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시민’ 편지에 경호처 실드…尹의 100시간, 불발된 체포영장[사사건건]

체포영장 발부 후 지지자들에게 편지 쓴 尹
격렬해진 지지자들의 움직임
관저 진입한 공조본, 결국 경호처에 막혀
`체포영장 재집행·구속영장 청구` 고심하는 수사당국
  • 등록 2025-01-04 오전 8:00:00

    수정 2025-01-04 오전 8:00:00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12·3 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가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법원이 지난달 31일 오전 9시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지 약 100시간이 지난 시점의 상황입니다.

그 시간동안 윤 대통령은 관저 앞을 차지한 지지자들에게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호소했고, 경호처를 통해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및 경찰 인원들을 막아섰습니다. 결국 체포영장 집행은 무산됐고, 수사당국은 재차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하거나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체포’가 화두가 되기 시작한 건 지난달 31일 오전 9시25분쯤. 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협업하고 있는 공조수사본부의 청구서를 접수한 서울서부지방법원이 33시간 만에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입니다.

체포영장을 발부하기 위해선 피의자(윤 대통령)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는 등 체포의 필요성이 있어야 하는데, 법원이 이를 모두 인정한 셈입니다. 어울러 공수처가 내란죄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영장을 발부받을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는데 법원의 결정으로 이 문제도 어느정도 해결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수사당국은 윤 대통령의 내란 수괴 혐의 수사가 더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었죠.

하지만 체포영장을 받아든 공조본은 고민이 더 많아졌습니다. 영장 발부 소식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으로 몰려들었고,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시민들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실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관저 앞 골목에서 스크럼을 짜고 수사당국의 진입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이러던 와중 윤 대통령이 관저 앞 지지자들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기름을 부었습니다. 이 편지의 수신자는 ‘애국시민’이었죠. 윤 대통령은 편지를 통해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이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나라 안팎의 주권침탈세력과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합니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자유민주주의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우리 더 힘을 냅시다.”라고 지지자들의 행동을 지지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편지를 받은 지지자들은 더 극렬해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휘발유가 든 드럼통에 불을 붙이자, 죽창·새총·쇠파이프를 확보해 막아야 한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이를 두고 ‘내란을 선동한다’는 취지의 비판이 일었지만 지지자들에겐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전한 셈이 됐고, 공조본은 체포영장 집행을 주저하게 됐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이대환 부장검사 등 수사관들이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에서 체포 영장 집행에 실패한 뒤 관저에서 철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체포영장 ‘D-day’가 언제냐를 두고 관심이 모아지던 가운데, 공조본은 지난 3일을 실행일로 잡았습니다. 준비는 착착 이뤄졌습니다. 전날 밤부터 수천명의 경찰 기동대를 동원해 수사관들이 들어가는 길에 지지자들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했고, 동이 트자마자 관저를 향했고, 오전 8시쯤 관저에 들어섰습니다. 여기까지 계획은 완벽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경호처라는 난관이 공조본의 길을 막아섰습니다. 경호처의 지휘를 받는 군부대 등을 동원해 수사관들이 육탄방어에 나섰습니다. 체포영장을 제시한 공조본에게 경호처는 경호법과 경호구역에 따라 수색을 불허한다고 밝히며 체포영장 집행을 막은 것입니다. 결국 공조본은 5시간여만에 돌아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윤 대통령이 경호처를 앞세워 자신의 체포를 막은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체포영장 발부 후 100시간 동안 벌어진 일입니다.

공조본은 체포영장 유효기간인 오는 6일 전까지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고심하고 있습니다. 일단 주말 사이 다시 영장 재집행에 나설 가능성이 가장 커보이는데요. 경호처가 입장을 바꾸지 않고 지난 3일의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이를 뚫어낼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이 때문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도록 명령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이마저 여의치 않다면 곧바로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습니다. 본인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현재까지 조사된 내용을 토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윤 대통령 측 변호인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는 응할 생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법원에서 1차적으로 혐의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는 상징성도 있기 때문에 경호처가 막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지난 3일 원달러 환율은 체포영장 집행 시작과 동시에 안정세를 찾기 시작하다 무산됨과 동시에 다시 상승세를 보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국 현재 정국과 관련된 불확실성 해소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시장의 판단인건데요. 빨리 모든 면에서 ‘정상화’되는 모습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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