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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일부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은 최근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 안건)으로 처리해달란 민원을 청와대와 서울시, 국토교통부, 국민신문고 등에 동시다발적으로 넣었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지역감염이 우려되고 있지만 현행 도정법은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총회를 열려면 오프라인상에 직접 참여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며 법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개정 방향으로는 △전자투표 또는 서면결의서 대체 △직접 참석자 비율 5% 이하로 완화 등을 제시했다.
현행 도정법상 총회 의결은 통상 조합원 10% 이상이 참석해야 가능하다. 창립총회나 사업시행계획서의 작성 및 변경,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및 변경을 의결하는 총회 의결엔 조합원 20% 이상이 직접 출석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부 조합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코로나19에도 오프라인 총회를 강행하려고 해 정부는 7월28일까지 분양가상한제 유예기간을 늘렸다. 그러면서 조합들에 사실상 총회 개최를 금지하자 일부 조합이 도정법 개정으로 돌파구 찾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청원에 현실성이 낮다는 반응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 연대 모임인 주거환경연합 김구철 조합경영지원단장은 “조합들 의견수렴을 해봤지만 전체적으로는 미온적”이라며 “현행보다 비용을 줄일 순 있겠지만 공식적으로 추진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먼저 이들이 직접 참여 대안으로 제시한 전자투표제는현 정비사업조합원들의 연령대 분포, 투명성 담보 등이 걸림돌이란 게 주된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조합들의 조합장, 조합원들은 환갑 넘은 분들이 적지 않다”며 “스마트폰 쓰는 것도 어려워하는 분들인데 전자투표가 원활히 되겠나”라고 했다. 김구철 단장은 “신뢰할 수 없는 업체를 선정하면 조합원 여론이 왜곡될 수 있다”며 “신뢰를 담보할 제도적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서면결의서 대체엔 “지금도 장당 5만원, 10만원 하는데 매수가 횡행해 올바른 의사가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설령 청원 일부 내용이 받아들여진다 해도 현재는 발의된 관련 법안조차 없다. 5월 말 20대 국회가 막 내리기 전 법안 발의부터 처리까지 ‘패스트트랙’으로 처리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자투표는 아날로그세대 조합원들이 많아 시기상조이고 서면결의는 돈이 개입돼 혼탁해진다”며 “코로나19로 분양가상한제 규제 위기에 놓인 사업장들을 위해 유예기간을 더 늘려주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