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사)함께하는다문화네트워크 이사장은 다문화사회로의 변화와 더불어 다문화인들을 끌어안는 통합 노력은 이제 선택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외교관으로 세계 각국을 돌아본 김 이사장은 “다른 나라의 문화, 사람들에 대한 관용과 열린 마음이 한국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주자 통합 못하면 사회적 문제…중도입국 자녀 보듬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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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이사장은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빠르게 진행 중인 저출산·고령화는 한국의 국가적 과제로 정부가 매년 수십 조원 예산을 투입해도 출산율은 떨어지고 있다”며 “이민 문호를 개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한국경제가 계속 돌아갈 수 있게끔 생산가능인구(15~64세)를 늘리려면 ‘열린 사회’로 가야 한단 진단이다.
그는 국내 거주 외국인 수 증가와 함께 부상할 수 있는 문제로 사회 분열과 불안을 꼽았다. 그는 “현재 200만명 수준인 국내 거주 외국인 수가 300만, 400만명까지 늘고 이들과의 사회 통합에 실패한다면 사회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주자밀집지역이 게토(소수 민족이 사는 빈민가)화 되면서 프랑스 이주민 폭동같은 일이 벌이지지 말란 법 없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국내 만 명 정도 되는 이들 자녀들은 가정 환경이나 경제·언어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국내 적응이 더욱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초기 정착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국 사회에 동화되면 모국어와 한국어 등 다국어를 구사하는 인재가 된다”고 강조했다.
중도입국 자녀의 정착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건 ‘국적’ 문제다. 다문화가족지원법상 정부는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이들에 한해서만 지원을 해준다. 학령기나 이후 자녀를 데리고 한국으로 이주한 부모가 자녀의 국적 취득에 손놓고 있다면 자녀는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없다.
김 이사장은 “중도입국 자녀들은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일 우려가 있다”며 “국적 취득을 위한 절차를 밟으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부모가 바쁘거나 언어 등 문제로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에 와서 학교도 못 가고 이후 취업도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모의 국제결혼으로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지자체의 다문화지원센터에서 보호·지원하지만, 중도입국 자녀들은 소외되기 쉬워 우리가 교육한다”고 설명했다.
“‘다문화’ 부정 편견 깨야”…관용 정신도 당부
김 이사장은 ‘다문화’란 용어의 재정립 필요성도 짚었다. 용어에서 오는 편견, 그리고 대상의 ‘혼란’이 있어서다. 그는 “단일민족, 순혈주의를 중시해온 한국 사회에선 특히 피부색이 하얗지 않은 외국인들에 편견이 강한데 ‘다문화가정’이라 단어는 그런 좋지 않은 편견을 강화한다”고 했다. 또한 “한국계 혈통을 가진 중국인(조선족)과 북한이탈주민인 새터민은 다문화지원 대상이지만 흔히 생각하는 다문화와 결이 다르다, 엄격히 말하면 다문화가정은 국제결혼한 가정”이라며 “‘다문화’란 용어를 바꾸거나 부정적인 편견을 깨기 위한 사회적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는 다문화인에 대한 ‘온정주의’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김 이사장은 “온정주의라는 말엔 내가 타인보다 우월하다, 동정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인권 차원에서 굉장히 문제 있는 말”이라며 “피부색이나 쓰는 언어가 조금 다르더라도 똑같은 가치를 갖는 주체로 인식하고 대하자”고 했다. 다문화가정 출신에 대한 입시, 취업 등 각종 가산점제도에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을 향해선 “엘리트만 키우는 게 우리 사회의 목표는 아니다”라며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에 평등하게 공부하고 성장할 기회를 부여해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를 풍부하게 만드는 게 모두에 더 이롭다”고 덧붙였다.
▲김봉현 이사장은…
△1955년 출생 △1979년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졸업 △1982년 외무고시(16회) 합격 △2001년 주 유엔대표부 참사관 △2006년 외교통상부 재외동포영사국장 △2012년 서울핵안보정상회의 교섭대표 △2013년 6월~2016년 5월 호주 주재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