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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전세계 27만명이 숨죽이며 지켜본 ‘배터리데이’가 오히려 독이 됐나. 테슬라 주가가 배터리데이 이튿날인 23일(현지시간) 장중 10% 이상 폭락하고 있다. 월가는 일제히 테슬라를 두고 눈높이를 낮추기 시작했다.
이날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나스닥에 상장된 테슬라 주가는 오후 2시50분 현재 전거래일 대비 10.82% 폭락한 주당 378.3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번달 중순 400달러 중반대(종가 기준)까지 주가를 회복했다가, 다시 300달러 중반대까지 폭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테슬라는 장중 내내 약세 압력을 받으며 낙폭을 키우고있다.
당초 배터리데이는 최근 조정 조짐을 보였던 주가를 끌어올릴 계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배터리데이에서 자체 개발 계획을 세운 새 원통형 배터리 셀 ‘4680’을 소개하며 “용량과 출력이 각각 5배, 6배 높아지고 주행거리는 16% 길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를 장착할 신차의 가격을 2만5000달러로 제시했다. 한국 돈으로 3000만원이 채 안 되는 대중적인 전기차다.
주요 증권사들은 벌써부터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주요 33개 증권사는 테슬라의 평균 목표주가를 305달러로 제시했다. 최근 컨센서스보다 100달러 이상 낮은 수준이다. 현재 주가보다 80달러 가까이 더 폭락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미다. CNN비즈니스는 32명의 애널리스트가 12개월 평균 목표가를 기존보다 19.27% 하락한 314.40달러로 제시했다고 전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머스크 CEO의 언급에 투자자들이 크게 실망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주가가 곤두박질 치는 것”이라고 했다. 웨드부시는 그간 테슬라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평가를 내렸던 곳이다.
로이터통신은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테슬라의 기술과 비용 절감 목표 등을 두고 인상적이라고 평했다”면서도 “많은 이들은 머스크 CEO의 약속은 내용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테슬라의 배터리 혁신 중 일부를 실제 생산에서 보려면 적어도 1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