀텀 컴퓨팅과 반도체, 첨단 전자공학 분야에 활용되는 첨단 나노소재 조립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제리 양 파트너는 “한국을 뿌리로 둔 스타트업들 중 기술력과 창업자가 모두 뛰어난 곳이 많다”며 “아직 투자결정을 하지는 않았지만 카이스트를 비롯한 한국 대학교 연구실에서 탄생한 스타트업과 투자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하드테크는 글로벌 시장 공략이 필수적인데 대부분이 국내 시장만을 목표하고 있다는 점은 많이 아쉽다”며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국내만을 목표로 한다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기에 어려울 것이고, 글로벌 확장을 지원하는 HCVC도 충분한 가치를 제공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현재 세번째 펀드를 조성 중인 HCVC는 앞으로 한국 기업을 비롯한 잠재적 LP와의 파트너십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제리 양 파트너는 “한국 기업들은 산하에 CVC를 설립해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기술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으로 안다”며 “HCVC와 결이 맞는 한국의 LP와 함께 협업해 보다 많은 한국 스타트업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 '카카오 빼면 돈줄게'…대체 초콜릿에 베팅하는 유럽 투자사들
- [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내 돈 받아가라’대체식품 중에서도 특히 대체 초콜릿에 베팅하고 있는 유럽 벤처캐피털(VC)들의 상황은 위와 같이 설명된다. 카카오 없는 초콜릿을 개발 중인 스타트업이라면 너도 나도 ‘내 돈 받으라’며 줄을 지어 투자하는 모습이다. 카카오가 없는 게 뭔 초콜릿인가 싶지만, 이러한 대체 초콜릿은 글로벌 푸드테크 산업에서 현재 꽤 주목받고 있는 영역이다. 초콜릿 소비량이 전 세계의 절반에 달하는 동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진심인 유럽에서는 더욱이 그렇다. 초콜릿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을 줄여 지속 가능하면서도 건강한 초콜릿을 소비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투자사들도 관련 회사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픽사베이 갈무리)유럽 투자사들이 초콜릿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세계적으로 높은 초콜릿 소비량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유럽에서의 소비량이 만만치 않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모도르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초콜릿 소비 규모는 183조원 수준으로, 유럽이 47%로 가장 많고 미국과 아시아태평양이 그 뒤를 잇는다. 특히 유럽에서도 스위스는 초콜릿 소비 1위로, 인당 연평균 초콜릿 소비량이 약 10kg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앞으로도 초콜릿 소비량이 늘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투자사들은 ESG 트렌드에 부합하는, 즉 지속 가능하면서도 환경 친화적인 초콜릿 생산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 공급 부족으로 일부 초콜릿 기업은 가격을 인상하고 있는 만큼, 카카오에 의존하지 않는 대체 초콜릿 기업에 러브콜을 보내는 모습이 두드러진다.유럽에서 가장 최근 글로벌 투자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곳은 독일 푸드테크 스타트업 ‘플래넷A’로, 최근 3000만달러(약 431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2021년 설립된 플래넷A는 대체 초콜릿을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초콜릿 생산 시 발생하는 환경적 문제와 카카오 공급망 불안정성을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됐으며, 현재 귀리와 해바라기씨와 같은 식물성 원료를 발효시켜 초콜릿 맛을 구현하고 있다. 이로써 초콜릿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여 지속 가능한 초콜릿과 관련 식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입장이다.대체 초콜릿으로 투자를 유치한 곳은 플래넷A 뿐이 아니다. ‘페레로 로쉐’가 탄생한 이탈리아에서는 캐롭 기반의 대체 초콜릿이 탄생했다. 캐롭은 허브의 한 종류로, 과육을 캔디로 먹거나 초콜릿 대신 관련 풍미를 내는 데 쓰인다. 이탈리아 기반의 푸드테크 스타트업 포에버랜드는 지난 10월 340만유로(약 51억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포에버랜드는 플래넷A와 마찬가지로 카카오를 사용하지 않는 대체 초콜릿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주요 원료로 캐롭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캐롭으로 기존 초콜릿의 맛과 질감은 살리되,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80% 감소시켜 카카오 기반 초콜릿보다 친환경적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포에버랜드는 이번 투자금으로 유럽 내 생산시설을 설립하고 사업 확장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이 밖에 최근 몇 년간 공격적으로 투자를 유치해온 독일 누카오는 환경 친화적인 비건 초콜릿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포장지에까지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완벽한 탄소 배출 저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양지은 "父에 신장이식 후 생명 연장…더 오래사셨더라면"
-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KBS2 ‘불후의 명곡’의 양지은이 지난 8월 아버지를 하늘로 떠나보낸 심경을 밝힌다.14일 방송되는 KBS2 ‘불후의 명곡’(연출 박형근 김형석)에서는 ‘아티스트 노사연&최성수’ 편 2부가 펼쳐진다.양지은은 ‘아버지의 명복을 빈다’는 MC 이찬원의 말에, 조심스럽게 지난 8월 돌아가신 아버지의 이야기를 꺼낸다. 양지은은 “어릴 때 아버지께 신장이식을 해 드렸다. 이후에 생명을 연장해서 사셨던 건데 ‘조금 더 오래 사셨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라며 “아버지가 ‘아빠가 하늘나라 간다면 잔치처럼 기쁜 마음으로 보내줘라’라고 유언을 남기셨다. 너무 슬퍼하지 않으려고 한다”라고 말해 먹먹함을 전한다.양지은은 “저도 가족들도 많이 힘들었는데, 아버지가 이곳에서 삶으로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이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는 말이 저에게 진짜 위로가 되더라. ‘아빠가 어딘가 존재하고 다시 만날 수 있겠지’라는 희망이 생기면서 용기가 됐다”라고 밝힌다. 이어 노사연의 ‘돌고 돌아가는 길’을 선곡했다고 소개한 양지은은 “이 노래가 그런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저처럼 힘든 시간을 보내신 분들이 위로 받으신다면 좋겠다”라고 전해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아티스트 노사연&최성수’ 편 2부에서는 배기성, 김연지, 안성훈, 양지은, 크레즐 등 보컬리스트, 트로트, 크로스오버 그룹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장르의 무대가 펼쳐질 전망이다.치열했던 경쟁을 뚫고 ‘해후’를 차지한 배기성은 날 것의 목소리로 자신만의 무대를 꾸미겠다는 각오를 전한다. 김연지는 국민 애창곡 ‘만남’을 선곡해 자신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고, 안성훈은 생애 처음 망사 의상을 입고 ‘Whisky on the Rock’을 부른다. 양지은은 ‘돌고 돌아가는 길’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을 꺼내고, 크레즐은 ‘이 마음 다시 여기에’로 크로스오버의 진수를 선사한다.‘아티스트 노사연&최성수’ 편 2부는 지난 7일 토요일 방송된 1부에 이어 오는 14일 토요일 오후 6시 5분에 방송된다.
- [마켓인]“스타트업 있는 곳 어디든”…전 세계 유니콘 발굴한 500글로벌
-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김연지 기자] 전 세계 80개 국가에서 3000개 이상 스타트업에 투자를 집행한 투자사.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글로벌 벤처캐피털(VC) 500글로벌의 이야기다. 회사는 그동안 주로 미국 시장만 공략하던 미국 VC와 달리 전 세계에 지사 설립해 포트폴리오 담기에 주력했다. 이로써 비교적 소외당했던 신흥국 스타트업과 여성 창업 기업에 다수 투자할 수 있었다. 2010년 설립 이래로 올해 3월 말 기준 회사의 운용자산(AUM)은 23억달러(약 3조 2269억원)로 늘었고, 포트폴리오사 중 기업가치 1억달러(약 1400억원) 이상에 달하는 유니콘 기업 수는 160곳이 됐다.이데일리는 500글로벌 창업자이자 본사를 이끌고 있는 크리스틴 차이 대표(CEO)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구글과 같은 큰 회사들이 전 세계에 나올 거라는 강력한 확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그들이 속한 환경이나 생태계는 (내가 몸담은) 실리콘밸리와는 같지 않았는데, 투자를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 봤다”고 전했다.크리스틴 차이 500글로벌 창업자 겸 대표.(사진=500글로벌)◇ 신흥시장·여성 창업자 등 ‘성장 가능성’에 주목크리스틴 차이 500글로벌 대표는 2003년 구글에 합류해 제품 마케팅 매니저를 역임했다. 구글에서 스타트업과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기술을 접했고, 자연스레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을 궁금증을 키우게 됐다. 그러던 중 클라우드,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 플랫폼 격변의 시기를 경험하며 초기 단계 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게 됐고, 2010년 투자사 500글로벌을 직접 차렸다. 크리스틴 차이 대표는 당시 금융·투자업 경험이 없는 사람이 VC 업계에 뛰어든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었다고 회상했다.500글로벌은 설립 초기부터 미국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등 사실상 전 세계 스타트업을 타겟으로 삼아 투자했다. 심지어 회사는 남미를 시작으로 신흥시장 투자를 시작했고, 그 다음 동남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까지 진출했다. 차이 대표는 “신흥시장에 진출한 이유는 큰 인구, 젊은 평균 연령, 성장 중인 인프라 등 다양한 특성에 있다”며 장기적으로 매우 빠르게 성장할 시장이라는 점이라 생각해 눈여겨보게 됐다고 했다.500글로벌은 투자 지역뿐 아니라 대상도 다양하게 보고 있다. 예컨대 여성 창업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일정 비율 이상을 여성 창업가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은 없지만, 포트폴리오 전반에 여성 창업가나 대표가 있는 회사 비율이 다른 VC보다 높은 편이다. 그는 “절반에 가까운 투자 파트너들 역시 여성이며, 임원 구성도 마찬가지”라며 “창업자의 배경이나 외모가 어떻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 투자하는 게 중요한데, 이들이 주름잡는 시장을 무시하는 것은 마치 ‘돈을 테이블 위에 두고 그냥 떠나는 것’과 같다”고 전했다.투자 철학은 어떨까.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다 보니 팀의 역량을 최우선으로 보는 편이다. 창업자들의 △역량 △실행력 △목표(시장과 서비스·제품) 등 변하지 않는 가치를 본다는 말이다. 그는 여기에 무엇보다 ‘글로벌 진출’에 대한 열망을 지닌 창업가들 위주로 투자가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진출하려는 시장이 충분히 큰 곳인지,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BM)을 통해 만들고자 하는 서비스와 제품이 그 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본다는 이야기다.투자 포트폴리오 절반은 B2B 엔터프라이즈로 나머지 절반은 소비재와 기타로 구성돼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영역에 열을 올리고 있다. AI를 활용한 바이오 테크나 헬스케어, 최근에는 최첨단 기술에도 관심을 갖는다. 교육, 헬스케어, 소비재 등 기존 산업에 AI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있다. 이외에도 그는 신흥시장에서 기후테크와 지속가능성 분야에 투자 기회가 있다 생각한다고 했다.미국 실리콘밸리 500글로벌 본사(사진=박소영 기자)◇ 혁신 즐비한 한국…투자 힘줄 것한국에서의 첫 투자는 2011년으로 설립 초기 이뤄졌다. 이후 2015년 첫 한국 전용 펀드를 만들고 한국 법인을 세우는 등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섰다. 500글로벌은 지금까지 한국에서 펀드 3개를 결성했다. 이밖에 핀다, 피플펀드, 스푼라디오, 오피지지, H2O호스피탈리티 등 국내 70개 이상 스타트업에 투자했다.500글로벌이 한국에 주목한 이유는 명확하다. 그는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이 많이 변했는데, 이런 점들이 스타트업 혁신과도 연결돼 있다”며 “매우 뛰어난 기술을 지닌 인재들이 도전에 기꺼이 나서는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과 다른 나라 특히 중동, 동남아 사이에 많은 연결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들 지역에서도 한국 기업에 대한 존재감이 커지고 있어 우리의 글로벌 전략과도 맞물린다”고 덧붙였다.그에 따르면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보는 기준도 명확하다. 우선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를 본다. 우리 정부가 스타트업의 글로벌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시장을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는 점에 집중한 것이다. 이에 맞춰 500글로벌도 국내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다는 전략이다. 또한 국내 기업이 강력한 기술을 지닌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편이다. 예컨대 최근 500글로벌 한국 펀드는 바이오테크나 애그테크 같은 플랫폼이 아닌 기술 중심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내년 500글로벌의 주요 목표는 지금까지와 동일하다. 구체적으로 투자한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게 돕겠다는 것이다. 주요 투자 분야는 AI 인프라, 기후, 지속가능성, 애그테크, 바이오테크가 될 전망이다. 그는 “한국, 중동, 아프리카 등 어디에나 스타트업뿐 아니라 정부, 정책 입안자, 투자자 등 다양한 업계 이해관계자들과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며 “이런 네트워크를 통해 유망 스타트업이 글로벌로 확장할 수 있게 돕고, 전 세계 생태계에 이바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