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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러코스터 양상 美 은행주…당국, 공매도 투기세력 의심
-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김정남 뉴욕 특파원]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으로 촉발된 미국 은행 위기가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미 중소·지역은행 주가가 폭락과 폭등을 반복하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국은 은행주의 과도한 변동성의 배경에 공매도 투기 세력이 관여했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한시적으로 은행주 공매도를 금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에 이어 파산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팩웨스트 뱅코프, (사진= AFP)◇‘파산 위기설’ 팩웨스트 주가 돌연 82% 폭등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팩웨스트 뱅코프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81.70% 폭등한 5.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6.22달러까지 치솟았다. 전날 50.62% 폭락한 이후 갑자기 다시 오른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를 본사로 한 팩웨스트는 최근 파산한 퍼스트 리퍼블릭에 이은 위기 은행으로 지목 받아 왔다. 팩웨스트는 자산 매각을 포함한 전략적 옵션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직접 밝혔고, 그 이후부터 SVB와 시그니처은행, 퍼스트 리퍼블릭에 이어 붕괴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이밖에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 코메리카, 자이언스 등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소·지역 은행 주가도 이날 각각 49.23%, 16.76%, 19.22% 치솟았다. 특히 애리조나주 피닉스를 거점으로 한 웨스턴 얼라이언스는 회사 전체 혹은 일부 사업의 매각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 이후 주가가 폭락했다가 은행측이 이를 공식 부인하면서 반등했다.지역은행 주가가 갑자기 뛴 것은 JP모건이 이날 웨스턴 얼라이언스, 코메리카, 자이언스 등에 대한 투자 의견을 상향 조정한 덕분으로 보인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이들 은행이 “강한 공매도 압력”으로 “잘못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 하락이 예상되면 해당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을 말한다. JP모건은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사태)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한 우려가 이들 은행주의 가치를 끌어내렸다고 지적했다. 웨스턴 얼라이언스와 코메리카의 투자의견은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상향됐고, 자이언스는 ‘비중 축소’에서 비중 확대로 두 단계 올라갔다.게리 갠슬러 SEC 위원장. (사진= AFP)◇“공매도 세력, 은행주 폭락 조작했나”…당국 집중 조사 당국은 중소 은행주들의 과도한 주가 하락 요인으로 꼽힌 공매도에 투기 세력이 개입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전날 소식통을 인용해 “당국이 은행 주가 변동성 뒤에 있는 시장 조작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며 “최근 주가 변동성은 많은 지역 은행들이 안정적인 예금과 충분한 자본 등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데이터 분석 회사인 오텍스는 지난 4일 팩웨스트, 웨스턴 얼라이언스, 자이언스, 퍼스트 호라이즌 등에 대해 총 4억3047만달러(약 5712억원)의 공매도 주문이 몰렸다고 집계했다. 또 공매도 세력은 5월 첫 이틀 동안 12억달러(약 1조6000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되기도 했다. 같은날 미국은행연합회(ABA)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지역은행 주식에 대한 공매도를 멈추게 해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지역은행들도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에게 공매도의 상당 부분이 “은행들의 재정상태를 반영하지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이를 막아달라고 서한을 보냈다. 겐슬러 위원장은 은행주들에 대한 공매도에 시장 조작 움직임이 있었는지를 집중 조사할 것이라고 했으며, 백악관도 이미 은행주에 대한 공매도 압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당국은 한시적인 공매도 금지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 금융당국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에도 일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한 바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공매도 자체를 금지하는 것보단 시장 조작 등 위법 행위를 식별해 내고 기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한편, 일부에서는 은행주 변동성이 실제 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소피의 리즈 영 투자전략 책임자는 “지역은행 부문의 여파가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유동성 위기는 보편적인 어려움”이라고 했다.
- 70년만에 열린 英대관식…찰스 3세 "섬김받지 않고 섬기겠다"
-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찰스 3세(74) 영국 국왕이 6일(현지시간) 공식적으로 영국 국왕에 올랐다. 대관식을 통해 찰스 3세 국왕이 ‘이견이 없는’ 왕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영국과 14개 영연방 왕국의 군주임을 선포한 것이다. 영국 국왕 중 가장 고령으로 즉위한 찰스 3세는 영국의 40번째 왕이 됐다. 찰스 3세는 6일(현지시간) 대관식을 치르고 영국과 영국과 14개 영연방 왕국의 군주임을 선포했다. (사진= AFP)◇찰스 3세, 왕세자 책봉 65년만에 국왕에 올라 영국 BBC 등 외신 따르면 찰스 3세의 대관식은 이날 오전 런던 버킹엄궁에서 커밀라 왕비와 함께 ‘다이아몬드 주빌리 마차’를 타고 대관식이 열리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향하는 ‘왕의 행렬’로 시작됐다.이번 대관식은 ‘섬기는 소명’을 주제로 영국 국교회 최고위 성직자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집전했다. 승인(Recognition), 서약(Oath), 성유의식(Anointing), 왕관 수여식(Investiture), 즉위(Enthronement) 순서로 진행됐다. 찰스 3세는 서약식에서 “하느님의 이름으로, 그의 본보기로서 나는 섬김받지 않고 섬기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관식은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 이후 70년 만에 치러진 것으로, 찰스 3세가 왕세자로 책봉된 이후 65년 만이다. 찰스 3세는 엘리자베스 2세와 필립공의 장남으로 태어나 그의 나이 9세 때 일찌감치 왕세자에 올랐지만, 엘리자베스 여왕이 역대 최장기간인 70년간 즉위하면서 최장수 왕세자로 지내게 됐다. 이날 행사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대신 참석한 질 바이든 여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국가원수급 인사 100여명이 자리했다. 한국 정부 대표로는 한덕수 총리가 참석했다.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사진= AFP)이번 대관식은 70년만에 치러지는 만큼 현대적인 가치를 반영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 대관식에 가장 먼저 입장하는 성직자 행렬에는 영국 국교회 외에 유대인, 이슬람교도, 힌두교도, 불교도, 시크교도 지도자들이 함께했고, 대관식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사제가 참석했다. 찬송가는 영어 외에 웨일스어, 스코틀랜드어, 아일랜드어로도 불렸다. 이번 대관식은 안팎의 좋지 않은 경제 상황을 감안해 이전보다 규모를 축소했다. 참석한 귀빈의 수는 2000여명으로 엘리자베스 2세 대관식 때 8000여명이 초정된 것에 비해 크게 줄었다. 다만, 최소 1억파운드(약 1668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추정돼 ‘혈세 낭비’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관식을 마친 뒤 황금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으로 돌아가는 찰스 3세 내외. (사진= AFP)◇빗속에서 ‘황금마차’ 보러 기다려 …군주제 반대 시위도런던 시내 곳곳에서는 며칠 전부터 역사적인 순간을 보기 위해 접이식 의자와 텐트를 동원한 사람들로 붐볐다. NYT는 “수천명의 사람들이 가랑비를 맞으며 대관식을 지켜보기 위해 거리에 줄지어 서 있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영국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다고 전했다. 특히 대관식이 끝난 뒤 버킹엄궁으로 복귀하는 찰스 3세 부부가 260년 된 ‘황금마차’(Gold State Coach)를 타고 등장하자 군중들은 환호했다. 축제 분위기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트래펄가 광장에서는 국왕 부부 행렬이 지나갈 때 군주제 반대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반군주제 단체인 ‘리퍼블릭’(Republic)은 찰스 3세의 행렬을 향해 야유를 보내며 “내 왕이 아니다”(Not My King)라고 적힌 현수막을 흔들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영국의 젊은 층 사이에서는 왕실을 제국주의와 봉건주의의 유산으로 보고, 그들이 세습적으로 부와 권력을 누리는 것에 대해서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유고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영국 성인 가운데 군주제에 대해 우호적으로 답한 응답자는 53%였지만, 18~24세에서는 긍정 답변이 26%에 그쳤다.70년 만에 새로운 국왕으로 즉위한 찰스 3세는 이같은 군주제 폐지 여론과 엘리자베스 2세에 비해 크게 떨어진 지지율 속에서 분열된 영국인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미 CNN방송이 여론조사 기업 사반타와 조사해 지난 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18세 이상 영국 성인 2093명 중 36%가 왕실에 대한 생각이 10년 전에 비해 ‘부정적으로 변했다’고 답했다. 국왕으로서 찰스 3세 개인의 인기가 떨어지는 점도 부담이다. NYT는 “찰스 3세는 자신의 인생에서 스타였던 적이 없다”며 “그는 수십년 동안 국제적인 인물이었지만 그의 이야기는 어머니, 아내, 자녀들의 이야기였다”고 꼬집었다.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북아일랜드에서 독립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결속력을 다지고, 일부 영연방 국가에서 요구하는 제국주의 시절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 요구 등도 찰스 3세가 풀어 나가야 할 당면 과제다.
- [생생확대경] AI와 일자리 경쟁보다 더 무서운 것
-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한 20~30년쯤 뒤엔 ‘근로자의 날’이 없어지는 거 아니에요? 인공지능(AI) 사원이랑 대리가 일 할 텐데 기계는 쉴 필요도 없잖아요.”최근 지인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던 중 근로자의 날(5월1일) 휴일에 무슨 계획이 있는지를 묻다가 나온 이야기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AI와 경쟁하지 않아도 돼서 운이 좋았다며 웃어 넘겼다. 하지만 AI와 경쟁해야 할지도 모르는 다음 세대에겐 그야말로 생계가 걸린 문제다.(사진= 픽사베이) 인간이 AI와 경쟁하는 세상이 훌쩍 다가온 것처럼 느껴진 것은 지난해 말 오픈AI가 개발한 AI챗봇 ‘챗GPT’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다. 사람들은 처음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이세돌 9단은 이겼지만 바둑밖에 못 두는 ‘알파고’, 정해진 기능만 수행하는 스마트폰의 음성인식 시스템, 질문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각종 AI챗봇을 익히 겪어본 탓이다. 하지만 챗GPT는 달랐다. 사람과 매우 유사한 말투를 구사하는 것은 물론 농담과 철학을 이해하는 듯했고, 상상이나 가정을 전제로 한 물음에도 곧잘 대답했다. 예상을 가뿐히 뛰어넘는 챗GPT의 ‘실력’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술에 대한 경탄과 기대감을 안겨줬지만 머지않아 공포감도 퍼져 나갔다. 우선 몇몇 직업에 대해서는 미래에도 존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다. 회계사, 수학자, 통역사, 단순 사무직, 정략적 분석가 등이 첫 손에 거론됐으며 챗GPT가 논리적인 글은 물론 소설까지 척척 써내자 기자와 작가의 전망도 위태로워졌다. 작곡이나 그림 그리기에서도 챗GPT는 상당한 수준의 성과를 보여줬다. 물론 AI가 할 수 있다고 해서 그 직업이 바로 없어지는 건 아니다. 많은 경우에 기술은 작업의 효율성을 높여주거나 전문적인 업무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춰줄 공산이 크다. AI와 함께 하게 될 미래에서 일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보다 더 무서운 부분이 있다. 바로 AI의 발전이 우리 사회에 미칠 수 있는 각종 악영향과 기술의 남용이다. AI가 거짓 정보·획일화된 정보를 퍼뜨릴지도 모르고, 잘못된 편견이나 차별을 조장하거나,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으며, 개인정보나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금 더 근본적으로는 AI 만능주의에 따른 창의력·사고력의 고갈, 인간관계의 단절과 인간성 상실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AI 윤리와 규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이유는 이 막연한 공포와 맞닿아 있다. 일이 벌어진 다음엔 늦으니 예상되는 부작용과 범죄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AI 선진국인 미국은 상원에서 AI 규제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이며, 담당 부처에서도 AI의 윤리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규칙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AI 개발 기업이 학습에 이용한 데이터의 출처와 저작권 등을 공개할 것을 의무화한 규제안 초안을 마련했다. 우리나라는 2020년 사람 중심, 투명성, 책임성, 독립성, 차별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AI 윤리기준을 발표했지만 강제성이 없고 원론적인 수준에 그친다는 평가다. 최근의 논의는 AI 윤리나 규제보단 기술경쟁에서 뒤처져선 안 된다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AI 윤리와 규제를 다룬 법안도 발의돼 있으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적절한 가이드라인과 규제는 기술의 발전과 사회 진보를 촉진할 수 있다. 미래 경쟁력으로 떠오른 AI 기술 혁신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신뢰성·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울타리 마련도 함께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