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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대 국회서 첫 '민생법안' 합의처리…거부권 법안은 뇌관
- [이데일리 최영지 한광범 이수빈 기자] 여야가 28일 본회의를 열고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간호법 제정안을 비롯 ‘전세사기특별법’(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구하라법’(민법 개정안) 등 다수 민생법안을 처리했다. 개원식도 하지 못한 채 정쟁을 지속하던 여야가 제22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합의 처리한 민생법안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7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간호법이 재적 300인, 재석 290인 중 찬성 283인, 반대 2인, 기권 5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사진=뉴스1)◇28건 민생법안 본회의 통과…제22대 국회서 ‘첫 여야 합의’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일명 ‘구하라법’과 간호법 제정안,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개정안,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28개 민생 법안을 합의처리했다. 석 달 넘게 반복됐던 ‘야당의 법안 강행-거부권-재표결 및 법안 폐기’ 절차를 거듭하며 민생은 뒷전이라는 지적에서 벗어나 모처럼 국회가 성과를 낸 것이다.본회의에서 가장 먼저 구하라법이라고 불리는 민법 개정안이 재석 의원 286명에 찬성 284명, 기권 2명으로 통과됐다. 개정안은 피상속인에게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았거나 학대 등 범죄를 저지른 경우 등 상속받을 만한 자격이 없는 부모의 상속권을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2019년 사망한 가수 고(故) 구하라 씨의 오빠 호인 씨가 입법 청원하면서 구하라법으로 불리게 됐다. 구하라법은 20·21대 국회에서도 큰 이견이 없었지만 정쟁에 밀려 번번이 폐기된 바 있다. 개정안은 2026년 1월 시행된다. 헌법재판소가 직계 존·비속 유류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난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도 소급 적용된다.전세사기특별법과 간호법 제정안도 국회 문턱을 넘었다. 2개 법안 모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재표결에서 무산됐지만 이후 여야가 한발씩 물러나 수정안을 마련하면서 합의에 이르렀다.간호법의 경우 대한간호협회가 지난 1977년 간호계 숙원으로 법제화를 처음 추진해 47년 만에 의료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간호사 등의 업무를 떼어 내 독자적인 법률로 제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제정안은 의사의 수술 집도 등을 보조하면서 의사 업무를 일부 담당하는 PA 간호사를 명문화하고 그 의료 행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게 핵심이다.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재석 295인 중 찬성 295인으로 본회의를 넘었다. 이번 개정안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매를 통해 전세 피해 주택을 낙찰받아 피해자에게 감정가 차익을 돌려주고 공공임대로 장기 제공하는 방식의 정부안을 골자로 한다. 공급 대상은 해당 주택의 전세사기 피해자를 우선으로 하며 경매 차익을 임차료로 지급해 최장 10년간 무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했다.우원식 국회의장(오른쪽부터)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동에 앞서 인사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정쟁 지속…채해병 특검·금투세 폐지 두고 여야 갈등 불가피국회 내 갈등 뇌관은 여전히 존재한다. 여야는 쟁점 법안에 대해선 아직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데다 여야가 대립 중인 채해병 특검법 재추진 움직임도 야당 측에서 감지되고 있어서다.이날 윤 대통령이 앞서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방송4법과 노란봉투법, 전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은 상정되지 않았다.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해당 법안을 다음 달 26일 본회의에서 재표결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추 원내대표는 “민생을 제대로 살피는 생산적인 국회가 될 수 있도록 여야가 함께 노력하기를 기대한다”면서도 “다만 여러 정쟁 이슈가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을까 예상한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민생을 위한 일에 매진하는 데 한 치도 소홀함 없이 하자”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 재표결을 두고 민주당과의 갈등을 언급한 것이다. 또 일가정 양립 등 육아휴직 법안과 국가전략망법 등이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다음 달 본회의 처리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의 박 원내대표도 “민생 해결을 적극 하는 것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인데, 많이 늦어진 감이 있어서 국민께 송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 길 위의 국회의장, 우원식의 '현장' 국회[국회기자 24시]
-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주말마다 길에 나와서 휴대용 선풍기 하나 틀어두고 얘기 좀 하자고 하는 사람이 국가 의전 서열 2위의 국회의장이라면 믿어지실까요?잘 그려지는 모습은 아닙니다. 권력자들은 늘 텔레비전 속에서만 얼굴을 비추고 국회의원들은 선거 때만 지하철 역을 찾는 것처럼 느껴지니까요. 그런데 의전 서열 2위가 되어도 여전히 길 한 켠에 책상을 펴 두고 시민을 만나는 정치인이 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입니다. 그는 자신의 성씨인 ‘우’(禹)를 따다가 ‘우문현답’,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현장 행보에 방점을 찍어왔습니다. 정치인들에게 ‘생(生)민심’, 날 것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라고 당부한 우 의장의 지난 80일을 짚어보려 합니다.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4일 서울 노원구 경춘선숲길 방문자센터 앞에서 ‘현장민원실’을 열고 시민들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사진=우원식 국회의장 페이스북 캡쳐)◇여야 갈등은 적극 중재, 민심 청취도 멈추지 않는 禹우 의장은 여야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 국회의장으로 선출됐습니다. 그가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된 제22대 국회는 다수를 점한 야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국민의힘은 그에 맞서 대통령에게 계속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전쟁터였습니다.지난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우 의장은 “여야의 구조적 갈등 요인이 국회 운영에서는 사실상 상수”라며 “의장으로선 여야 중재에 난관이 클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 더 많은 고심을 하고 애를 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어요. 그러면서 “대화와 중재, 국회법 절차, 어느 하나에 묶이지 않고 어떻게든, 반 발짝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방법, 국민에게 이로운 방향이 무엇인가를 중심에 놓으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국회가 ‘합의’를 이유로 공전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의장의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이미 그는 의장에 당선된 직후부터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혀 왔습니다. 의장에 선출된 지 일주일쯤 지났던 6월 17일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해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겠다고 경고했고, 7월 24일에는 ‘방송4법’ 과 관련해 중재안도 제시했습니다. 8월 14일에는 15일로 예정된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는 입장도 상세하게 설명했고요.우 의장의 측근인 민주당 중진 의원은 “기존 의장들은 기계적 중립을 지키려 한 측면이 있는데 우 의장은 여야 합의 과정에서 본인의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여야 원내대표의 몫으로 넘겨졌던 협상에 의장이 직접 참여했다는 의미입니다.우 의장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현장성’입니다. 대표적으로 그는 민주당의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지내 민생 현장 방문을 주도했습니다. 현재도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구에서 현장 민원실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습니다.또 다른 민주당의 중진 의원은 “우 의장은 의원 시절부터 민생 현장을 많이 다녔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노력도 했고 성과도 냈다”며 “그런 분이 의장이 됐으니 국회가 민생을 중심에 둬야 한다는 생각이 분명할 것”이라고 봤습니다.우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의원들에게 “자기 주변 사람들 얘기를 많이 듣고 그걸 민심이라고 하는데, 국민들의 진짜 민심, 생(生)민심을 청취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與 “공정하게 해주시길” 아쉬움도…양당 원내대표와 만남 주선민주당 출신의 우 의장이 목소리를 키운 만큼 국민의힘에겐 국회 운영 중 상대해야 할 ‘플레이어’가 하나 더 늘어난 상황입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우 의장이 내리는 결단이 민주당 쪽에 경도된 것이라 볼 수 있겠죠. 국민의힘 원내핵심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공정하게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표했을 정도인데요. 원 구성 협상에서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운영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가져가겠다고 선언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모두 가져갔습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도 무리 없이 국회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도 불구하고 채해병 특검법(순직해병 수사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방송4법 등은 본회의를 통과했네요. 여야 합의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법안 상정 여부를 고심해 온 전임 김진표 국회의장과 가장 대비되는 지점입니다. 다만 우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와 3자 회동을 정례화하고 “자꾸 만나서 고충도 얘기하다 보면 풀어지기 때문에 국회의장은 그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중재자 역할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여야가 극한 대립을 멈추고 합의점을 찾아내기를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