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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이어 부동산까지…英 '로몬드'에 PE들 러브콜
  • [마켓인]금융 이어 부동산까지…英 '로몬드'에 PE들 러브콜
  • [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영국의 최대 부동산중개그룹 중 하나인 ‘로몬드’가 조만간 새 주인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M&A)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지 4개월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사모펀드(PEF)운용사들이 러브콜을 보내면서다. (사진=로몬드 홈페이지 갈무리)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PEF운용사들은 로몬드 인수를 두고 관련 협상에 나서고 있다. 협상 테이블에 앉은 주요 원매자는 미국 기반의 서치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와 ICG 등 네 개 회사로, 로몬드의 매각가는 1억파운드(약 1734억원)를 훌쩍 넘길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M&A 협상은 로몬드가 M&A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지 약 4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애초 로몬드는 올해 말쯤 매각 절차를 본격화하려고 했으나, 글로벌 원매자들의 러브콜로 일정이 앞당겨진 것으로 전해진다.로몬드는 영국 주요 은행 로이드뱅크의 사모펀드 부문인 LDC가 소유한 부동산중개그룹으로, 지난 2021년 동종업계의 로몬드캐피탈과 린리앤심슨이 합병하면서 탄생했다. 회사는 합병 직후 영국 전역에 걸쳐 53개의 부동산중개업체를 인수·합병하며 영국 내 입지뿐 아니라 브랜드 파워도 강화했다. 회사 산하의 주요 브랜드로는 마이클존스앤코와 존셰퍼드, 빌즈 등이 있다.로몬드 매각 움직임은 글로벌 PEF 운용사들이 브렉시트 이후 저평가된 영국의 금융 및 부동산 업체에 눈독을 들이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앞서 지난 2월 찰스뱅크캐피탈파트너스는 영국 자산운용사인 ‘퍼스펙티브 파이낸셜 그룹’의 주요 지분을 인수했고, 브릿지포인트캐피탈은 올해 6월 영국 기반의 금융 컨설팅 업체인 ‘알파 파이낸셜 마켓 컨설팅’을, 같은 기간 미국 블랙록은 영국 금융데이터 분석업체 ‘프레킨’을 품었다. 이들에게 영국의 부동산그룹도 예외 매물은 아니다. 영국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하락세를 보인데다 영국 내 주택 구매자들의 차입 비용이 완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이에 앞서 관련 매물을 품고 수익을 창출하려는 모양새다. 실제 영국 온라인 부동산 포털 업체 라이트무브에 따르면 이달 영국에서 부동산중개인을 통해 주택을 구매한 구매자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 늘었다. 이는 11%의 증가세를 보인 지난 7월 대비 대폭 늘어난 수치다. 영국의 대형 부동산중개그룹들은 M&A에 대비하기 위해 사모펀드 관계자들을 속속 영입하고 있기도 하다. 예컨대 영국의 또 다른 주요 부동산중개그룹인 폭스톤은 M&A에 대비하기 위해 최근 로스차일드 관계자들을 재무 고문으로 선임했다.
2024.08.20 I 김연지 기자
“아시아에 기회가”…EQT파트너스, 대규모 펀드 조성 시동
  • [마켓인]“아시아에 기회가”…EQT파트너스, 대규모 펀드 조성 시동
  • [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글로벌 사모펀드(PEF)운용사들이 아시아에서의 투자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관련 펀드를 속속 결성하는 가운데 유럽 최대 운용사인 EQT파트너스도 대규모의 아시아 펀드 조성에 나섰다. EQT파트너스가 목표하는 금액의 펀드가 결성되면 역대 최대 규모의 아시아 펀드가 탄생하게 된다.(사진=픽사베이 갈무리)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웨덴 기반의 EQT파트너스는 125억달러(약 16조 9312억원) 규모의 아시아 펀드를 조성 중이다. 회사 측은 최근 성명을 통해 “실질적인 펀드 규모는 조달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으며, 펀드 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해당 펀드는 EQT프라이빗캐피탈아시아가 운용하게 된다. EQT프라이빗아시아는 지난 2022년 EQT가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를 약 9조 2000억원에 품으면서 탄생한 팀으로,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다. 약 160여명 규모로 이뤄진 해당 부문은 주로 아시아 내 기술, 서비스, 헬스케어 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EQT는 지난 2022년 베어링 합병 당시 “아시아 사모투자 시장의 성장 속도는 2025년까지 글로벌 시장의 두 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와 합병으로 관련 시장 투자·운용 역량이 한층 강화됐다”고 밝혔다. 아시아 시장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에 앞서 역량을 미리 다져놓은 셈이다.EQT의 아시아펀드 조성 움직임은 특히나 글로벌 PEF운용사들이 지난해 11월부터 아시아펀드를 속속 결성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기도 하다. 동남아시아와 일본, 인도에서 매력적인 딜이 속속 포착되고 있는 만큼, 아시아 사모투자 시장이 꽃을 피우기 시작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실제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대외적 불확실성에도 올해 아태지역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률을 기존 4.8%에서 4.9%로 상향 조정했다.대표적으로 미국 베인캐피탈은 지난해 11월 71억달러(약 9조 6169억원) 규모의 아시아 펀드를, 유럽 CVC캐피탈파트너스는 올해 2월 68억달러(약 9조 2100억원) 규모의 아시아 펀드를 결성했다. 올해 5월에는 미국 TPG캐피탈이 53억달러(약 7조 1788억원) 규모의 아시아 플래그십 펀드를 성공적으로 결성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이들이 아시아 투자를 위해 조달한 글로벌 자금만 총 26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한 외신은 “최근들어 동남아시아와 남부아시아가 아태지역의 새로운 투자 중심지로 부상했다”며 “그간 아시아는 글로벌 PE들에게 있어 개척되지 않았던 지역이나, 앞으로 투자 기회를 포착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2024.08.19 I 김연지 기자
"끝난게 아니다"…부활 선언한 英 테드베이커
  • [EU있는 경제]"끝난게 아니다"…부활 선언한 英 테드베이커
  • [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버버리와 폴스미스에 이은 영국 3대 명품 브랜드 ‘테드베이커’의 현 상황은 위같이 표현이 가능하다. 브렉시트와 코로나19로 내리막길을 걷다가 지난 2022년 미국의 한 대기업에 인수된 테드베이커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테드베이커 대주주가 영국 내 오프라인 지점을 모두 닫고 북미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자본시장에선 테드베이커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관심을 두고 있다.영국 런던 리젠트 스트리트에 위치한 테드베이커 메인 스토어. 현재 재고떨이에 한창이다. [사진=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설립 36년차에 자취 감추는 英 브랜드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테드베이커는 영국 내 온·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정리 중이다. 현재 런던 내 일부 매장만이 재고떨이 차원에서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988년 설립된 테드베이커는 퀄리티와 디테일을 중시하는 영국 3대 명품 브랜드 중 하나로, 영국 왕세자비인 케이트 미들턴이 즐겨입는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남성 및 여성 의류, 액세서리, 향수, 신발 등 다양한 아이템을 판매하며 충성 고객을 확보했고, 지난 1997년에는 런던증권거래소에도 상장됐다.그러다가 브렉시트와 코로나19로 몸살을 겪은 테드베이커는 2022년 인수·합병(M&A) 시장에 주요 매물로 등장하며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의 이목을 끌었다. 실제 다양한 원매자가 피 튀기는 인수전을 치렀고, 결국 미국의 ‘어센틱브랜드그룹’이 테드베이커를 2억 2000만파운드(약 3841억원)에 인수하며 막을 내렸다. 어센틱은 포에버21과 리복, 쥬시꾸뛰르 등을 보유한 미국의 대표적인 패션 브랜드 매니지먼트 기업이다. 업계에선 ‘손만 댔다’하면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내는 어센틱이 브랜드를 인수한 만큼, 테드베이커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문제는 어센틱이 테드베이커의 영국 및 유럽 사업권을 아웃소싱(외부조달)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영국 내 온·오프라인 유통 파트너로 선정된 네덜란드 기반의 AARC이 재무적 어려움을 겪었고, 어센틱이 일부 자금을 지원했음에도 1년 만에 주저앉았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부활 조짐도예상치 못한 상황이 이어지자 어센틱은 올해 초 성명을 통해 “AARC가 어센틱에 대한 재무적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기에 파트너 계약을 파기한다”며 “어센틱은 테드베이커 운영을 위해 독립 이사회를 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테드베이커의 영국 내 온·오프라인 사업이 원활하게 운영되지 못해온데다 현지 협력 파트너 또한 잃은 만큼, 어센틱이 매각을 비롯한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염두에 둔 어센틱은 실제 올해 초부터 테드베이커의 매각을 시도했으나, 원매자와의 밸류에이션 이견 차이 등으로 성사시키지 못했다. 현재 어센틱은 테드베이커를 부활시키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회사 측은 최근 북미에서 테드베이커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며 디자인·생산·도매를 담당할 새로운 라이선싱 회사 몇 곳과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라이선싱 회사들은 마이클코어스와 캘빈클라인, 빈스, 샤킬오닐 등의 브랜드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자본시장에선 테드베이커의 영국 사업 재편으로 인한 단기적 타격은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호재일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실적이 좋지 못한 매장을 폐쇄시킴으로써 수익성 높은 곳에 집중하는 것은 교과서적인 전략이다”라며 “다른 국가에서의 재도약을 위해 (어센틱이) 새로운 라이선싱 파트너도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재기 성공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2024.08.16 I 김연지 기자
아주IB투자 상반기 영업익 108억…하반기도 기대
  • [마켓인]아주IB투자 상반기 영업익 108억…하반기도 기대
  •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아주IB투자(027360)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108억원을 기록했다고 14일 공시했다. 아주IB투자는 1분기 63억원, 2분기 45억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했다. 이 중 회사의 이익을 특히나 견인한 요소는 그리드위즈의 코스닥 상장으로 꼽힌다. 아주IB투자는 앞서 지난 2016년 ‘아주 초기사업화 투자조합’을 통해 시리즈A에 참여한데 이어 2017년에는 ‘아주그로쓰앤헬스케어펀드’를 통해 그리드위즈의 시리즈 B 라운드에도 참여했다. 이 밖에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을 준비 중인 에이치엔에스하이텍의 주가 또한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만큼, 아주IB투자의 수익 기여에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지난 2023년 말 1만6700원이었던 에이치엔에스하이텍의 주가는 현재 2만9100원까지 오르며 약 74%의 상승률을 보였다. 아주IB투자는 에이치엔에스하이텍 지분 6.05% 직접 보유하고 있는 만큼, 반기 실적 상승에도 영향을 줬다.2조3000억원의 운용자산(AUM)에서 나오는 관리보수도 아주IB투자 수익의 단단한 기반 역할을 하고 있다. 상반기 아주IB투자의 관리보수 수익은 91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관리보수는 투자 업황과 관계없이 지속적인 수익을 보장해주는 요소인 만큼, 자금조달이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도 투자사 수익의 단단한 기반 역할을 한다. 하반기 아주IB투자의 포트폴리오사의 IPO를 통한 회수 전망도 밝을 것으로 보인다. 아주IB투자가 투자한 혁신형 고분자 치료제 개발기업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의 상장이 이미 승인되었고, 이 외에도 재생치료제 기술기업인 오가노이드사이언스와 제일약품의 자회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 실감미디어 전문기업 닷밀 등 다수 업체가 상장 심사를 받고 있다. 김지원 아주IB투자 대표는 “탄탄한 관리보수 수익과 운용역량을 통해 꾸준한 수익 창출을 이어가며 주주와 출자자들에게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2024.08.14 I 김연지 기자
"다시 보는 금융본산 영국"…유럽 PE, 英 최대 금융투자플랫폼 인수
  • [마켓인]"다시 보는 금융본산 영국"…유럽 PE, 英 최대 금융투자플랫폼 인수
  • [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영국 최대 규모의 금융투자 플랫폼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이 유럽 사모펀드 컨소시엄에 매각된다. 글로벌 사모펀드(PEF)운용사들이 브렉시트 이후 저평가된 영국의 금융업체들에 눈독을 들이는 가운데 이뤄진 빅 딜로, 거래가 최종적으로 성사되면 이는 올해 영국에서 이뤄진 금융산업 M&A 중 최대 규모로 기록된다.(사진=하그리브스 랜스다운 앱 화면)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VC캐피탈파트너스 컨소시엄은 영국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을 54억파운드(약 9조46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1981년 설립된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은 영국 브리스톨에 본사를 둔 영국 최대 규모의 금융투자 플랫폼으로, 일반 투자자에게 주식과 펀드 상품, 연금 관리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특히 개개인의 소비 및 투자 패턴에 맞는 저축·투자 전략을 제시하면서 약 190만명의 고객을 두루 확보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운용자산(AUM)은 1553억파운드(약 272조원) 수준이다. 이번 딜은 글로벌 PE들이 최근 수년 사이 영국 기반의 금융업체들을 속속 인수하는 가운데 나온 빅 딜이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 기업들의 기업가치가 다른 선진국 대비 저평가됐다는 점을 기회로 보고 M&A에 나서는 것으로 분석된다.실제 올해만 해도 미국의 찰스뱅크캐피탈파트너스가 2월 영국 자산운용사인 ‘퍼스펙티브 파이낸셜 그룹’의 주요 지분을 인수했고, 브릿지포인트캐피탈은 올해 6월 영국 기반의 금융 컨설팅 업체인 ‘알파 파이낸셜 마켓 컨설팅’을, 같은 기간 미국 블랙록은 영국 금융데이터 분석업체 ‘프레킨’을 품었다.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해서 인수 난이도가 쉬운 것은 아니다. 약 4개월의 대장정 및 밀당(밀고 당기기) 끝에 성사된 이번 딜만 봐도 그렇다. 앞서 지난 4월 CVC캐피탈과 노르딕캐피탈, 아부다비국부펀드 산하 투자사로 꾸려진 해당 컨소시엄은 하그리브스랜스다운에 인수를 제안했다. 당시 이들이 제시한 인수가는 46억파운드(약 8조원)로, 당시 하그리브스랜스다운 거래 종가에 30%의 프리미엄을 얹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하그리브스랜스다운 이사회는 “사모펀드 컨소시엄이 회사의 기업가치를 상당히 낮게 평가했다”며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 이후 CVC캐피탈 컨소시엄은 하그리브스랜스다운과 약 4개월에 걸쳐 조건 협상에 나섰고, 이내 이견을 좁혔다.영국 금융업체를 향한 글로벌 운용사들의 러브콜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지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들은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다양한 업체를 인수하며 영국 경제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쳤다”며 “현재까지 글로벌 운용사들이 투자한 영국계 금융업체는 25곳 이상으로, 이들 포트폴리오 간 통합도 눈여겨볼 만한 움직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4.08.13 I 김연지 기자
한국 이어 유럽서도 항공사 M&A 바람 '솔솔'
  • 한국 이어 유럽서도 항공사 M&A 바람 '솔솔'
  •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경쟁사에게 메가캐리어(대형 항공사)의 탄생은 기회 요인’최근 독일 루프트한자의 이탈리아 국영 항공사 ITA,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과 관련해 조건부 인수를 승인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속사정을 유추해보자면 위와 같을 것이다. EU 집행위를 비롯한 세계 경쟁 당국은 피인수 항공사가 파산하는 것보단 탄탄한 항공사와의 합종연횡이 낫다는 점에 무게를 실어왔다. 특히 메가캐리어의 탄생이 곧 경쟁사나 후발주자에게 황금 노선을 확보할 기회를 마련해준다면 합병을 승인하는 모습도 속속 포착됐다.이러한 뉘앙스에 힘입어 저 멀리 유럽에서는 항공사 간 통합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금이 기회’라고 보고 쏟아지는 항공사 매물에 눈독을 들이며 주판알을 튕기기 바쁜 모습이다. (사진=픽사베이 갈무리)◇ “넘치는 매물”…유럽선 항공사 쇼핑 ‘온고잉’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럽 항공그룹 IAG는 포르투갈 국영 항공사인 TAP 인수를 위해 관련 절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AG는 영국 브리티시에어웨이와 스페인 이베리아 항공을 보유한 항공 그룹사로, 주요 주주로는 카타르 정부(카타르 항공)와 오스트리아 빈의 한 자산운용사, 영국의 한 대체투자 운용사가 있다. 회사는 최근까지 에어유로파 인수를 추진하다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불승인으로 계획을 접었다. TAP은 라틴 아메리카와 남미 지역에서의 입지를 확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글로벌 항공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주요 매물이다. 이미 수년 전 시장에 매물로 등장한 바 있으나, 재정 이슈 등으로 매각이 불발되다가 팬데믹으로 손실 폭이 늘어나면서 재등장했다.최근 유럽에서 경쟁당국 승인을 받아낸 사례도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독일 루프트한자의 이탈리아 국영 항공사 ITA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루프트한자는 유럽 최대 규모의 항공사로, 지난 2000년부터 스위스항공과 오스트리아항공, 브뤼셀항공, 에어베를린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워왔다. 루프트한자는 지난 5월 이탈리아 경제재정부가 가진 ITA 지분 41%를 약 4800억원에 인수하는 동시 나머지 지분(59%)도 추가로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매수청구권)을 확보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관련해 EU 집행위원회는 반독점 우려를 내비쳤고, 루프트한자는 일부 슬롯(항공기 이착륙 횟수)을 경쟁 항공사에 넘기는 방안을 제시하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어딘가 닮은 M&A…대한항공도 ‘기대’루프트한자의 ITA 인수는 과거 아메리칸항공이 일부 노선을 경쟁사에 넘기면서 US 에어웨이스 항공을 인수했던 사례와 닮은 부분이 있다. 아메리칸항공은 앞서 지난 2013년 US 에어웨이스를 인수하겠다고 선언했으나, 미국 법무부가 일부 공항에서 독과점이 형성될 수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그 과정에서 두 항공사는 기존에 보유하던 미국 내 주요 도시의 슬롯을 경쟁사에 넘긴다는 절충안을 내걸면서 승인을 받아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 중인 대한항공도 이들과 비슷한 트랙을 밟고 있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 시 화물 부문을 분리 매각하고 유럽 일부 여객 노선을 내놓는 조건으로 양사 합병을 조건부 승인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지난 6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에어인천을 선정하고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14개 경쟁 당국 중 미국의 승인만 남겨놓은 상태다. 일각에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시선으로 해당 합병 건을 바라보고 있으나, 자본시장에선 9부 능선은 넘어섰다고 보는 모양새다. 국내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을 갖춘데다 미국 보잉과의 협력 관계 또한 끈끈하게 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 업계에선 이미 승인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보는 눈치”라며 “그간 해외에서 승인된 사례를 보면 경쟁당국은 항상 파산보다는 합종연횡이 낫다는 스탠스를 보여왔다. 특히 경쟁사 및 후발주자들이 황금 노선을 차지할 계기를 마련해주는 이벤트나 다름 없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은 승인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2024.08.13 I 김연지 기자
"MZ들이 꽂혔다"…유럽서 기능성 음료 투자 붐
  • [마켓인]"MZ들이 꽂혔다"…유럽서 기능성 음료 투자 붐
  • [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Better for you’식음료(F&B) 회사에 베팅하는 유럽계 자본시장(IB) 관계자들 사이에서 통하는 말이다. F&B 중에서도 빅 브랜드가 아닌 이상은 소비자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회사에 투자하자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특히 수많은 F&B 섹터 중에서도 면역력과 소화, 장 건강 등 건강 증진의 기능성을 강조한 기능성 음료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관련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면서다. (사진=비타민웰 홈페이지 갈무리)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영국 최대 사모펀드운용사 신벤은 최근 스웨덴 기반의 건강식품 제조사 ‘비타민웰’의 주요 지분을 인수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정확한 인수가는 비공개이나 비타민웰의 기업가치가 20억유로(약 2조 9825억원)로 추정되는 만큼, 상당한 자금을 들였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주주였던 영국의 브릿지포인트그룹은 비타민웰의 지분 소수를 보유하면서 주주로 남게 됐다.비타민웰은 지난 2006년 설립된 건강식품 제조사로, 저칼로리의 기능성 음료와 단백질바, 에너지드링크 등을 주력 제품으로 두고 있다. 대부분의 제품은 스웨덴뿐 아니라 영국,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 스페인, 슬로베니아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브릿지포인트그룹은 지난 2016년 두 개의 펀드를 통해 비타민웰을 품었고, 북유럽 지역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비타민웰의 기업가치를 대폭 끌어올렸다. 주요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은 올해 4월로, 당시 신벤을 비롯한 유럽의 주요 운용사들이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벤처캐피탈(VC)도 예외는 아니다. F&B 투자로 정평이 난 일부 투자사들은 기능성 음료를 제조하는 스타트업 투자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예컨대 올해 상반기 영국 기반의 기능성 음료 스타트업 조조는 영국판 우버인 ‘딜리버루’를 발굴한 잼자르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250만파운드(약 44억원)를 조달했다. 조조는 저칼로리 유산균 소다를 주력 제품으로 하는 음료 스타트업으로, 최근 유럽 MZ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F&B에 전문적으로 투자해온 유럽계 투자사들은 약 10여년 전부터 ‘건강한 F&B에 투자하자’는 스탠스를 취해왔다. 그 중에서도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기능성 음료가 큰 인기를 얻자 관련 매물이 시장에 등장할 때마다 속속 딜이 체결됐다.대표적인 예제로는 이노바캐피탈의 오쉬 인수, 트루캐피탈의 스니크 인수가 꼽힌다. 우선 폴란드 기반의 이노바캐피탈은 지난 2018년 자국 기능성 음료 제조사 오쉬 지분 33%를 인수했다. 오쉬는 M&A 시장에 등장하기 약 1년 전인 지난 2017년 경쟁사를 인수하면서 기능성 음료 생산량을 3배로 늘렸고, 이내 폴란드의 기능성 음료 시장 선두주자로 거듭났다. 이 밖에 지난 2021년 영국 기반의 트루캐피탈은 기능성 음료 사업체 스니크의 주요 지분을 인수했다. 영국 맨체스터 기반의 스니크는 분말 형태의 에너지 포뮬라를 제조하는 스타트업으로, 설탕과 타르색소, 카페인이 없는 천연 기능성 음료로 관련 시장의 주목을 제대로 받았다. 트루캐피탈은 스니크가 차별화된 기능성 음료를 토대로 유럽 MZ 고객을 두루 확보했다는 점을 높이 사고는 관련 딜을 신속하게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기능성 음료를 향한 유럽계 투자사들의 ‘Better for you’ 전략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MZ세대를 중심으로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영국 데이터분석업체 글로벌데이터는 전 세계 기능성 음료 시장 규모가 2028년 약 1902억달러(약 2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24.08.12 I 김연지 기자
일주일 넘긴 英 폭동…자본시장도 위축될까
  • [EU있는 경제]일주일 넘긴 英 폭동…자본시장도 위축될까
  • [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자본시장에 끼치는 실질적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다”‘경제 브레이크를 풀겠다’고 선언한 영국에서 폭동 시위가 발생하면서 “그(사회적·경제적 불안정성) 여파가 현지 자본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는 일각의 목소리에 대해 현지 자본시장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올해 초를 기점으로 영국의 벤처투자 시장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데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 배출 속도 또한 유럽 여느 국가 대비 빠른 만큼, 관련 분위기가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란 설명이 뒤따른다. 어린이 댄스 교실 흉기 난동 사건이 촉발한 영국의 반이민 폭력 시위가 일주일을 넘기고 있는 가운데 현지 자본시장이 지금의 분위기를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8일(현지시간) 영국 기반의 VC 및 PE 등이 집결해 있는 런던의 한 거리. 현지 경찰이 상주하는 일부 거리와 달리 해당 거리는 평온한 모습.(사진=김연지 기자)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해당 폭동은 지난달 29일 영국 북서부의 한 도시에서 19세 소년이 휘두른 칼에 6~9세 어린이 3명이 참사를 당하면서 촉발됐다. 당시 SNS상에서는 피의자가 ‘무슬림 망명 신청자’라는 거짓 정보가 빠르게 퍼졌고, 이민정책에 반대하는 영국 극우단체를 자극했다. 영국 정부가 해당 소문이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음에도 이들을 중심으로 한 폭력 집회는 영국 런던과 버밍엄, 브리스톨, 리버풀 등 주요 도시 안에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일부는 경찰과 이민자들을 폭행하고 상점을 약탈하는가 하면, 다른 일부는 난민 신청자들이 머무는 모스크와 호텔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이에 영국 정부는 수천 명의 경찰을 동원해 현재까지 약 500여명의 시위대를 체포했다. 경찰의 강경 대응과 함께 폭력 근절을 호소하는 일반 시민 또한 맞불 시위로 받아치면서 영국의 반이민 폭력 시위는 비교적 잠잠해진 상태다.영국이 대혼란의 시기를 겪자 일각에선 영국 자본시장 분위기 또한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사회 및 경제적 불안정성이 또 한 번 강조되면서 투자사들이 투자를 꺼릴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와 달리 현지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폭동이 자본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보는 모양새다. 영국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영국은 올해 초를 기점으로 벤처투자가 활기를 띠고 있다”며 “LP 펀드 라이프사이클 측면에서 보더라도 지금의 분위기에서 더 꺾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도 비슷한 의견을 내며 “영국이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을 매년 배출하는 덕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벤처투자사들은 현재까지도 영국에 지사를 세우느라 바쁘다”고 설명했다.다만 현 시기에 영국 기업을 인수하려는 외국계 사모펀드(PEF)운용사의 경우엔 이야기가 살짝 다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지 업계 한 관계자는 “영국의 경제 회복을 당장 확신하기에는 이르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며 “브렉시트로 사회적·재정적 불안정성이 줄어들지 않았고, 영국 안에서 매일같이 일어나는 크고 작은 폭동은 이를 증명하는 요소 중 하나다. 때문에 영국 기반의 기업을 인수해 밸류를 끌어올리고자 하는 운용사는 주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4.08.09 I 김연지 기자
英서 핀테크 투자 붐…상반기 투자액, 전년比 3배↑
  • [마켓인]英서 핀테크 투자 붐…상반기 투자액, 전년比 3배↑
  •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영국 핀테크 투자 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 영국 핀테크 스타트업 한 곳에 1조원 규모의 글로벌 투자가 쏟아지는가 하면, 내로라하는 금융기관과 투자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유니콘에 등극한 핀테크 스타트업도 탄생했다. 브렉시트 이전 ‘세계 최고의 금융 중심지’라는 평가를 받았던 영국이 이러한 시장 분위기에 힘입어 다시 과거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사진=구글 이미지 갈무리)8일 글로벌 회계·경영 컨설팅펌 KPMG UK가 낸 핀테크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사모펀드(PEF)운용사와 벤처캐피탈(VC)이 영국 핀테크 기업에 쏟은 투자 총액은 73억달러(약 10조 426억원)다. 이는 25억달러(약 3조 4392억원)를 기록한 작년 같은 시기보다 3배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영국에서 완료된 핀테크 거래는 198건으로, 총 284건을 기록한 작년 상반기보다는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하나의 딜에 규모있는 자금이 속속 모이면서 시장 분위기를 달궜다.대표적인 투자 유치 사례로는 △영국 오픈뱅킹 스타트업 어바운드 △영국 인터넷은행 몬조 △영국 디지털 결제 솔루션 피프로 △영국 핀테크업체 액세스페이 등이 꼽힌다. 우선 영국 오픈뱅킹 스타트업 어바운드는 지난 5월 미국 GSR벤처스를 비롯한 글로벌 VC들로부터 9억 9000만달러(약 1조 3613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는 영국 핀테크 투자 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 2020년 설립된 어바운드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오픈뱅킹(하나의 앱에서 모든 금융기관 계좌의 잔액 조회, 입출금, 관련 카드 정보를 한눈에 확인하는 금융서비스) 스타트업으로, 소비자에게 전통 금융사 대비 저렴한 대출금리를 제공하면서 주목받았다. 영국 1위 인터넷전문은행 몬조는 올해 상반기 캐피탈G를 비롯한 글로벌 VC로부터 총 6억 2100만달러(약 8537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몬조는 체류 자격과 상관없이 여권만 있다면 계좌 개설이 가능한 혁신 금융 서비스사로, 이번 라운드를 통해 52억달러(약 7조 1489억원) 수준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인정받았다.이 밖에 영국의 디지털 결제 솔루션 업체 피프로는 페이팔벤처스와 JP모건, 블랙록, 시티벤처스 등으로부터 9280만달러(약 127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피프로는 기업과 은행에 디지털 결제 인프라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으로, 지난 2021년 유니콘에 등극했다. 현재는 페이팔, 알리페이, 어도비 등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국경 간 결제 솔루션도 지원하고 있다. 또 영국 맨체스터 기반의 핀테크업체 액세스페이는 2400만달러(약 33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액세스페이는 기업의 은행 계좌 및 금융 앱을 공유 인터페이스로 간소화해 고객사가 횡령 및 보안 걱정 없이 재무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영국에서의 핀테크 투자 붐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영국뿐 아니라 세계 전역에 걸쳐 금융혁신이 이뤄지고 있다”며 “특히 AI의 발전으로 금융서비스를 보다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관련 투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2024.08.08 I 김연지 기자
"韓, 아시아 자본시장의 핵심"…유럽서 너도나도 진출
  • [마켓인]"韓, 아시아 자본시장의 핵심"…유럽서 너도나도 진출
  •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아시아 자본시장의 핵심 축이다.”유럽계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에게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백발백중으로 돌아오는 대답이다. 한국이 중국, 일본과 함께 아시아 자본시장의 큰 축을 담당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한국에 대한 유럽계 자본시장 관심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유럽 사모펀드(PEF)운용사들은 출자를 받기에도, 투자를 집행하기에도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이유에서 한국에 일찍이 진출해 펀드레이징과 딜 소싱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모습이다. 일부는 국내 인사를 영입하는 등 한국 시장에 둥지를 틀 준비에 한창이다. 국내에 법인을 설립하는 글로벌 하우스들이 증가하는 가운데 유럽 하우스들이 존재감을 보다 각인시킬지 관심이 고조된다.(사진=픽사베이 갈무리)유럽 운용사들이 한국에 둥지를 트는 이유로는 ▲한국이 아시아 비즈니스 네트워크의 큰 축을 담당한다는 점 ▲유럽 하우스들이 한국 연기금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플레이를 해왔다는 점 ▲타국 대비 매력적인 밸류의 한국 딜이 즐비하다는 점이 꼽힌다.유럽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우선 한국의 사모투자 시장이 한층 성숙해지면서 아시아 자본시장의 핵심 축이 됐다는 평가가 두드러진다. 익명을 요구한 유럽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투자 사이드에서 볼 때 한국의 사모투자 시장 플레이어들(GP)들은 경기 및 트렌드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한국의 LP들 역시 투자 전략을 다각화하면서 사모투자 시장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GP들이 한국에 노크하는 이유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이런 상황에서 유럽 하우스들이 한국 LP들의 투자 다각화 갈증을 해소한다는 점은 큰 메리트로 꼽힌다. 특히 대체투자 수요를 톡톡히 충족시키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대표적으로 약 10억달러 규모의 팀버랜드(산림지) 펀드를 조성 중인 영국 기반의 스태포드캐피탈파트너스는 올해 5월 국민연금을 비롯한 한국 연기금으로부터 2억달러(약 2732억원)를 조달했다. 대체투자의 한 축을 담당하는 팀버랜드 추자는 지속가능성 투자 관점에서 매력도가 높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어 글로벌 출자자(LP)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분야다. 산림 추가 조성 등으로 이산화탄소 저감에 기여하는 한편 산림지 취득 등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스태포드캐피탈은 팀버랜드 전문 운용사로, 팀버랜드 관련 운용자산(AUM)은 27억달러(약 3조 6900억원) 이상이다. 해당 하우스는 지난 2018년 말 서울 오피스를 마련하며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유럽 하우스들의 지리적 투자 특성도 한 몫 거든다.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유럽과 북미에서 투자 활동을 펼침으로써 투자 다각화 수요가 큰 한국 LP들의 갈증을 해소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북미와 유럽을 대상으로 하는 바이아웃 펀드 관련 자금조달을 진행해온 CVC캐피탈은 지난해 하반기 국민연금과 교직원공제회 등 국내 LP들로부터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며 9호 펀드(37조원 규모)를 성공적으로 결성했다. 국내 LP들은 투자 다각화 측면에서 대규모 출자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곧 이어 회사는 올해 2월 아시아 지역 투자를 위한 ‘CVC캐피탈파트너스 아시아 6호 펀드’를 결성을 마치기도 했다. 펀드 규모는 9조원을 소폭 넘겼는데, 이는 지난 2020년 결성된 직전 펀드 대비 50%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펀드레이징과 투자 발판 등 두 마리 토끼를 야무지게 잡은 셈이다.타국 대비 매력적인 밸류의 수준 높은 딜이 한국에 즐비하다는 점도 유럽 운용사들이 한국으로 발걸음하는 이유 중 하나다. 대표적으로 영국 최대 사모펀드운용사 신벤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핵심 기술을 수준 높게 다루는 한국 기업이 많다는 점에 주목하며 올해 상반기 한국 법인을 설립했다. 회사는 기술 기업 관련 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며 우리나라에 약 2조7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한다는 계획이다.영국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수준 높은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많은데, 밸류에이션은 유럽이나 미국, 캐나다 대비 낮은 것이 현실”이라며 “특히 전통있는 제조업체와 디지털화된 물류센터가 많아 인프라 투자에도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2024.08.06 I 김연지 기자
"가업승계 봇물"…미들마켓 뛰어드는 유럽 PE들
  • [마켓인]"가업승계 봇물"…미들마켓 뛰어드는 유럽 PE들
  •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미들마켓(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 시장)에 대한 유럽 및 영국 사모펀드(PEF)운용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고령화와 저출산이 맞물린 가운데 가업승계형 인수·합병(M&A)이 늘어나자 미들마켓 전문 운용사에 이어 대형 하우스들도 관련 딜(deal) 경쟁에 한창인 모습이다.사진=픽사베이 갈무리5일(현지시간)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영국 최대 사모펀드(PEF)운용사 신벤은 유럽에서 미들마켓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관련 팀을 정비하고 있다. 신벤은 1977년 설립된 영국 기반의 하우스로, 지난 1995년 영국석탄연금제도에서 분사되어 이듬해 독립기금을 설립하고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운용자산(AUM)은 약 65조원에 이른다.회사는 지난 2022년 결성한 ‘스트래티직 파이낸셜 펀드(SFF)’를 통해 영국과 독일, 스페인에서 서비스와 핀테크 부문의 중소·중견 기업으로까지 투자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으로, 해당 투자는 SFF펀드를 운용해온 인물이 주도할 예정이다.통상 유럽에서는 미들마켓 전문 하우스가 관련 딜을 속속 체결해왔다. 메가 딜을 비롯한 굵직한 바이아웃 딜을 주도해온 대형 하우스들은 인수 자금 규모가 작다는 이유에서 이 분야에서는 뒤로 물러나 있었다.하지만 고금리와 고물가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출자자(LP)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자 대형 하우스들의 기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LP들이 트랙레코드가 좋으면서도 미들마켓 전략을 구사하는 곳에 자금을 몰아주기 시작하자 유럽계 하우스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미들마켓 분야에 눈을 돌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중소·중견 패밀리 오피스 매물이 등장하고, 전략적 파트너를 찾는 중소·중견기업이 증가하면서 먹거리 또한 풍부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아시아 미들마켓 시장의 가능성을 높이 보고 해당 분야에 뛰어든 유럽계 하우스도 있다. 스웨덴 기반의 EQT파트너스는 아시아 미들마켓 투자를 위해 올해 5월 말 16억달러(약 2조원) 규모의 ‘미드마켓 그로스 파트너십 펀드’를 결성했다. 이는 회사 목표치인 7억5000만달러를 두 배 가량 뛰어넘은 수치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인도와 동남아, 일본, 호주 내 기술, 서비스, 헬스케어 투자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대형 하우스가 미들마켓 투자 시장에 뛰어들자 기존 전문 운용사들도 재빨리 트랙레코드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 미들마켓 전문 운용사인 인플렉션은 대규모 펀드를 결성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의료 데이터 구독 서비스사 ‘글로벌 데이터 헬스케어’와 금융사 대상 법률 분석 서비스 제공사 ‘에이오스피어’에 투자하며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회사는 앞서 지난 3월 17억5000만 파운드(약 3조원) 규모의 ‘인플렉션 파트너십 캐피탈 펀드 3호’를 결성한 바 있다.유럽과 영국에선 미드마켓 투자가 점차 늘 것으로 보인다. 영국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수십년 간 유럽 경제를 책임진 중소·중견기업들 중 가업승계가 이뤄지거나 글로벌 진출을 통한 추가 성장을 노리는 곳이 즐비하기 때문에 관련 딜 또한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유럽 운용사들이 지난해부터 미드마켓 시장을 타깃팅하기 위해 관련 펀드를 속속 결성한 이유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2024.08.05 I 김연지 기자
IMM PE, 우리금융 블록딜 또 성공…2640억원 현금화
  • [단독]IMM PE, 우리금융 블록딜 또 성공…2640억원 현금화
  •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국내 토종 사모펀드(PEF)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우리금융지주(316140) 지분을 대규모로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서울 중구 소재 우리금융지주 본사 전경.(사진=우리금융지주)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MM PE는 최근 우리금융지주 지분 총 2640억원어치(1677만 8107주)를 시간 외 대량 매매(블록딜)로 매각했다. 지분율로 따지면 이는 2.3% 수준으로, 주당 매각 단가는 1만 5737원이다. 이번 블록딜 이후 IMM PE의 우리금융지주 지분율은 기존 3.85%에서 1.38%로 낮아졌다.IMM PE는 지난 2016년 로즈골드 3호 펀드를 통해 우리금융지주 지분 6%를 4500억원에 인수하며 과점주주에 올랐다. 이후 올해 3월 우리금융지주 보유지분 가운데 1.72%를 블록딜로 매각했고, 이를 통해 약 1800억원 수준의 투자금을 회수했다.이번 지분 매각은 올해 초부터 이어진 은행 및 금융주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지주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프로그램에 따라 최근 “목표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 29일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장 중 한때 1만696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한편 IMM PE는 이번 딜로 로즈골드 3호 펀드 엑시트(투자금 회수) 성과를 또 한 번 쌓을 예정이다. IMM PE는 로즈골드 3호 포트폴리오 중 태림포장-태림페이퍼와 인트론바이오, 현대삼호중공업, 더블유컨셉코리아, 쏘카, 에어퍼스트 엑시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2024.07.30 I 김연지 기자
"넥스트 슈퍼사이클 온다"…반도체 펀드 조성나선 정부
  • "넥스트 슈퍼사이클 온다"…반도체 펀드 조성나선 정부
  •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김연지 기자] “반도체 섹터에 대한 투자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겁니다. 이제 겨우 새로운 슈퍼 사이클이 시작되는 단계에요.” 국내 반도체 시장이 저평가됐다며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대표가 전한 말이다.실제로 올 2분기 실적발표에서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해 반도체 호황을 알렸다. 이어 올 상반기 국내 무역수지는 6년 만에 최대 규모 흑자를 달성했다. 반도체 수출은 657억달러(약 90조 6923억원)에 달해 지난해보다 52.5% 증가했다. 특히 6월에만 134억달러(약 18조 4974억원)를 달성하면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반등과 AI에 사용되는 고성능 반도체 수요 증가가 수출을 견인했다.다만 이런 우호적인 환경에도 국내 투자사들의 움직임은 다소 더딘 상태다. 정부 주도하에 각종 펀드 출자 사업이 조성되고 있지만 아직은 규모가 그닥 크지 않을뿐더러, 이를 뒷받침할 공공민간 펀드가 결성되는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향후 1조원 규모의 관련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에 대한 낙수 효과로 하반기에는 민간 차원의 펀딩 결성 물결이 움틀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사진=아이클릭아트)◇ 반도체 정책 펀드 속속 조성 물결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면서, 정책적으로 관련 펀드를 조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추세는 관련 대기업을 향한 직접적인 보조금 지급과 세금 감면 혜택”이라며 “우리나라는 정책 펀드가 만들어져 관련 스타트업에게도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고 전했다.예컨대 정부는 올해 전용 펀드를 조성해 중소·중견기업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 주제로 ‘제2차 경제이슈점검회의’를 주재해 1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펀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유망 팹리스와 소부장 기업이 글로벌 기업을 성장할 수 있도록 해당 펀드로 지원할 계획이다. 미니팹(fab·공장) 같은 기업이 공동으로 이용 가능한 연구 인프라도 기업이 원하는 수준으로 확충할 예정이다.최근 출자사업의 최종 위탁운용사(GP)를 선정한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성장금융) 사례도 있다. 성장금융은 해당 출자 사업에 산업은행과 공동으로 주관하는 ‘반도체생태계펀드’를 포함시켰다. 총 7개 운용사가 도전해 비전에쿼티파트너스와 펜타스톤인베스트먼트 등 2곳이 최종 GP로 선정됐다. 이들은 성장금융과 산업은행으로부터 각각 150억원씩 300억원을 출자받게 됐다. 두 GP는 6개월 이내에 최소 300억원 규모의 자펀드를 결성할 예정이다.이외에도 경기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경기도는 반도체 분야를 중점으로 한 300억원 규모의 ‘미래성장펀드 6호(G-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최종 GP로 선정된 곳은 경기도 기반 시스템 반도체, 반도체 장비, 반도체 관련 소부장 등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 투자하게 된다.◇ ‘우상향’ 담보된 신규 먹거리…선점 필요자본시장 일각에서는 정부 지원에 발맞춰 이를 뒷받침할 민간 규모가 확대될 적기라고 보고 있다. 게다가 전산업에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됨에 따라 이를 뒷받침하는 반도체 섹터가 신규 투자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 따르면 올해 전세계 AI 반도체 시장 매출은 전년 536억 6000만달러(74조 1045억원) 대비 33% 증가한 총 710억달러(약 98조원)에 이를 전망이다.이외에도 전문가들은 △반도체가 들어가는 디바이스 종류의 증가 △각 디바이스 당 들어가는 반도체의 증가 △가격을 낮춘 새로운 종류의 반도체 개발 등으로 관련 산업이 폭발적인 성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요약하자면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관련 시장 규모가 우상향 사이클로 갈 것이라는 예측이다.현재 반도체 칩이 들어가는 디바이스는 크게 PC와 모바일 기기 등이다. 이제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자율주행차량, 로봇, 데이터센터 등 곳곳에서 반도체가 활용되고 있다. 이렇게 늘어난 디바이스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선 더 많은 반도체 칩이 필요하다. 동시에 활용되는 분야에 맞춰 가격은 낮추고 성능은 높인 새로운 반도체가 개발될 것이라는 분석이 곁들여진다.이때 한국 반도체가 세계 수준에 올라선 만큼, 자본시장도 펀드 조성 등으로 이를 뒷받침할 토대를 만들면 한국이 반도체 산업의 패권을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을 포함한 다수 국가가 반도체 산업에 지원금을 살포할 뿐, 우리나라처럼 전용 펀드를 만드는 나라는 극히 일부”라며 “이럴 때일수록 펀드 조성 규모를 늘리고 관련 스타트업 지원을 통해 유니콘으로 만들어 승기를 거머쥐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2024.07.22 I 박소영 기자
“반도체 투자도 최강국으로"…민간투자 기지개 '시동'
  • “반도체 투자도 최강국으로"…민간투자 기지개 '시동'
  • (사진=셔터스톡 갈무리)[이데일리 김연지 박소영 기자] ‘산업적 측면에선 최고, 투자는 아직’국내 반도체 산업과 관련 투자 현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자본시장 관계자들이 공통으로 내놓는 의견이다. 반도체 강국답게 산업적으로는 최고로 평가할 수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민간 투자는 아직 기지개 단계라는 것이다.해외 각국에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공공·민간 합동 작전을 펼치는 가운데 자본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투자 사이드에서도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해외 반도체 스타트업 및 기업들이 한국 기업들과의 전략적 협업 및 투자 유치를 위해 지난해부터 속속 한국을 찾고 있는 만큼, 반도체 전문 펀드 수뿐 아니라 규모 또한 획기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 세계 각국 보조금 지급…한국은 민간 투자역량 주목반도체 산업 육성에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데다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고,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민간 투자가 좀처럼 활성화되지 못했다. 다만 산업 성장성이 뚜렷하다 보니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선 천문학적 규모의 정부 보조금 지급에 나서는 실정이다. 예컨대 미국은 반도체 산업 공급망을 강화하고, 반도체 강국인 대만과 한국 등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반도체 산업 육성법을 만들었다. 해당 법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공장을 짓는 기업에 △390억달러 수준의 보조금 △대출 및 대출 보증 형태의 추가 지원(750억달러) △최대 25%의 세액공제 등을 제공한다. 유럽연합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유럽연합은 지난해 반도체 공급망 및 기술력 강화를 위한 반도체법을 발효했는데, 여기에는 유럽연합이 총 430억유로(약 62조원) 규모의 보조금 및 투자를 통해 역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유럽연합의 반도체 생산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포부다.각국 정부의 투자 보조금 경쟁이 격화한 가운데 자본시장에선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 주도의 반도체 펀드 조성을 뒷받침할 민간 투자 역량이 여타 국가보다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성공 사례도 있다. 예컨대 지난해 말쯤 청산한 ‘티그리스-VEP 반도체성장 1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는 32.7%의 내부수익률(IRR)을 달성했다. 해당 펀드는 성장금융이 지난 2021년 반도체 인수·합병(M&A) 활성화를 목표로 최대 출자자로 참여한 하위펀드다. 해당 펀드의 주요 포트폴리오로는 시스템 반도체 팹리스 기업 ‘웰랑’이 있다. ◇ 한국 찾는 빅샷…투자 주도권 잡아야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스타트업들이 한국으로 발걸음을 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설계의 전설’로 불리는 짐 켈러는 지난해 8월 한국을 찾았다. 짐 켈러는 디자인팀도 없던 AMD에서 반도체 칩을 설계하며 지금의 AMD를 이끌어낸 인물이다. 그는 내한 당시 국내 벤처캐피탈(VC), 대기업과 자신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및 전략적 파트너십을 논의했고, 직후 한국으로부터 1억달러(약 1376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유치했다. 자국에서도 한 번에 받기 어려운 금액을 수월하게 유치한 덕일까. 그로부터 8개월 후인 올해 3월 그는 추가 투자 유치를 위해 1박2일의 짧은 일정으로 국내 주요 대기업과 VC를 만나고 가기도 했다. 자본시장에선 민간 투자가 지금보다 더 활성화되어야 투자 사이드에서도 주도권을 확실히 잡을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반도체 투자에 정통한 국내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스타트업들은 한국에서 민간 투자가 물꼬를 트기 시작하면서부터 한국행을 택하기 시작했다”며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에선 반도체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운용사가 거의 없고, 정부발 보조금 지원이 보편화되어 있다보니 이를 뒷받침할 민간 투자가 약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반도체 강국인 한국은 민간 투자가 점차 활성화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반도체 산업 성장성을 따지면, 지금보다 반도체 전문 투자사와 펀드 수, 규모가 획기적으로 늘어나야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4.07.22 I 김연지 기자
‘IRR 13%’ 상장 확약 내건 티맥스그룹, 콜옵션 행사 임박
  • [마켓인]‘IRR 13%’ 상장 확약 내건 티맥스그룹, 콜옵션 행사 임박
  •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김연지 기자] 티맥스그룹이 사모펀드(PEF) 스카이레이크프라이빗에쿼티 측에 매각했던 티맥스소프트를 되사오기 위한 실탄 마련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국내 주요 PEF인 스틱인베스트먼트의 합류로 거액을 충당한 데 이어 KG그룹과 MG새마을금고 등 영향력 있는 큰손들이 잇따라 투자에 참여하면서 딜 클로징에 탄력을 받았다. 특히 지분투자자들에게 13% 이상의 내부수익률(IRR) 보장 조건을 확약한 점이 흥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캑터스PE) 주도로 진행 중인 티맥스소프트 재인수 자금 모집이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 1조9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면서 펀딩 목표액인 1조1000억원에 근접한 상태다. 모집 자금 중 약 8000억원은 티맥스소프트 콜옵션 자금으로 활용하고, 잔여 자금은 티맥스그룹 측의 내부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티맥스소프트 재인수를 위한 이번 펀딩은 인수금융 4500억원, 구조화 에쿼티(지분 투자) 6400억원으로 조달을 진행했다. 에쿼티 자금은 캑터스PE가 조성한 프로젝트 펀드를 통해 2100억원을, 국민연금 등 34개 기관이 출자한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오퍼튜니티 3호 블라인드펀드에서 3400억원, 10여개 기관이 LP로 참여하는 KDB산업은행 산하 블라인드 펀드 자금 400억원 등으로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박대연 티맥스그룹 회장특히 MG새마을금고가 인수금융 및 지분투자에 총 750억원의 투자를 결정했고, KG그룹도 600억원의 자금을 댔다. 이밖에 신한은행과 산은캐피탈, 유암코 등이 투자자로 합류한 상황이다. 아직 시장 분위기가 녹록치 않은 까닭에 지분투자 자금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지만, LP들에게 우호적인 조건을 여럿 제시한 덕에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캑터스PE 등 펀딩 주도 측은 이번 지분투자 약정 조건으로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를 보장해주는 구조를 제안했다. 티맥스그룹 측 계열 주식을 담보로 걸고 향후 3년 5개월 이내에 IRR 13% 이상으로 적격 상장하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파악됐다. 한 LP 관계자는 “이정도면 투자자들의 리스크 하방은 막아둔 딜이라고 판단해 투자를 결정했다”며 “주식 담보가 걸려있으니 상장에 실패해도 자금 회수에 걱정은 없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2024.07.19 I 지영의 기자
DHP, 美 원격 재활 모니터링 ‘픽스업헬스’에 투자
  • [마켓인]DHP, 美 원격 재활 모니터링 ‘픽스업헬스’에 투자
  •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DHP)는 미국의 재활 치료 클리닉을 대상으로 원격 치료 모니터링 플랫폼을 제공하는 픽스업헬스에 투자했다고 18일 밝혔다. 투자 금액은 비공개다. 이번 투자에는 이스라엘 벤처캐피탈(VC)인 래빗도 함께 참여했다. 픽스업헬스는 원격 재활 모니터링 솔루션을 제공하는 미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미국 MGH 보건전문대학원에서 재활치료학 석사,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에서 질병 역학 석사를 취득한 임상원 대표가 이끌고 있다.픽스업헬스는 미국의 재활 치료 현장에서 발견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재활 치료의 성과는 환자들이 외래 진료 후 가정에서 재활 운동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것에 달려 있으나 수행률이 낮고, 재활 운동을 잘못 수행해 오히려 통증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금까지 미국의 가정 재활 운동 프로그램에 대한 지도는 구두 설명, 운동 책자, 유튜브 영상 링크를 제공하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픽스업헬스는 의료 및 헬스 데이터를 활용한 초개인화 재활치료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재활 치료사는 환자에게 재활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환자 모니터링에 이어 보험 수가도 청구할 수 있다. 7월 말 1차 시제품 출시를 앞둔 가운데 현재 뉴욕과 보스턴의 재활치료 병원과 클리닉들이 솔루션 도입을 준비 중이다. 이 밖에 하버드 의대 부속병원 히브루 재활 센터 (Hebrew Rehab Center) 또한 픽스업 헬스의 솔루션 도입을 추진 중이다.DHP는 픽스업헬스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최윤섭 DHP 대표는 “픽스업헬스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미국의 원격 치료 모니터링 시장의 기회를 현장의 전문가가 잘 포착한 것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이라며 “픽스업헬스가 미국 재활 치료 시장을 장악하는 서비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는 국내 유일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이다. 혁신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을 발굴, 투자,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초기 투자, 의학 자문 및 의료계 네트워크, 임상 검증 및 후속 투자 유치와 관련한 엑셀러레이팅을 제공한다.
2024.07.18 I 김연지 기자
누적 투자 150억 '로완', 뉴라이브와 MOU…디지털 헬스케어 혁신 박차
  • 누적 투자 150억 '로완', 뉴라이브와 MOU…디지털 헬스케어 혁신 박차
  •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인공지능(AI) 기반의 두뇌 건강 관리 솔루션을 개발하는 로완은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개발사 뉴라이브와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개발 및 글로벌 진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왼쪽부터) 송재준 뉴라이브 대표와 한승현 로완 대표./(사진=로완)로완은 AI 기반의 건강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대표 제품으로는 AI 기반 두뇌 건강 관리 솔루션 ‘슈퍼브레인(SuperBrain)’이 있다. 슈퍼브레인은 사용자들의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고 뇌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완은 임상 결과를 토대로 디티앤인베스트먼트와 나우IB, IBK기업은행, KD인베스트먼트 등 국내 벤처캐피탈(VC)로부터 누적 1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뉴라이브는 첨단 생명과학 기술과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회사는 청각 관리 솔루션인 ‘소리클리어(SoriClear)’를 통해 특별한 치료가 없는 이명으로 고통받는 많은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사는 이번 협약으로 각각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결합해 혁신적인 헬스케어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양사는 로완의 AI 기술과 뉴라이브의 데이터 분석 역량을 결합해 정확하고 효율적인 건강 관리 솔루션 개발에 나선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에게 맞춤형 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또 양사는 사용자 친화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공동으로 구축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을 수립해 각국 시장 특성에 맞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방침이다. 이 밖에 뉴라이브의 소리클리어 공동 판매 체계 또한 강화해 보다 많은 사용자가 청각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협력할 예정이다.한승현 로완 대표는 “이번 MOU 체결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서 중요한 진전”이라며 “사용자들에게 더 나은 건강 관리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송재준 뉴라이브 대표는 “로완과의 협력을 통해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슈퍼브레인과 소리클리어의 통합으로 사용자들에게 더욱 포괄적이고 효율적인 건강 관리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4.07.17 I 김연지 기자
“스타트업 성지 되찾자”…실탄 장전나선 유럽 VC들
  • [마켓인]“스타트업 성지 되찾자”…실탄 장전나선 유럽 VC들
  •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경기침체로 크게 위축됐던 유럽 벤처시장이 조만간 되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유럽 기반의 벤처캐피탈(VC)들이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할 실탄을 속속 마련하면서다. 미국에 비해 연구·개발(R&D) 투자가 미흡하고, 인재 유치가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유럽이 미국을 바짝 뒤쫓는 가운데 유럽이 과거 ‘스타트업 성지’ 명성을 되찾아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사진=픽사베이)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럽 VC들은 대규모 펀드를 속속 결성했다. 대부분이 특정 산업 및 특정 국가에 전문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이들이 글로벌 출자자(LP)들로부터 출자받는 배경에는 투자 전략보다도 ‘기업공개(IPO) 요건 완화로 인한 엑시트 기대감’이 꼽힌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일부 국가는 유망한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IPO 요건을 완화하고 있다. 그 효과는 유럽 IPO 시장에 즉각 반영되는 모습이다. 글로벌 컨설팅펌 언스트앤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럽에서 이뤄진 IPO는 6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 증가했다. IPO 공모 규모는 152억달러(약 21조 6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6% 증가했다.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환경이 마련되자 유럽에선 신생부터 업력있는 VC까지 너도나도 펀드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신생 VC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예컨대 올해 상반기 영국 기반의 아다벤처스는 최근 6300만파운드(약 1132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결성했다. 지난 2018년 설립된 아다벤처스는 기후기술과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는 VC로, 약 3000억원의 운용자산(AUM)을 굴리고 있다. 해당 펀드의 투자 대상은 영국 기반의 기후기술 및 IT 스타트업으로 펀드 자금의 절반은 시드~프리시드 라운드에, 나머지는 기투자사에 대한 후속투자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영국 기반의 또 다른 신생 VC인 플루랄은 지난 1월 말 4억유로(약 60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결성했다. 플루랄은 지난 2022년 설립된 VC로 혁신 기술을 보유한 초기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한다. 회사의 대표 포트폴리오로는 AI 기반 법률 비서 플랫폼 ‘로빈 AI’와 헬스케어 스타트업 ‘테톤’ 등이 있다. 창업자의 도시로 거듭났던 베를린에서는 유럽 최대의 기후펀드가 탄생하기도 했다. 베를린 기반 기후기술 전문 투자사인 월드펀드는 지난 3월 4500억원 규모의 기후펀드를 결성했다. 해당 펀드의 주요 출자자는 영국 환경청 연기금과 윌트셔 연기금, 프랑스 공공투자은행 등으로, 월드펀드는 이를 통해 약 30곳의 유럽 기후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발 빠르게 혁신금융 진흥정책을 마련하면서 블록체인에 이어 인공지능(AI) 허브로까지 거듭난 스위스에도 전 세계 LP 자금이 쏠리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스위스 기반의 14피크스캐피탈은 최근 42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결성했다. 14피크스는 지난 2022년 설립된 VC로, 핀테크와 프롭테크, B2B 소프트웨어 분야에 주로 투자한다. 자본시장에선 올해 유럽 VC들이 펀드레이징 측면에서 두각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국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과거엔 혁신금융 허브를 자처한 영국에 글로벌 LP 출자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으나, 브렉시트 이후에는 유럽 각지에 자금이 쏠리고 있다”며 “유럽에서 IPO 요건을 완화하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투자사들 사이에서는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대감도 높아진 상태다. 당장 엑시트를 실현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유럽 자본시장이 기지개를 켜는 만큼 투자사들도 준비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2024.07.16 I 김연지 기자
'모바일 아닌 모빌리티'…글로벌 투자자들도 앓는 블랙베리병
  • [마켓인]'모바일 아닌 모빌리티'…글로벌 투자자들도 앓는 블랙베리병
  •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김연지 기자] ‘블랙베리 병’ 주기적으로 블랙베리 휴대폰을 사고 싶게 만드는 심리를 뜻하는 인터넷상 용어다. 감성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블랙베리가 휴대폰이 아닌, 차량용 소프트웨어 사업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을 홀리고 있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모빌리티 산업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블랙베리가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들에 관련 기술을 제공하며 따박따박 수익을 내면서다.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 예시. (사진=블랙베리 블로그 갈무리)◇ 모빌리티서 성과…국내외서 투자 잰걸음15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올해 1분기 블랙베리 지분(88만 6523주)을 추가 매입해 총 1.72%를 확보했다. 차량의 주요 기능과 성능이 소프트웨어에 의해 제어되고 업데이트 되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이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로 떠오르는 가운데 이뤄진 것으로, 이번 투자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블랙베리의 주요 주주 중 하나로 떠올랐다. 전기차를 주요 투자 테마로 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블랙베리가 급변하는 차량용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두드러지게 활동하는 만큼, 관련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블랙베리는 자회사인 블랙베리 QNX를 앞세워 SDV 산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블랙베리 QNX는 현재 포드와 BMW, 혼다,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등 주요 완성차 업체에 디지털 콕핏(자동차 운전석을 생활 공간의 일부처럼 활용하는 것)과 운전자 보조시스템, 인포테인먼트(정보와 오락을 접목시킨 것) 시스템, 도메인 컨트롤러 등 차량에 필요한 임베디드 소프트웨어(기계에 내장된 프로그램)를 제공하고 있다.블랙베리의 해당 기술은 전 세계 2억 3500만대 차량뿐 아니라, 항공우주, 중장비, 의료, 철도, 로봇공학 시스템 등에 활용되면서 회사의 매출도 점차 늘고 있다. 실제 블랙베리는 지난해 4분기 1억 7300만달러(약 2393억원)의 매출을 냈다. 이는 전년 동기 1억 5100만달러(약 2088억원) 대비 약 15%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사물인터넷(IoT) 매출이 6600만달러(약 913억원)로 분기별 사상 최고 기록을 냈다. 사이버보안 매출 역시 9200만달러(약 1272억원)를 내며 매출 증가에 힘을 실었다.◇ “블랙베리 변신에 베팅하는 곳 더 늘 것”블랙베리가 자회사를 통해 SDV 산업에서 성과를 내자 글로벌 투자사들은 지분을 늘리거나 새롭게 매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자산운용사인 캡스톤인베스트먼트는 올해 5월 약 21만 5000달러(약 3억원)를 들여 블랙베리 소수지분을 품었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사이버 보안 회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AI 보안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선 블랙베리에 베팅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04년 설립된 캡스톤인베스트먼트어드바이저는 약 2조원의 운용자산(AUM)을 굴리는 대체투자 전문 자산운용사다. 대표 포트폴리오로는 영국의 반도체 기업 ARM과 중국의 폴리실리콘 제조기업 다코뉴에너지 등이 있다. ‘블랙베리가 자동차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으로 재탄생했다’는 평가가 쏟아진 지난해에는 블랙베리 투자사들이 지분을 소폭 늘리기도 했다. 미국 기반의 하이랜더캐피탈과 듀얼리티어드바이저, 레이몬드제임스파이낸셜서비스는 지난 4분기 블랙베리 지분을 추가 매입했다. 차량에 IT 기술을 탑재한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블랙베리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운영체제가 전 세계 2억대 이상의 차량에 적용되면서 추가 인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관련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글로벌 투자사들의 블랙베리 투자 확대 움직임은 앞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아이디테크엑스에 따르면 글로벌 SDV 산업의 시장 규모는 지난해 270억달러(약 37조 3356억원)에서 10년 뒤 7000억달러(967조 7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IB 업계 한 관계자는 “AI, 딥테크 유행을 지나 하반기와 내년에 걸쳐 본격적으로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려는 투자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차세대 모빌리티 산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기반 기술로 꼽히는 SDV에 관심을 갖는 자본시장 관계자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2024.07.16 I 박소영 기자
 “화면보는 시간 길어진다"…제작툴에 베팅하는 투자사들
  • [VC’s Pick] “화면보는 시간 길어진다"…제작툴에 베팅하는 투자사들
  •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이번 주(7월 8~12일)에는 엔터테인먼트와 물류, 이커머스 등 다양한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탈(VC) 및 액셀러레이터(AC)의 투자를 유치했다. 특히 누구나 쉽게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스튜디오와 영상편집·제작 플랫폼 운영사들이 국내외 투자사들로부터 속속 투자를 유치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미국이 주목한 AI 스튜디오 ‘비블’인공지능(AI) 가상 스튜디오 플랫폼 운영사 ‘비블’은 미국 ‘베이시스 셋 벤처스’와 ‘피카 벤처스’로부터 475만 달러의 시드 투자를 받았다. 비블은 지난 2022년 매쉬업벤처스, 카카오벤처스 등으로부터 프리시드 투자 유치 이후 딥테크 팁스에 선정된 바 있다.비블은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조명과 배경에서 촬영할 수 있는 가상 스튜디오 ‘스위치라이트(SwitchLight)’를 운영하고 있다. 피사체 고유 형태와 색감을 정확하게 파악해 그림자, 빛 반사 등 초사실적인 조명 효과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투자사들은 비블의 글로벌 성장성을 높이 평가했다. 회사는 라이팅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보유하고 있고, 비디오 AI 기업 등 미국 내 주요 고객사를 두루 확보하고 있다. 비블은 이번 투자 유치를 계기로 기술력 향상 및 제품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 모바일로 버추얼 아바타 숏폼 제작 ‘렌지드’버추얼 아바타 모바일 영상편집툴 ‘첼리’를 운영하는 렌지드는 초기기업 전문 투자사 더벤처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 유치 금액은 비공개다.렌지드의 첼리는 버추얼 아바타 전용 모바일 영상편집툴로, 누구나 쉽게 자신의 버추얼 아바타로 3D 숏폼이나 영상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해 주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사용 난이도가 낮은 덕에 알파버전 출시 50일만에 1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이들 중 90%가 미국을 포함한 해외 유저로 구성되어 있다.더벤처스는 디지털 아바타 시장의 성장성과 회사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다. 디지털 아바타 시장은 2022년 기준 약 10조 4770억 원에 달하는 큰 시장으로, 아바타로 숏폼과 챌리지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첼리가 유일하다는 설명이다. 또 커뮤니티 파워를 가진 버추얼 인플루언서 대표를 포함해 콘텐츠를 채워나갈 버추얼 크리에이터 풀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렌지드는 이번 투자 유치를 계기로 엔터, 버튜버, 애니메이션, 게임 산업까지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 물류로봇 솔루션 ‘플로틱’물류로봇 솔루션 기업 플로틱은 현대자동차그룹 제로원으로부터 프리시리즈A 브릿지 투자를 추가 유치했다. 투자 유치 금액은 비공개다.플로틱은 지난달 캡스톤파트너스가 리드한 약 52억 원 규모의 프리시리즈A 브릿지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현대차 제로원의 추가 투자를 마지막으로 이번 라운드가 마무리 됐으며, 이로써 회사의 누적 투자 금액은 총 100억원을 넘게 됐다.지난 2021년 설립된 플로틱은 효율적인 이커머스 물류센터 피킹을 위한 자율주행 로봇 솔루션 ‘플로웨어(Floware)’를 개발하고 제공한다. 플로웨어는 최소한의 설비와 투자 비용으로 약 6주 내에 센터 시스템 연동부터 실제 운영까지 가능하고, 기존 수작업 대비 최대 3.5배 생산성 향상을 이루는 솔루션이다. 회사를 이를 바탕으로 국내 대기업 및 3PL 업체와의 현장 실증 테스트를 거치고 포스코DX, 로지스올 등 국내 유수의 물류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올 하반기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이번 후속 투자는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선 전략적 투자로, 해당 투자를 계기로 두 회사는 장기적인 시너지를 창출할 방안을 다방면으로 모색할 예정이다.◇ 전자기기 중고거래 ‘21세기전파상’전자기기 리커머스 플랫폼 21세기전파상은 포스텍홀딩스로부터 브릿지 투자를 유치했다. 21세기전파상은 중고폰, 중고 노트북 등 중고 전자기기 업체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중고 전자기기 전문 거래 플랫폼이다. 21세기전파상에선 인증 심사를 통과한 파트너 업체의 제품만 확인할 수 있으며, 판매품은 자체 검수 조직인 ‘21세기검수센터’에서 외관 및 성능, 도난품 여부 등 항목 검수를 완료한 것으로 이뤄져있다. 공급자와 소비자 간 정보 격차가 크고 구매 결정이 어려운 고관여 시장에서 소비자의 안전한 구매 경험을 만들고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스텍홀딩스는 가파르게 성장하는 전자기기 중고거래 시장에서 21세기전파상이 소비자가 겪는 걱정 및 불안요소를 해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성장하는 전자기기 중고거래 시장에서 고객과 업체를 연결하는 필수적인 회사로 자매김할 것이란 기대다.21세기전파상은 이번 투자 유치를 기점으로 중고폰 등 중고 전자기기의 구매부터 보증, 판매에 이르는 거래 여정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2024.07.13 I 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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