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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대차·공수처도…거여 `독주`에 의회 민주주의 훼손 우려(종합)
- [이데일리 박태진 송주오 권오석 기자] 거대 여당의 밀어붙이기식 법안 처리에 7월 임시국회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 시장과 민생 안정을 위해 시급한 처리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합의 정신을 무시한 `독주`에 의회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다수결에 입각한 운영 원칙도 중요하지만 소수 의견을 무시한다면 의회 민주주의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극한 대치로 인한 국회 파행을 막기 위해서라도 합의 정신을 존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호중 법사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합의 정신 무시한 일방적 강행…민주주의 가치 훼손 29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부동산 대책 관련 11건을 포함, 법안 13건을 상정하고 의결했다. 이어 이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미래통합당 소속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오후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선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 3법으로 불리는 인사청문회법 일부개정법률안,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의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을 처리했다. 통합당은 공수처 설치법에 대한 위헌 심판을 제기하면서 헌법재판소 심판 청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관련 절차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 과정에서 각 상임위 소위원회는 열리지 않았고, 법안소위 상정도 건너뛰었다. 민주당은 통합당이 거부했거나 위법 사항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현 추세라면 다음달 4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도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가 예상된다.속수무책인 통합당은 민주당의 일사천리 행보에 장외 투쟁까지 검토하는 등 강경 모드로 돌입했다. 긴급 의총 등에서는 `의회 폭거` `176석이 독재 면허권이냐`는 등 성토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독주에 따른 파행 사태가 의회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주의 가치는 소수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 것인데, 통합당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법안을 넘긴 것은 통합당을 찍은 1985만표의 유권자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다수결이 민주주의 수단이지만, 이번 상황은 수단이 가치를 먹어버린 결과다. 이렇게 되면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신 교수는 이어 “국민들이 민주당에게 입법부와 중앙 정부, 지방 정부 권력을 몰아주다시피 한 것은 현재 문제점을 해결하라고 한 것”이라면서 “현 정부 출범 4년차 인데도 아직 `남 탓`을 하고 있으면 본인들이 해야 할 일이 뭔지 모르겠다고 표현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 與, 겸손한 자세로 다양한 의견 녹여야민생 법안 처리도 중요하지만 민주주의 가치 실현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 교수는 “민주당은 `옳으니까 이런 식으로 밀어붙인다`는 위치도 아니고 그런 상황도 아니”라며 “당연히 본인들이 겸손한 자세를 가지고 다양한 의견을 녹여내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통합당이 거세게 반발하는 배경에는 합의 원칙이 깨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 고위 관계자는 “21대 국회 개원할 때 각 상임위에서 법안 상정 및 의결은 여야 합의를 전제조건으로 한다는 원칙을 여당이 먼저 깼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금까지 정치는 합의주의로 해 왔다. 의석이 한 석인 정당이라도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헌법이 보장했다”면서 “국회는 법치주의가 아닌 합의주의로 가야 한다. 그것이 헌법 정신이고 민주주의의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상임위를 배분한다거나, 교섭단체를 구성해 국회부의장 한 자리씩 차지하는 것 모두 합의주의로 하지 않았냐”며 “두 거대 정당의 대치 구도가 심해질수록 파행을 겪었던 지난 20대 국회 사례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통합당 "정치적으론 유죄" vs 민주당 "도정활동 적극 지원"
- [이데일리 송주오 이성기 기자] 미래통합당은 16일 대법원이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은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결한 것을 두고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나, 법과 법관의 양심에 근거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인지 여전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은수미 성남시장에 대한 당선무효형 원심 판단을 뒤집었던 대법원이 이번에도 이 지사의 손을 들어준 셈”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배 대변인은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부산, 서울에 이어 경기도까지는 `수장 공백` 사태가 오지 않았다는 점”이라면서 “이 지사가 1년 넘게 재판을 받는 동안 약 1300만 도민과 국민들에게 남은 것은 갈등과 반목, 지리멸렬한 말싸움뿐이었다. 그에 대한 보상과 책임은 누구도, 또 무엇으로도 다 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변호를 맡았던 김종근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변호사가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선고 공판 이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방인권 기자)아울러 “법리적으로 무죄를 선고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유죄라 할 것”이라며 “겸허한 자세로 오직 도정에만 매진하는 것만이 도민과 국민께 도의적 책임을 다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충고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 지사는 지역경제, 서민주거안정, 청년 기본소득 강화 등 경기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며 “앞으로도 경기도민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으로 도정을 이끌어주길 기대한다”고 환영하면서 도정 활동을 적극 지원할 뜻을 내비쳤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이번 재판을 계기로 우리 정치 문화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으면 좋겠다”며 “선거가 끝나면 수백건의 고소·고발이 이뤄지고 국민의 손에 선출된 공직자가 검찰과 법원의 결정에 목을 메는 `자해 정치`의 악순환은 반드시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차기 당권 주자들도 페이스북을 통해 다행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이 지사께서 이끌어오신 경기도정에 앞으로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코로나19 국난극복과 한국판 뉴딜 등의 성공을 위해 함께 손잡고 일해 가겠다”고 썼다. ·김부겸 전 장관은 “민주당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참 천만다행한 날”이라며 “함께 몸을 낮추고 국민 앞에 겸손한 자세로 좋은 정치에 힘쓰겠다. 오늘만큼은 한 시름 놓고 푹 쉬시라”고 했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이 된 만큼 이제 경기도민을 위한 도정에 더 매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저격수`를 자처하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 당연한 결과, 2심 판결이 이상하다 그랬잖아요. 아, 그렇다고 (이 지사를)지지하는 건 아닙니다. 그냥 사안이 그렇다는 얘기일 뿐”이라고 썼다. 한편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의 상고심에서 일부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TV토론회에서 형의 강제입원 절차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런 사실을 공개할 법적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 1등 보다 나은 2등…넘버투 생존전략
- 유통 및 식품 업계 2등 업체들의 생존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1등 업체보다 나은 성과를 내고 있어서다. 패션업계 2등인 LF는 사업다각화로 알짜배기 영업을 통해 삼성물산 패션부문보다 나은 실적을 내고 있다.[이데일리 송주오 이윤화 기자]LF(093050)와 LG생활건강(051900), 오리온(271560)의 공통점은 뭘까. 각각 화장품, 패션, 제과업계에서 2위 주자라는 점이다. 국내 매출 기준 2등 업체지만 경쟁력 측면에선 1등 업체를 뛰어넘는다. 신시장과 신사업 개척으로 여러 방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1등 업체가 오히려 부러워할 위치에 올랐다. ◇사업다각화로 패션 시장에서 실속 챙긴 LF LF는 패션시장에서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이은 2등 업체다. 올 상반기 LF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382억원, 64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매출 8760억원과 영업이익 56억원을 올렸다. 매출 규모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더 크지만, 영업이익에선 LF가 삼성물산 패션부분을 크게 앞질렀다. 업계 1위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지만, 실속은 2위 업체인 LF가 더 있었던 셈이다. LF의 실속 경영의 배경에는 사업다각화가 있다. LF는 지난해 일본 식자재 유통 전문업체 모노링크(모노마트)를 인수한 데 이어 유럽 식자재 유통 전문업체인 구르메F&B도 품에 안았다. 같은 해에는 네덜란드 화장품 브랜드 ‘그린랜드’와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그라네파스텔’를 국내에 소개하며 화장품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이런 기조는 올해까지 이어졌다. 지난 9월 ‘헤지스’ 이름을 걸고 남성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로써 헤지스는 의류와 액세서리에 이어 화장품까지를 아우르는 종합 브랜드로 탈바꿈했다. 올해 상반기 LF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대비 7.7%, 16.6% 성장했는데 인수한 계열사들의 실적이 반영된 결과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실적에 탄력이 붙은 LF는 올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코람코자산신탁을 인수하며 부동산 사업에도 손을 뻗은 것이다. 금융업계 안팎에서는 LF의 경영 위험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꾸준한 수익을 올려줄 사업으로 평가하고 있다. LF는 패션에서 식품, 주류, 부동산에 이르는 광범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함으로써 투자에 따른 위험 요인을 분산했다. 사업 하나에만 집중하면 불황기에 기업의 생존 자체를 위협 받을 수 있는데, 사업을 다각화해 시장의 위기에 대비해온 것이다. LG생활건강은 럭셔리 브랜드 ‘후’의 화려함을 앞세워 중국인을 매료시켰다. 이를 발판삼아 지난해 면세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를 제쳤다. 중국 상하이 빠바이반 백화점의 LG생활건강 후 매장에서 고객들이 제품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사진=LG생활건강)◇결점 보완해 1위 위협 LG생활건강 화장품 업계에도 LF 같은 업체가 있다. LG생활건강이 주인공이다. 올 상반기 LG생활건강 화장품 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9011억원, 4063억원으로, 1등 업체인 아모레퍼시픽(3조2179억원, 4484억원)에 뒤졌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LG생활건강이 21.4%로, 아모레퍼시픽(14.0%)보다 높았다. LF와 마찬가지로 실속은 LG생활건강이 챙긴 셈이다.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 시장 절대 강자지만 화장품에 있어서만큼은 아모레퍼시픽에 상대가 안됐다. 만년 2위에 머물렀다. LG생활건강이 화장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한 건 인수합병(M&A)으로 될 성 부른 브랜드를 품으면서부터다. 2010년 더페이스샵 인수를 시작으로 바이올렛드림(구 보브) 화장품 사업, CNP코스메틱스, 태극제약 등을 연이어 사들이며 빠르게 경쟁력을 키워나갔다. 그 결과 지난해 면세시장에서 LF생활건강의 럭셔리 브랜드 ‘후’가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를 제치고 처음으로 판매 1위 브랜드에 올라서기도 했다. 음료와 생활용품 부문의 안정적 사업을 기반으로 화장품 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점이 결실을 본 셈이다. 후의 성공 비결은 설화수와 다른 브랜드 전략을 펼쳤기 때문이다. 설화수가 ‘한국의 미’를 강조하며 수수한 매력을 기반으로 했다면 후는 ‘왕후의 비밀을 담았다’며 화려함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런 점이 화장품 업계의 큰손인 중국인 관광객에 먹혀들며 설화수를 제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오리온은 1990년대부터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 지금은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벌고 있다. 국내 제과업계 1위는 롯데제과이지만 해외 합산 실적에선 오리온이 앞선다. 사진은 오리온의 중국 랑팡공장 전경.(사진=오리온)◇국내 1등은 롯데제과, 글로벌 1등은 오리온 제과업계에선 롯데제과와 오리온의 1위 경쟁이 흥미진진하다. 국내에선 롯데제과가 1등이지만, 해외로 눈을 돌리면 상황이 달라진다. 올해 상반기 롯데제과와 오리온의 국내 매출은 각각 7830억원, 3531억원. 두 회사 간 매출 격차가 두 배가 넘는다. 하지만 해외 합산 매출은 오리온 9691억원, 롯데제과 8390억원으로, 오리온이 1300여억 원을 더 벌었다. 양사의 차이는 글로벌 시장 개척에 있다. 오리온은 해외시장 진출 선봉에 섰다. 오리온은 1992년 중국과 수교를 맺은 이듬해인 1993년 중국 베이징에 현지 법인 ‘하오리여우’(좋은 친구)를 세워 중국 시장 조사에 나섰다. 이어 1997년 베이징 랑팡공장에서 현지인을 겨냥한 ‘초코파이’를 출시했다. 이후 2002년 상하이, 2006년 베이징, 2010년 광저우에 생산 공장을 지으며 중국 시장에서 ‘초코파이 신화’를 써내려갔다.오리온은 중국에 만족하지 않았다. 1993년 러시아, 1995년 베트남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냈다. 남들보다 빠른 판단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한 오리온의 제품들은 현지에서 ‘국민과자’ 반열에 올랐다. 베트남에서는 제사상에 초코파이를 올릴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적극적인 해외 시장 개척이 성공의 원동력이 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2등 업체는 1등 업체보다 시장에서 성장 한계에 더 빨리 봉착한다”며 “그런 만큼 기업의 성장을 위해 신 시장 및 신사업 발굴에 더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데, 1등에 버금가는 혹은 1등을 뛰어넘는 실적을 낸 2등 업체는 그러한 시도가 적중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서윤]
- 에어컨 설치 최대 한달…폭염에 분주한 가전·유통업계(종합)
- 폭염이 길어지면서 에어컨 판매량도 급증하고 있다.(사진=롯데하이마트)[이데일리 양희동 김정유 송주오 권오석 기자] 사상 유래없는 폭염이 2주 이상 지속하면서 국내 냉방가전·정수기·건자재 업계에서 특수가 이어지고 있다. 에어컨·선풍기 등 냉방가전을 비롯해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는 정수기, 냉방비를 줄여주는 건자재 등 다양한 제품들이 ‘폭염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대표적인 냉방가전인 에어컨의 경우 최근 구매에서 설치까지 최대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폭염으로 인해 제품 판매가 급증하면서 업체들의 영업·마케팅 대응도 분주하다.1일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최근 2주(7월 16일~31일)간 에어컨 매출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75%나 증가했다. 전자랜드에서도 7월 한 달간 에어컨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전년 동기보다 14% 늘었다. 업계에서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구매를 고려하지 않았던 고객들마저 구매행렬에 동참하면서 에어컨 판매량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에어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전자업계도 덩달아 바빠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에어컨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일부 직원은 휴가를 미루며 생산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다. 전자업계는 올 여름 수요를 대비해 지난 2월부터 에어컨 라인을 풀가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부쩍 늘어난 수요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에어컨 판매량 급증은 설치 기간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구매가 집중하면서 에어컨 구매에서 설치까지 최대 한 달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지금 에어컨을 구매하면 설치까지 서울 및 수도권은 6~9일, 남부지역은 7~11일가량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LG전자의 일부 인기 모델은 설치까지 최대 2주까지 소요된다. 심지어 TV홈쇼핑을 통해 구매할 경우에는 설치까지 에어컨 브랜드와 모델, 지역에 따라 한 달 이상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다.에어컨과 함께 사용하는 서큘레이터 판매도 늘고 있다. 신일산업(002700)의 지난달 에어서큘레이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20% 증가했다. 판매량으로는 지난달 약 13만 5000대로 전년 동기보다 50% 늘었다. 신일산업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7월 초까지 여름 성수기 냉방가전 생산을 미리 생산해두는데, 올해는 폭염으로 인해 생산량은 전년대비 20% 이상 늘려 잡은 상황”이라며 “이와 동시에 전국 양판점 등에 깔린 재고 제품 판매에 적극 대응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수기 시장도 폭염특수를 누리고 있다. 코웨이의 지난달 정수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30% 이상 늘었다. 지난달 정수기 판매량 중 냉수가 제공되는 냉정수기는 전체 판매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최근 지속하는 폭염 경보 및 열대야 영향으로 실내에서 시원한 물을 바로 마실 수 있는 정수기를 찾는 소비자들이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김상준 코웨이 실장은 “지속되는 폭염 영향으로 냉수를 제공하는 정수기에 대한 소비자 문의가 크게 늘며 판매량도 급증하고 있다”며 “당분간 무더위가 지속될 전망으로 정수기의 판매 호조는 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슈퍼정수기’로 직수형 정수기 분야 강자로 자리잡은 SK매직도 최근 폭염 영향에 판매가 늘었다. SK매직의 지난달 정수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35% 늘었다. 청호나이스의 지난달 정수기 판매량도 1만 7700대를 기록, 전년 같은 기간대비 판매량이 4% 정도 증가한 상황이다.편의점 업계도 폭염으로 활짝 웃었다. CU의 7월 얼음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36.7% 신장했다. 같은 기간 아이스드링크(32.2%), 이온음료(25.6%), 차음료(18.5%), 탄산음료(16.9%) 등이 두 자릿수 신장률을 보였다. GS25에서도 얼음이 불티나게 팔렸다. 최근 2주간(7월 13일~31일) 봉지얼음과 얼음컵의 매출이 각각 전년 동기대비 86.8%, 52.4% 늘었다. 이온음료(72.6%), 아이스크림(58.9%), 아이스음료(35.2%) 등도 큰 폭으로 판매가 늘었다.패션과 뷰티시장에서도 폭염 영향을 엿볼 수 있다. 땀 냄새를 제거하는 데오드란트와 자외선 차단제 등의 판매량이 70% 이상 늘었다. 의류·생활용품 브랜드 자주(JAJU)가 제작한 냉각 소재 침구와 인견 소재 제품은 매진된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더워지는 폭염에 에어컨 수요가 증가하고 덩달아 얼음·아이스크림 등의 시원한 식품 판매도 큰 폭으로 늘었다”며 “장기화한 폭염으로 뷰티·패션 영역에서도 관련 상품 재고가 부족할 정도”라고 말했다.건자재·가구업계도 냉방비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제품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건자재 업계에선 건물 옥상을 비롯해 지붕 온도를 낮춰주는 ‘차열페인트’가 단연 인기다. 차열페인트를 사용할 경우 냉방에 필요한 에너지의 20% 이상을 줄여준다. 연간 차열페인트 매출의 90% 정도가 6~8월 사이에 발생한다. 가구업계에선 현관과 거실 사이에 설치하는 중문(中門) 제품 수요가 높다. 중문을 일단 닫아놓기만 하면 냉기가 집안에 남아 냉방 효율이 높아진다.편의점에서 아이스드링크를 구매하는 고객.(사진=CU)
- 공기청정기·미세먼지 마스크…주목받는 '안티더스트' 산업 (종합)
- 집진 탈취성능 높인 교원웰스의 ‘웰스 제로 아이케어’ 공기청정기(왼쪽), 올초 미국 가전박람회 ‘CES 2018’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코웨이 ‘액티브액션 공기청정기’. (사진=각 사)[이데일리 송주오 박경훈 기자] 전국을 뒤덮은 미세먼지와 관련해 공기청정기, 마스크, 안구세정제 등 ‘안티더스트’(Anti-Dust) 제품들이 주목받고 있다.26일 온라인 쇼핑사이트 11번가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마스크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176% 늘었다. 같은 기간 공기청정기 매출은 29% 증가했다. 오프라인 시장에서도 최근 미세먼지 관련 제품 수요가 대폭 늘었다. 롯데하이마트의 이달 1일부터 25일까지 공기청정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77% 늘었다.미세먼지 영향으로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늘면서 코웨이(021240)와 교원, 위닉스(044340) 등 생활가전업체들은 공기청정기 신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렌털업계 1위인 코웨이는 올 상반기에만 액티브액션을 비롯한 공기청정기 5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액티브액션 공기청정기’는 올해 코웨이의 대표 제품으로 공기 흡입구와 토출구가 상하좌우 회전하는 ‘오토 스윙’ 기능을 적용했다.교원은 지난 19일 42.4㎡(12.8평)용 공기청정기 신제품 ‘웰스 제로 아이케어’를 출시했다. 교원 측은 “유아들이 장시간 생활하는 어린이집 등 보육기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 이에 맞춤형 제품을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SK매직도 지난 14일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먼지 방향을 감지해 청정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모션 공기청정기’를 선보였다. 공기청정기 판매량 증가로 지난해 실적을 크게 개선한 위닉스 역시 올해 4~5종의 공기청정기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제약업계에서는 ‘미세먼지 마스크’, ‘황사 마스크’ 등으로 불리는 ‘보건용 마스크’가 인기를 얻고 있다. 보건용 마스크는 식약처로부터 의약외품으로 ‘KF’(Korea Filter)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유한킴벌리에 따르면 ‘크리넥스 황사 마스크’의 이달 매출은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보건용 마스크 외에 코에 삽입하는 ‘노스크’도 인기를 끌고 있다. 마스크가 입과 코를 모두 덮어 답답하고 불편했던 점을 개선한 제품이다. 미세먼지를 96.3%까지 걸러낼 수 있는 데다 세척 후 재사용할 수 있는 노스크는 일동제약, 카스 등이 판매한다. 이와 함께 동아제약이 일본에서 들여와 국내에 판매하는 안구세정제 ‘아이봉’도 마스크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휴대용 산소캔 수요 증가도 눈에 띈다. 11번가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27일까지 휴대용산소캔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784% 급증했다. 휴대용 산소캔은 캐나다 로키산맥 등의 맑은 공기를 캔에 압축·주입해 2~3초 간격으로 사용하는 제품이다. 수년 전부터 시중에 제품이 판매되기 시작, 봄이 시작되는 최근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일년 내내 몰아치는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으로 공기청정기, 마스크 등 미세먼지 아이템이 사계절 꾸준히 판매되지만, 미세먼지와 함께 황사가 불어오는 봄은 관련 업체들에게 성수기에 해당한다”며 “특히 올 봄 들어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발생하면서 관련 업체들의 대응도 분주하다”고 말했다.
- [식품박물관]①오뚜기 함태호의 고집 "한국인에게 수입산 못 먹인다"
-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미국의 언론인 콜린 데일러 센이 2011년 저술한 ‘커리의 지구사’는 한국에서 ‘카레’라고 불리는 커리(curry)가 인도를 벗어나 세계인의 음식이 되기까지 여정을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한국의 카레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커리는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가정식이다. 한국 사람들은 대체로 시판용 커리가루를 사용해 일본식 커리를 만들어 먹는다.”◇인도 커리에서 유래, 영국과 일본 거쳐 카레는 인도와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에서 먹던 전통 음식이다. 멀리 남부 아시아 대륙에서 즐겨 먹던 커리가 카레로 이름이 바뀌어 한국에 들어온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일본과 영국을 거쳐야 한다. 카레는 강황을 주재료로 커리 잎, 호로파, 고추, 후추 등 여러 향신료로 구성한 커리 가루와 소스가 들어간 스튜를 비롯해 볶음밥과 튀김 등을 통칭한다. 특히 남부 인도에서는 고기와 채소를 강황 등과 함께 기름에 볶은 요리를 즐겨 먹었다. 이를 현지에서는 카릴(karil) 혹은 카리(kari)라 불렀고 17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인도를 식민지배 하던 영국인들이 이것을 커리(curry)라 부르면서 카레가 유래했다. 인도에서 벗어나 영국으로 건너간 카레는 ‘동양에서 만들어진 희귀한 스튜’라는 이미지로 영국인들 뿐만 아니라 유럽인들을 사로잡기 시작한다. 특히 한 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던 영국은 자국의 해군의 보급식량으로 카레를 선택한다. 세계 각지를 누비던 영국 함대가 도착한 곳 중에 한 곳이 바로 일본이었다. 19세기 중반 혼슈 가나가와현의 요코스카항에 정박한 영국 함대의 해군들이 커리를 먹는 것을 본 일본 해군 장성들은 커리를 영국군의 체력 비결로 보았다. 결국 일본 해군도 영국 해군처럼 커리를 보급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커리는 카레로 이름이 바뀐다. 그리고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게 된 조선에서도 20세기 초반 일본의 영향으로 카레가 식탁에 오르기 시작한다. ◇우리가 먹는 음식 한국에서 만든다오뚜기 홈페이지 내 회사 연혁에 게재한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주요 자료 사진. 단체사진을 찍는 직원들의 모습과 안양 공장 건설 및 함태호 회장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들로 구성했다.한국에서 카레가 강황을 주재료로 하는 노란 향신료 가루에 감자와 당근, 양파 등의채소와 소고기와 닭고기를 볶아 끓인 물에 넣어 걸쭉하게 죽처럼 만든 요리로 굳어진 데에는 배경에는 오뚜기의 ‘오뚜기 카레’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함태호(1930~2016) 오뚜기 초대 회장은 1969년 오뚜기의 모태인 풍림상사를 창업하며 1호 제품으로 분말형태의 ‘오뚜기 즉석카레’를 선보였다. 함경남도 원산 출신의 함 회장은 비평준화 시절 명문고로 꼽힌 경기고를 나와 홍익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함 회장은 친형인 함승호 조흥화학공업 창업주가 기초화학물과 식품첨가물 제조에 뛰어든 것을 보고 서구 조미식품을 비롯해 소스의 한국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자신만의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던 함 회장은 회사를 차리면서 ‘카레’를 국산화 하기로 결심한다.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을 통해 들어왔던 카레는 한국인들에게 낯설지 않았던 외국 음식이었다. 20세기 초 개항 이후 일본인들이 조선에 진출하면서 카레를 가져왔고 이른바 해외 최신 메뉴로 퍼지기 시작한다. 1930년대 국내 일간지에서는 카레에 대한 기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1935년 5월 동아일보는 “우리 조선에서도 시골궁촌이 아니면 어지간이 보급되였다”고 카레를 소개했다. 1937년 12월 조선일보 기사에서도 “흔히 너절한 식당 가튼 데를 가면 주문한 지 오분도 안되어서 내어놋는 라이스카레가 잇습니다”는 내용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카레에 대한 맛 표현은 비슷했다. 인도음식이라고 카레를 소개하면서 “이것은 먹고 잇슬 때는 입안이 확근확근하고 몸에 털이 오르는 것 가트며 더옵기도하다‘고 평했다. 함 회장이 식품회사를 차리면서 첫 제품으로 카레를 내놓은 배경에는 카레가 한국인이 좋아하는 식품으로 자리를 잡았음에도 수입에 의존하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영국 해군을 통해 커리를 도입한 일본은 이후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며 강황 가루와 밀가루 등을 배합해 인도식 커리와는 다른 카레를 만든다. 밥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도 일본의 카레를 거부감없이 받아들였지만 정작 카레 가루는 국내에서 대규모로 제조하지 못하고 수입에 의존했다.◇수입산 밀어내고 반세기 ‘부동의 1위’ 출시 초반 ‘오뚜기 카레’는 수입산에 밀려 낮은 인지도로 매출이 좋지 않았다. 이미 일본의 ‘S&B’와 ‘하우스인도카레’ 등 수입산 제품이 굳건하던 시장에서 ‘오뚜기 카레’는 설자리가 좁았다. 게다가 1970년 초 정부가 카레에서 카레 속 불연성의 광물질인 ‘회분(ash)’이 제한 수치(7%)를 초과한 14.6%로 과다 검출됐다고 발표하며 궁지에 몰린다. 하지만 품질에 있어만큼은 자신이 있었던 함 회장은 신문광고 등을 통해 이를 반박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다. 먼저 1973년 사명을 오뚜기 식품공업주식회사로 바꾼 이후 ‘오뚜기 카레’ 홍보를 강화한다. 또한 평일 오후 5시와 6시 어린이 방송 시간대와 가족들이 함께 TV를 보는 일요일에 TV광고를 집중했다. 이때 나온 것이 ‘일요일은 오뚜기 카레’라는 CM송이었다. 여기에 회사 영업용 차량에 오뚜기의 심벌마크를 부착하고 오뚜기에서 나오는 다른 제품의 포장박스에도 ‘오뚜기 카레’ 문구를 써넣었다. 이 외에도 기존 도매상 위주의 유통 거래에서 제품을 직접 점포에 납품하는 루트 세일(Route Sale)을 식품회사 최초로 펼쳤다. 오뚜기 직원이 직접 점포에 ‘오뚜기 카레’를 배송하고 진열과 함께 판촉행사까지 같이하면서 ‘오뚜기 카레’의 인지도를 높여나가기 시작한다. 결국 ‘오뚜기 카레’는 수입산 제품을 밀어내고 한국에서 카레의 대명사로 군림하기에 이른다. ◇엄격한 품질관리 안방 시장을 사수하다올해로 출시 48주년을 지난 ‘오뚜기 카레’는 국내 분말 카레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며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다른 식품회사들은 틈새시장을 노릴 뿐 분말 카레 시장 진출 자체를 꺼려할 정도다. 오뚜기가 연매출 2조원에 가까운 식품회사로 성장하는 밑바탕에는 ‘오뚜기 카레’의 굳건한 품질이 밑바탕이 됐다. 오뚜기는 카레의 주제료인 강황을 비롯한 향신료를 직접 직원들이 현지에 가서 육안으로 확인 한 뒤 수입하고 국내 공장에서 분쇄한다. 또한 국제공인시험기관 KOLAS의 인정기관인 오뚜기 식품안전센터는 국내 식약처 기준 외에도 미국의 FDA, EU의 RASFF, 일본 후생성 등 세계 각국의 식품안전기관과 소비자단체들이 내세우는 기준 및 정보까지 수집해 제품에 적용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 외에도 국내 최고 수준의 유화기, 균질화기, 레토르트 살균기 등의 설비와 각종 분석기기들을 갖춘 중앙연구소를 운영하며 품질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품질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은 오뚜기가 카레 외에도 케찹과 마요네즈, 후추 등 30여가지 품목에서 외국계 회사의 공세 속에서도 안방 시장을 내주지 않는 원동력이 됐다. 함 회장은 2011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식품산업 발전과 사회 공헌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함 회장은 평소 자신의 식품철학에 대해 “보다 좋은 품질, 보다 높은 영양, 보다 앞선 식품으로 국민식생활 향상에 이바지 한다”고 밝혀왔다. 이러한 함 회장의 유지는 오뚜기가 최근 국민들로부터 소위 ‘갓뚜기’라 불리며 찬사를 받는 밑거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