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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근원물가 모두 韓이 美보다 더 느리게 둔화
한국 통계청과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10월 한국의 전년동월비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3.8%, 미국은 3.2%로 집계됐다. 2017년 8월 이후 6년 2개월 만에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미국보다 높아졌다.
작년 물가가 고점을 찍은 이후 미국 물가는 빠르게 떨어지는 반면 한국은 그 속도가 더디다. 한국은 작년 7월 물가상승률이 6.3%로 고점을 찍은 이후 10월 현재 2.5%포인트 하락했으나 미국은 작년 6월 9.1%로 고점을 찍은 후 5.9%포인트 급락했다. 물가상승률 하락폭이 우리나라의 두 배에 달한다.
양국 모두 작년에 물가상승률이 매우 높았던 탓에 여름께 기저효과로 인해 물가상승률이 낮아졌었다. 우리나라는 7월 2.3%까지 떨어졌고 미국은 6월 3.0%까지 하락했다. 문제는 그 뒤다. 기저효과가 사라지자 한국은 8월 3.4%, 9월 3.7%, 10월 3.8%로 석 달 연속 물가상승률이 확대되고 있다. 반면 미국은 7월 3.2%, 8·9월 3.7%를 기록하다 10월 3.2%로 둔화되는 모습이 뚜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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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은 총재는 10월 19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한국보다 물가가 더 높았기 때문에 더 빨리 내려온 것”이라며 “미국은 금리를 5%포인트 인상 올리고 한국은 3%포인트 밖에 안 올려서 덜 긴축적이라 그런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은은 우리나라는 수요측 물가 압력이 거의 없지만 누적된 비용 부담을 기업들이 제품·서비스 가격에 전가하면서 근원상품 물가가 높고 미국은 고용시장 호조 등에 근원서비스 물가가 높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근원서비스 물가가 작년 10월 고점으로 둔화됐고 미국은 올해 2월부터 둔화됐다. 다만 이는 집세에 따른 영향이다. 한국은 작년 2월부터, 미국은 올해 4월부터 집세가 둔화됐다. 집세 영향을 제외하며 큰 차이는 벌어지지 않는다는 관측이다.
근원물가 절대수치는 美가 높아…한은 “美보다는 빨리 2%간다”
미국보다 한국이 물가상승 둔화 속도가 더디지만 한은은 미국보다 한국 물가가 목표치인 2%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달 “물가 전망치를 보면 한국이 미국보다 더 빨리 목표수준인 2%에 도달한다”고 강조했다. 근원물가는 기조적 물가로 움직임 자체가 안정적인데 미국은 4%, 한국은 3.2%로 절대 수치가 낮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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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수요측 압력이 크기 때문에 연준의 금리 인상 파급효과가 점차 번지며 서서히 물가 압력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한국은 석유 수입국이고 공급측 압력이 크기 때문에 대응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적이다.
‘한은, 물가전망치 상향하고 금리 동결한다면’…‘물가안정’ 의지 의구심
어떤 요인이든 물가상승률이 더디게 하락할 경우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자극할 수 있다. 한국은 향후 1년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7~9월 3.3%를 기록하다 10월 3.4%로 올랐다. 미국은 전망 기관마다 차이가 큰 편이다. 미시건대 조사 결과 11월 잠정치가 4.4%로 두 달 연속 올랐지만 뉴욕 연방준비은행(FRB)은 10월 3.6%로 한 달 만에 하락했다.
물가 둔화 속도가 더디고 기대인플레까지 불안하다면 한은의 기준금리 기대도 바뀔 수 있다. 한은이 여섯 번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물가가 한은의 전망 경로대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정 전망을 통해 물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함에도 금리를 동결하게 된다면 ‘물가안정’ 의지에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 더구나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의 매파(긴축 선호) 의견이 세지고 있음에도 금리 인상 소수의견조차 없는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추가로 금리를 올리기엔 부담이 큰 상황이다. 정부가 틀어막고 있을 뿐 제대로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은 석 달마다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하고 있고 금리 상승에 대출 연체율은 상승하고 경기둔화폭이 커질 수 있다. 연준 변수가 사라져도 대내 변수만으로도 한은의 금리 동결 스텝이 꼬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