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나뒹군 술병에 눌린 '꽃'의 의미…전은숙 '새벽 칵테일'

2019년 작
풍경·생각 옮겨내며 ‘관계의 정체성’ 살펴
식물 도구로 '예쁜 존재감'뿐인 대상 빗대
  • 등록 2020-03-08 오전 12:35:00

    수정 2020-03-13 오후 11:42:06

전은숙 ‘새벽 칵테일’(사진=도잉아트)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굵고 거칠고 빠르게 내려그은 붓자국. 푸른색과 초록색이 화면 가득 어수선하게 엉켜 있다. 그렇다고 형체가 잡히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릴 뿐이다. 갑자기 어둠 속에 들어섰을 때와 비슷하다고 할까. 그렇다면 뭐가 보이는가. 병이다. 어렴풋이 액체를 흘리고 있는 누운 술병이 보인다. 그리고 꽃이다. 만개하다 못해 다 퍼져버린 꽃잎과 꽃가지가 눈에 들어오는 거다.

작가 전은숙(41)은 언젠가 한 번쯤 지켜봤던 풍경, 또 그와 연관된 생각을 캔버스에 옮긴다. 하지만 보이는 그대로는 아니다. 그 풍경·생각 속에서 어느 대상과 자신이 엮였던 ‘관계의 정체성’을 끄집어내는 거다.

그 도구가 ‘식물’이란다. 꽃이든 풀이든, 결코 주인공으로는 나서지 못하고 그저 주변에 ‘잘 어울리는가’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예쁜 존재감. 정치성·사회성 따위는 감히 드러낼 수도 없는. ‘새벽 칵테일’(2019)에도 어김없이 등장한 ‘식물’. 뭔가 급박했을 저 상황을 지켜본 이는 저들뿐일 텐데.

21일까지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325길 도잉아트서 김미영·박경률·멜로디박과 여는 4인 기획전 ‘우연히 즉흥적인’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100×100㎝. 작가 소장. 도잉아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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