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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통위, 물가·가계부채 우려…"선제적 추가 긴축 필요할 수도"
-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선제적인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물가의 상방리스크가 커졌고, 가계부채 증가세도 계속되고 있기에 추가 긴축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물가 상방리스크·가계부채 증가세, 금리 동결 이유7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지난달 19일 금통위 의사록에는 금통위원들의 물가와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담겼다. 금통위원들은 모두 물가의 상방 리스크가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은 “향후 물가 경로는 상승세가 점차 둔화돼갈 것으로 예상되나, 현재로서는 상방리스크가 다소 큰 상황”이라고 평가했다.또다른 위원은 “물가 하방요인보다 상방리스크가 크다”며 “최근 유가상승과 환율상승으로 공급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커진 데다 향후 ‘중동 사태’가 악화될 경우 유가상승과 달러강세가 동시에 심화될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위원도 “디스인플레이션 속도가 과거보다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중동 사태의 영향으로 물가목표 수렴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아졌다”고 평가했다.한 위원은 물가 목표(2%) 수렴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다수의 공급충격이 중첩될 경우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재차 확대되고 물가목표 수준으로의 수렴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3.8% 상승했다. 7월(2.3%)까지 2%대로 내렸던 물가 상승률은 △8월 3.4% △9월 3.7% △10월 3.8%로 3개월 연속 상승폭이 확대됐다.의사록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도 담겼다. 한 위원은 “9월 금융권 가계대출은 일시적 요인 등 영향으로 증가규모가 큰 폭으로 감소했으나, 지난 4월 이후 6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고 10월엔 대출규모가 9월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커 가계대출 증가가 금융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또다른 위원은 “금융권 가계부채는 분기말 매·상각 등 일시적 요인으로 증가규모가 축소됐지만, 주택관련대출은 여전히 6조원대의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과거보다 느슨한 부동산 규제, 상대적으로 낮은 주담대 금리, 주택가격 저점 인식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재차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고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통한 디레버리징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총량보단 질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위원은 “누증된 가계부채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가계부채의 총량보다는 질적인 측면에서 가계부채의 위험에 초점을 맞춰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가계부채의 위험을 평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종합적인 가계부채 리스크관리 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한은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 9월 전월대비 4조9000억원 증가해 6개월 연속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8월(6조9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축소되며 5개월째 이어지던 증가 규모 확대 흐름이 꺾였지만, 추석 연휴 등 계절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선제적 추가 금리인상 필요할 수 있다”이번 의사록에는 추가 긴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위원들의 지적도 담겼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3.5%)로 여섯 차례 연속 동결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전한 바 있다.한 위원은 “최근의 물가 상방리스크를 고려할 때, 이에 대응한 긴축기조가 기존 예상보다 강화돼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에 따라 향후 인플레이션 상방리스크 현재화로 인플레이션 둔화가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추가 인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다른 위원은 “가계와 기업대출의 꾸준한 증가규모는 통화신용정책이 의도한 만큼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았음을 시사하고 있다”며 “지난 3개월간의 근원물가상승률과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의 정체, 미국의 정책금리 경로에 따른 환율의 움직임, 기존 전망 대비 인플레이션 경로의 상방 압력 등은 물가 목표대로의 빠른 안착을 위해 선제적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한 위원은 추가 인상 여부를 이달 금통위 때 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긴축기조를 유지하면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전개양상과 국제유가 및 근원물가 흐름, 원·달러 환율 추이, 가계부채 동향, 부동산시장을 포함한 실물경제의 회복 정도,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등을 살펴보면서 다음 회의 시에 추가 인상 여부를 포함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추가 인상 혹은 인하 의견을 낸 위원은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 성장 및 물가에 대한 향후 추이를 관찰하면서 추가 긴축 또는 완화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래리 서머스 "美 금리인상 안 끝났다…한 차례 더 인상 필요"
-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끝나지 않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 경제가 견조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현재 통화 정책이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며,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6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열린 ‘한국은행-세계은행 서울포럼’에서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와 대담을 하고 있다.세계적인 석학이자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6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열린 ‘한국은행-세계은행 서울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해 이창용 한은 총재와의 대담에서 이같이 밝혔다.서머스 교수는 지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정책금리를 현 수준(연 5.25~5.5%)으로 동결한 것을 ‘전혀 놀랍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불확실성이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동결 결정이 적정했다는 것이다.다만 서머스 교수는 연준이 앞으로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존재하고, 미국 경제가 상당히 강해 보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연준이) 한 번 더 움직일 필요가 있다”며 “연준은 미국 재정 상황이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것보다 더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금리를 높이는 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특히 서머스 교수는 현 수준의 금리가 긴축적이지 않다고 봤다. 연준의 추가 긴축이 가능하단 판단이다. 그는 “미국 경제가 다소 견실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에, 현재 통화정책이 긴축적이라고 확신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장기 금리 상승이 긴축을 대신한다는 판단은 가능성에 불과하다. 장기 금리 상승은 정부 부채 적자 확대 또는 투자 수요 증가와 관련된 수요 증가에 대한 시장 기대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이 경우 금리를 낮추는 것이 대응책이 아니기에 연준의 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시장에서의 주장은 과장됐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서머스 교수는 미 국채 10년물의 적정 금리 수준을 5% 이상으로 봤다. 그는 “실질 중립 금리가 1.5~2%이고 물가 상승률은 향후 몇 년 동안 평균 2~2.5% 부근, 기간 프리미엄은 100bp(1bp=0.01%포인트)~150bp가 될 것”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10년 만기 금리는 5%대거나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이날 서머스 교수는 최근 이 총재가 고민하고 있는 한국의 중립금리 하향에 대한 명확한 견해도 제시했다. 선진국은 중립금리가 오르는 것으로 분석되는 반면, 한국은 떨어지고 있기에 통화정책 운용에 딜레마가 있다는 고민이다. 서머스 교수는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가 줄어들면서 외부 수요가 내수를 의미 있게 초과해 만성적인 무역수지 흑자 국가가 되고, 이것이 중립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단 분석했다. 그는 “중립금리를 순수하게 국내적인 측면에서만 분석하는 것은 실수”라며 “한국의 중립금리가 세계 중립금리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서머스 교수는 기후 위기 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은행이나 다자개발은행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 빈곤 감소, 전염병 검사, 원자재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 몇 년 동안 다자개발은행 시스템의 양적, 질적 강화가 필요하다”며 “글로벌 공공재를 지원하고 민간 부문과 함께 참여하는 기능이 점점 더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했다.
- 한은 "반도체 수출, 물량·단가 개선 조짐…회복 가시화될 것"
-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작년 하반기 이후 크게 부진했던 반도체 경기가 최근 들어 회복 조짐이 나타나는 가운데, 내년 중 회복세가 점차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반도체 경기 회복이 수출, 투자, 생산 등 실물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우리 경제의 회복 흐름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사진=이데일리DB한은은 3일 발간한 ‘금융·경제 이슈분석’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생산과 수출금액이 올해 2분기 이후 고성능·고용량 반도체를 중심으로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9월 들어선 반도체 경기의 선행지표로 알려진 D램 현물가격도 1년 6개월여 만에 소폭 상승 전환했다.한은은 최근 반도체 경기 개선을 인공지능(AI) 관련 수요가 호조를 보인 것과 주요 기업들의 감산 효과가 가시화된 데 주로 기안한다고 판단했다. PC, 스마트폰 등 전통적 IT 수요는 예상보다 회복이 더디지만, 챗GPT 등 AI 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DR5 등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라는 분석이다. 주요 생산업체 감산도 공급과잉 완화에 도움이 되고 있단 평가다.한은은 주요 반도체 전망 기관들이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올 4분기부터 회복국면에 진입한 뒤 내년 중 회복세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반도체 전망 기관인 가트너(Gartner)는 글로벌 D램 수급 상황이 연말께 초과공급에서 초과수요로 전환되고, 판매 단가도 저점에서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국내 기업들의 반도체 재고도 수급 여건 개선에 힘입어 내년 상반기경 조정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했다.한은은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면서 우리나라 수출, 투자, 생산 등 실물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요인을 가져올 것으로 봤다. 한은은 “최근 반도체 수출은 물량에 이어 단가도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어 향후 회복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요 기업들의 투자 여력이 개선되면서 내년에는 첨단공정을 중심으로 반도체장비 투자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생산 측면에서도 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이 늘어나면서 경제 성장률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다만 고금리 장기화,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IT제품 수요부진이 장기화될 시 반도체 경기 회복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고 우려됐다. 아울러 미·중 갈등과 같은 지정학적 이슈도 반도체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전개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됐다.한편 한은은 ‘금융·경제 이슈분석’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헤즈볼라 등으로 일부 확대될 경우 국제유가 상승폭이 커지고 글로벌 금융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더 나아가 이란 참전 등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땐 중동산 원유공급이 크게 차질을 보이고 글로벌 금융시장 충격도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한은은 “이번 사태 전개양상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국내외 경제에 대한 영향을 점검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한은 "北이탈주민 감염병·정신질환 취약…정책 노력 필요"
-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북한이탈주민이 대한민국 일반 국민보다 간염, 결핵 등 감영성 질환과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같은 건강 문제로 소득 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정부 당국의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따랐다.지난해 9월 5일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장마당에 마스크를 쓴 이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종민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등은 최근 ‘북한이탈주민의 건강과 경제적 적응에 대한 연구: 국민건강정보DB 분석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BOK경제연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경제연구원은 2003~2020년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북한이탈주민 전수와 전 국민 중 임의추출한 표본 데이터를 구축, 두 집단 간 건강과 소득 격차와 북한이탈주민의 경제적 동화 과정을 분석했다.분석 결과 북한이탈주민은 모든 성별·연령대에서 대조군에 비해 간염, 결핵 등 감염성 질환과 우울증, 불안장애, 적응장애 등 정신건강 문제로 인한 의료이용률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특히 50~60대 북한이탈주민 여성 중에서는 우울증으로 인한 의료이용률이 20% 이상, 불안장애로 인한 의료이용률이 10% 이상으로 매우 높았다.경제연구원은 이같은 건강문제가 소득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했다. 대한민국 입국 당시 감염성 질환이나 정신건강 문제를 가진 경우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소득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부정적 효과의 크기는 정신질환이 감염병보다 컸지만, 정신질환 영향이 거주기간에 따라 경감되는 반면에 감염병 영향은 거주기간이 지나도 축소되지 않았다.이 부연구위원은 “북한이탈주민은 난민과 유사하게 정신건강 문제가 경제적 적응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입국 초기 건강문제에 따른 소득 격차를 질환별로 비교하면 정신질환이 감염병에 비해 소득 발생확률에서는 2~4배, 소득 규모에서는 3~5배 정도 더 큰 것으로 추정됐다”고 설명했다.또 북한이탈주민은 일반 대한민국 국민과 소득 여부, 규모 측면에 큰 격차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입국 초기 소득 발생 확률은 22.2%포인트, 소득 규모는 86.8%의 격차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소득 규모 격차는 거주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매년 1.62%포인트씩 축소되긴 했지만, 3년 이후부턴 수렴 속도가 크게 둔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경제연구원은 북한이탈주민의 정신건강에 대해 지원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북한이탈주민이 대한민국 노동시장에 보다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정신건강 개선과 효과적인 감염병 관리를 위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단 주장이다.이 부연구위원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입국 초기 심리상담을 강화하고 거주지 결정 이후에도 상담치료가 지속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북한이탈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감염병 관리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스티글리츠 "기후변화 실존적 위기…기업들, ESG 필히 공시해야"
-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기후변화가 인류 존재 자체의 위기로 다가오면서 하루 빨리 기후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위해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표준을 만들어 기업들의 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학교 교수가 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 국제컨퍼런스에 화상으로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하상렬 기자)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학교 교수는 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해 이같이 진단했다.스티글리츠 교수는 “기후변화 이슈에 대해선 국제적인 공조화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며 “모두를 위해 발빠른 위기 대응이 이뤄진다면 좋겠지만,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이 어려운 일을 대신 해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그는 성장과 기후변화 대응이 상호보완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조기에 시행하는 것은 오히려 당사자에게 이익을 작용할 수 있단 주장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일반적으로 재생에너지, 그린빌딩, 그린교통 사업에 먼저 진출했을 경우 그만큼 앞서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가격이 과거에 비해 75~90% 가까이 떨어졌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스티글리츠 교수는 기후 대응에 있어 기업들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50년 이후 신자유주의가 주류가 되면서 기업들은 주식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식으로만 운영됐고, 이는 사회 전체의 번영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이다.스티글리츠 교수는 ESG 공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는 기업들의 투명성으로부터 나온다”라며 “한 시민의 입장에서 우리는 도덕적인 회사에 투자하고 싶어한다. 이를 위해선 공시가 필수적으로 요구돼야 한다”고 꼬집었다.이어 그는 “주주만이 아닌 이해관계자 모두를 위하는 좋은 거버넌스는 ESG 가치 실현을 위한 다른 목표들이 달성될 수 있도록 하는 출발점”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ESG 표준을 만들어 기업들의 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해야만, 기후 변화와 불평등을 비롯한 현 시대가 처한 복합위기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스티글리츠 교수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하루 빨리 공시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전통적인 회계 기준이 불안정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현재 상황에 대해 알린다면 ESG를 달성하기 위한 회사들을 참고 지표로 삼을 수 있다”며 “미국에선 현재 이런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하상렬 기자)이날 또다른 기조연설자로 나선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은 각계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위기에 따른 위험성은 대통령, 총리, 기업 회장 등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닥친다”며 “지도자들이 심각한 인식을 하지 않으면, 밑에서도 일을 하지 않는다. 대통령부터, 회장님부터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그는 파리기후협약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탈퇴한 것을 예로 들며 ‘무책임한 지도자’라고 평가했다.반 전 총장은 정부의 역할을 재차 언급했다. 그는 “국제사회 분쟁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으로 국제사회가 화석연료로 회귀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민간부문에서 ESG 활동이 다소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는 건 매우 우려스럽다”며 “정부가 기업들이 ESG 경영 자체를 늦춰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도록 보다 세심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2050 탄소 중립이나 2030 온실가스감축목표와 같은 의욕적인 선언으로 결의를 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를 비롯한 기후 대응 주체들이 기후변화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구체적인 행동과 실천에 즉각적으로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메가 서울' 추진한다는데…한은 "거점도시 중심 균형발전해야"
-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여당이 김포시를 비롯한 서울 근접 도시의 ‘서울시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는 등 ‘메가 서울’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거점도시 중심의 균형발전을 제안했다.사진=이데일리DB정민수 한은 조사국 지역경제조사팀 차장은 2일 서울 소공로 한은 신관 본관에서 처음으로 열린 2023 지역경제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지역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라는 제하의 BOK이슈노트를 발표했다. 정 차장은 “우리나라는 국토 11.8%의 수도권에 절반이 넘는(50.6%) 인구가 집중돼 인구규모를 고려해도 수도권 집중이 주요국보다 예외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 국가중 우리나라 수도권 비중은 1위인 반면, 2~4위 도시 합산 비중은 16위로 중하위권을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주로 지역간 이동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동중 대부분은 청년층(15~34세)이 차지했다. 청년층의 지역간 이동은 2015년 이후 확대됐다. 정 차장은 “2015~2021년 수도권 인구증가의 78.5%는 청년 유입으로 설명할 수 있다”며 “호남, 대경, 동남권 인구감소의 각각 87.8%, 77.2%, 75.3%가 청년 유출”이라고 설명했다.청년층의 이동은 기대소득과 함께 문화·의료 등 서비스의 지역간 격차가 커진 데 주로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됐다. 2015년과 2021년의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를 비교하면 모든 부문에서 확대됐다. 월평균 실질임금은 34만원에서 53만원으로 커졌고, 고용률은 3.8%포인트에서 6.7%포인트, 1만명당 문화예술활동건수는 0.77건에서 0.86건으로 증가했다.개인특성도 있었다. 여성이거나 부모의 소득수준과 교육수준이 높으면 비수도권 대학 졸업 후 수도권 이동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면 대학 졸업 이후 비수도권 잔류 대신 수도권 이동 확률이 7% 늘었고, 부모 월소득이 500만원 이상이면 이동 확률이 19% 상승했다. 아버지가 대학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졌으면 수도권 이동 확률이 36% 올랐다.청년층의 수도권 집중은 지역간 고용지표와 경제성장률 격차를 확대해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것으로 파악됐다. 청년 유출지역은 노동공급 감소에 따른 노동시장 미스매치로 실업률이 상승하고 고용률은 하락했다. 특히 이동성향이 강한 고학력자 유출은 인적자본 축적을 저해, 지역의 중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훼손하는 것으로 나왔다. 대졸 이상 청년층의 순유출율이 1%포인트 상승할 경우 향후 5년간 평균성장률이 0.05~0.06%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집계됐다.청년층 이동은 전국 출산율 감소도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청년 유출지역 출산이 급감할 뿐 아니라, 수도권의 출산 증가가 이를 상쇄하지 못한다는 판단이다. 이는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적자본 투자로 출산이 지연되기에 수도권의 출산율이 다른 지역보다 낮은 데 기인한다.정 차장은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전환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비수도권에서 양질의 일자리와 서비스 제공을 위해 권역별 거점 대도시를 중심으로 산업규모와 도시경쟁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대도시보다 도지역에서 수도권 이동 성향이 훨씬 강하고, 인구감소 시대에 비수도권 중소도시가 고성장하기 어려운 점과 비수도권의 방사형 도로망 등을 고려하면, 거점도시 위주의 성장 전략이 효율적이고 실현가능한 균형발전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시물레이션 결과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지역균형발전이 이뤄진다면, 30년 후인 2053년 수도권 인구비중이 절반 아래로(49.2%)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됐다. 이와 더불어 지역간 출산율 차이에 따른 효과로 전국 인구가 약 50만명 증가하는 것으로 나왔다.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양촌읍 김포한강차량기지에서 열린 ‘ 해결사! 김기현이 간다 -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한편 정 차장은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메가 서울’과 이번 연구는 다른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메가 서울 개념과 별개로 연구를 진행했다”며 “메가 서울에 대한 평가를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 반도체 바닥쳤다, 수출이 살아났다
- [이데일리 김형욱 하상렬 강신우 기자] 지난달 수출이 작년 같은 달보다 늘어나며 지난 1년간 이어진 수출 부진에서 일단 벗어났다. 무역수지도 5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면서 작년 2월 이후 20개월 만에 수출 증가와 무역수지 흑자가 동시에 나타났다.[이데일리 김정훈 기자]다만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데다,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고 있어 수출 경기를 낙관하기엔 일러 보인다. 재계는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에 발맞춘 정부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는 국내에 글로벌 첨단 산업 생산의 허브 기지를 구축하고, 중국과 수출 구조가 비슷한 다른 나라들과 새로운 협력 체제를 모색할 것을 주문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10월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5.1% 증가한 550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우리나라의 월간 수출은 반도체와 대(對)중국 수출 부진의 여파로 작년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12개월 내리 전년동월대비 감소했는데, 드디어 부진 흐름을 끊어냈다.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호조세로 전환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10월 반도체 수출액은 89억4000만달러로, 전년동월대비 3.1% 감소했지만, 감소폭은 작년 8월 이후 가장 적었다. 대(對)중국 수출액도 감소 폭이 9.5%까지 축소된 가운데 미국·아세안 지역으로의 수출이 크게 늘어 수출 플러스에 힘을 보탰다. 가스·석탄 가격 하락 영향으로 수입액(534억6000만달러)이 9.7% 줄어들면서 무역수지는 16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6월 이후 5개월째 흑자다. 다만 수출 회복세가 지속할지는 미지수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10월 수출 반등은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이라며 “글로벌 반도체 경기도 아직 바닥을 다지는 수준이어서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지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재계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늘려 수출 반등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경훈 대한상의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연구위원은 이날 한국은행·대한상의 공동세미나에서 “글로벌 통상 환경의 변화는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 배터리, 철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며 “국내에 글로벌 첨단 산업 생산의 허브 기지를 구축하고, 중국과 수출 구조가 비슷한 다른 나라들과 새로운 협력 체제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글로벌 공급망이 빠르게 재편되고 각국 탄소중립 정책이 무역장벽이 되는 중”이라며 “민간 투자가 힘든 고위험·고성장 첨단기술 분야에서 국가투자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민간이 맡아서 운영하는 방식의 ‘리버스 BTL(역 임대형 민간투자사업)’ 등을 통해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제2회 한은-대한상의 공동 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