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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락 요인 없는 외환시장…환율 1400원 진입 분수령[주간외환전망]
-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이번주에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의 발언과 경제 지표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의 금리인하 지연으로 인한 ‘킹달러’ 현상이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국제유가 상승, 엔화 약세, 배당 역송금 등 원화 약세 요인만이 산재해 있어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위협할 것으로 전망된다.지난주 환율은 예상치를 상회한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며 연준의 6월 금리인하 기대가 소멸됐다. 이에 달러 가치는 연중 최고치로 오르며 환율은 1360원을 돌파했다. 여기에 주 후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외환시장 개입 의지를 나타내지 않으면서 환율은 1370원 중반대까지 치솟았다. ◇미 소매판매·연준 위원 발언 관건사진=AFP오는 15일에는 미국의 3월 소매판매가 발표될 예정이다. 시장 컨센서스를 보면 전월비 0.4%로 2월(0.6%)보다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월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어 소비 흐름이 아직 양호하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모멘텀은 조금씩 약화되고 있다고 평가될 경우 급등했던 미국 금리나 달러가 주춤해질 여지가 있다. 특히 연준 위원들이 3월 소비자물가 결과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두고 시장의 관심이 주목될 것으로 보인다. 물가의 둔화 추세가 유효하다는 입장과 더불어 금리인하 시기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발언이 이어질 수 있어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은 지속될 수 있다.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은행(연은) 총재와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미셸 보먼 연준 이사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윌리엄스 총재의 최근 톤은 중립적이라 큰 이벤트는 되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보먼 이사는 최근 한 연설에서 금리인상을 언급하고, 보스틱 총재도 4분기 단 한 번 인상을 주장하며 매파적인 성향을 보인 바 있다. 이번주에도 이와 비슷한 언급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배당, 엔화, 유가 환율 상방 요인사진=AFP이번주에는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과 실물지표 발표가 예정돼 있다. 16일 발표될 1분기 중국 GDP는 전년대비 4.6% 성장이 예상된다. 양호한 소비, 생산과 달리 춘절 이후 재차 드러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압력은 성장에 있어서 부정적으로 작용 중이다. 부동산에서 첨단산업으로의 성장 모델 전환 과정 중 심화되고 있는 제조업 과잉 생산 또한 오히려 생산성을 낮추는 모습이다.같은 날 나오는 중국의 3월 소매판매, 산업생산, 고정자산투자 모두 전월대비 증가폭이 1~2월에 비해 개선될 것이란 판단이다. 중국 경제 지표에 따라 위안화 변동성이 커지며 환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예의주시해야 한다. 또한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도 원화에 부담이다. 최근 달러·엔 환율은 153엔을 돌파하며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3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일본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성 발언이 계속되고 있지만 엔화 약세를 일시적으로 방어할 뿐 큰 힘을 못 쓰고 있어 다음주에도 이같은 흐름이 반복될 수 있다.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있는 것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를 키운다. 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 금리인하 지연으로 이어지면서 달러 강세를 더욱 견고히 할 수 있다. 아울러 이번주에는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의 배당 시즌이 시작된다.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배당 역송금’은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투자로 받은 배당금을 달러로 바꿔서 자국에 송금하는 것으로, 이때 달러화 수요가 많아지면서 환율은 급등할 수 있다.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환율이 1380원에 가까워진 만큼 다음 레벨을 1400원으로 지목하고 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실제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전까지 지정학적 리스크와 물가 우려를 반영하며 달러는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환율도 예상 범위를 넓게 잡아야 할 것”이라며 “딱히 저항구간이 없다는 점에서 달러가 추가로 강세 시 1400원대까지 상승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이번주부터 기아를 비롯한 외국인 배당 규모가 큰 기업들의 배당지급일이 도래한다”며 “불확실한 대내외 여건까지 고려하면 매년 4월 반복된 계절적인 상방 압력 노출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은행의 한 딜러는 “유일한 환율 하락 재료는 당국의 개입 경계감이었는데 그것마저 없어졌다”며 “당분간 달러 강세 분위기를 반전시킬 만한 분기점이 잘 보이지 않아 환율이 계속 상승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사진=NH투자증권
- 물가 쇼크에 꽉 닫힌 ‘6월 금리인하’…장중 환율, 1365원 터치[외환분석]
-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60원을 돌파했다. 미국의 물가 쇼크에 인플레이션 우려, 금리인하 지연으로 이어지며 달러화는 강력해졌다. 이미 연고점을 넘어 코로나 이후 금리인상기 때로 환율이 치솟았다. 당분간 달러 강세가 지속되며 환율이 추가 상승할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환율 1년 5개월 만에 ‘최고’사진=AFP11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오후 12시 34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1354.9원)보다 8.95원 오른 1363.85원에 거래 중이다.이날 환율은 역외 환율을 반영해 전 거래일 종가보다 10.1원 오른 1365.0원에 개장했다. 지난 2일(1356.0원) 연고점을 경신한 것이자, 장중 고가 기준으로 지난 2022년 11월 10일(1378.5원) 이후 1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 시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한창 금리인상을 단행하던 때다. 개장가를 고점으로 환율은 1360원 초중반대를 오가고 있다. 지난주 뜨거웠던 고용에 이어 소비자물가(CPI)도 시장의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미국 경제의 견고함이 증명됐다. 미 3월 소비자물가는 전월보다 0.4% 올라 월가 예상치인 0.3%를 웃돌았다. 전년 동월대비로는 3.5% 올랐다. 이는 전월치였던 3.2%와 월가 예상치인 3.4%보다 상승 폭이 컸다. 근원 소비자물가는 전월대비 0.4% 올랐다. 이는 전월과는 같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예상치인 0.3% 상승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3.8% 올라, 예상치인 3.7%를 웃돌았다. 소비자물가는 석 달 연속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81.3%로 반영했다. 6월 25bp 금리인하 가능성은 17.9%로 축소됐다. 이에 연준이 6월에 금리인하할 가능성은 사실상 소멸됐고, 7월도 아닌 9월 금리인하로 후퇴했다. 당초 올해 세 차례 금리인하에서 두 차례 이하 인하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TV에 출연해 “다음 금리 행보는 인하가 아니라 인상이 될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도 3월 소비자물가 발표 직후 올해 금리인하 전망 횟수를 종전 3회에서 2회로 하향조정했다.글로벌 달러화는 초강세다. 달러인덱스는 10일(현지시간) 저녁 11시 34분 기준 105.12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5개월여 만에 최고치다.엔화는 약세가 심화했다. 달러·엔 환율은 장중 한 때 153엔대까지 치솟으며, 엔화 가치가 달러 대비 3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 금리인하 지연으로 엔화 약세의 주된 요인으로 꼽히는 미국과 일본 간 금리 차가 당분간 축소되지 않고 유지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강해진 것이다. 이날도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이 “과도한 움직임에는 모든 옵션(선택지)을 배제하지 않고 적절히 대응하겠다”며 시장 개입을 시사하자, 달러·엔 환율은 152엔대로 내려와 움직이고 있다.위험회피 심리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 우위를 나타내며 환율 하락을 지지하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5500억원대를 순매수하는 반면, 코스닥 시장에선 600억원대를 순매도 하고 있다. 국내은행 딜러는 “개장가를 고점으로 해 이후에는 달러 매도세가 들어왔고, 확실히 1360원 후반대에서는 상단이 제한되는 분위기”라며 “또 일본 외환당국의 엔화 개입 경계로 인해 계속해서 환율은 하락 방향”이라고 설명했다.◇강달러 지속…다음 지지선 1380원사진=AFP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예상보다 선전하고 있는 미국 경제로 인해 달러화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2분기 환율 상단도 상향 조정하고 나섰다.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 지연은 달러화 강세와 함께 원화 약세 부담을 높일 것”이라며 “당초 환율 상단을 1350원 수준으로 예상했지만 1380원으로 높인다”고 밝혔다.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원은 “외국인 자금 유입, 수출 호조에도 원화 약세가 타 통화 대비 두드러진다”며 “이는 결국 우리나라 경기가 미국 경기 호조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서 연구원은 “따라서 국내 영향보다 미국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다”며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황, 통화정책 지연 등이 가장 핵심적으로 우리 수급을 누르고 있다”고 진단했다.국내은행 딜러는 “현재 지표와 경제 상황으로 봐서는 달러 강세 추세가 꺾이기는 쉽지 않다”며 “연준의 금리인하는 7월을 시작으로, 연 2회 정도에 그칠 듯 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