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먼저 상속·증여세 과세표준과 세율을 손본다. 10% 세율을 적용받는 과표 하위구간은 현행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늘린다. 과표 1억원 초과~2억원 이하는 적용 세율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혜택이다. 10억원 초과에 대해선 일괄적으로 최고세율 40%를 적용한다. 현재는 30억원 초과엔 최고세율 50%를 적용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중 한국은 현재 상속세 최고세율이 50%로 일본(55%)에 이어 2위다. 이번에 최고세율이 40%로 인하된다해도 OECD 평균(15%)과의 괴리는 여전히 크고 회원국 중에서도 미국, 영국과 함께 공동 3위가 된다.
인적공제 중에선 자녀공제를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올린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일괄공제 5억원이 처음 도입된 1997년 이후 물가가 2배 올랐고 나머지 자산은 더 크게 올랐다”며 “일괄공제를 현행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려달란 요구와 기대가 많아 검토했지만 자녀공제 확대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 두 자녀를 둔 경우 10억원을 공제 받을 수 있게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상증세 과표·세율 조정 시 혜택을 받는 이를 약 8만3000명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른 세수 감소효과는 4조565억원이다. 당장 내년에 2조4199억원, 내후년에 1조6366억원이 덜 걷힌다. 올해 세법개정안에 따른 전체 세수 감소 규모 4조3515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유산취득세 도입은 올해 무산됐다. 피상속인(사망자)의 상속재산 자체에 상속세를 매기는 현재의 유산세는 소득세와의 이중과세 논란이 있어, 정부는 개개인이 받는 상속유산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유산취득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
세법개정안엔 가업상속·승계 시 세부담을 덜어주는 내용도 여럿 있다.
정부는 밸류업과 스케일업 우수 기업, 기회발전특구 창업·이전 기업에 대해선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확대하고 공제한도를 상향해주기로 했다. 밸류업 우수 기업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이행해야 하고, 스케일업 우수 기업은 5년간 매출액 대비 투자액 또는 R&D(연구개발) 지출액 비중, 연평균 증가율이 일정 수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러한 중견기업이라면 현행 요건인 ‘매출액 5000억원 미만’에 해당하지 않아도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준다. 공제한도는 가업 영위 기간별로 2배씩 확대한다. 가업 영위 기간이 10년 이상~20년 미만이면 상속세 공제한도는 300억원에서 600억원으로, 30년 이상이면 600억원에서 1200억원으로 각각 늘어난다. 기회발전특구 창업·이전 기업은 한도 없이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해준다.
상속재산을 평가할 때 대기업 최대 주주가 보유한 주식 가치를 일반주주 주식 평가액보다 20% 가산하는 할증평가는 폐지키로 했다. 최대 주주 할증평가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60%까지 끌어올려, 주가 부양 의지를 약화시키고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을 심화시킨단 비판을 받아왔다.
상속세 부담 완화책의 현실화 여부엔 야당의 반발이 최대 변수다. 여야는 오는 9월부터 정기국회에 돌입, 세법개정안을 검토할 예정으로 과반 의석을 보유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상증세법 개정안에 비토를 놓을 가능성이 크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등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정부는 자꾸 감세하겠다고 할 게 아니라 민생예산이 줄어들어 힘들단 아우성을 귀담아듣고 세수 확보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