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정부 시절 특허청장, 재정경제부 차관을 지낸 김광림 자유힌국당 의원은 노 전 대통령 서거10주기인 23일 “노 전 대통령은 이념주의자가 아닌 실용주의자였다”고 회고했다. 현재 당 최고위원인 김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은 부처 관료 출신, 전문가 출신 장관을 기용했다”며 “본인이 사안마다 깊이 고민하고 깜짝 놀랄 만큼 꿰뚫고 있었기 때문에 각료들을 설득하거나 조언을 받으면서 일을 해나갔다”고 기억했다. ‘진보’라는 이념 깃발을 들고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만 곁에 두진 않았다는 얘기였다.
김 의원이 짚은 인사 문제를 넘어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이라크 파병, 제주해군기지 건설 등 노 전 대통령이 정책 결정에 있어서도 이념의 틀에 갇히지 않았다는 점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돋보인다. 신율 교수는 “지지층의 극렬한 반대에 가려져 있었지만 노 전 대통령이 얼마나 합리적, 이성적이고 현실주의적인 판단을 했는지 사후에 더 주목받은 사례들”이라고 해석했다. 신 교수는 “특히 서거10주기 추도식에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건, 당선 전엔 ‘미국에 안 가면 어떻냐’는 식의 말도 했던 노 전 대통령이 당선 후 필요성을 절감하고 미국과의 관계를 얼마나 중시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서거 10주기 추도사를 통해 “지역주의를 비롯한 강고한 기성질서에 우직하고 장렬하게 도전해 ‘바보 노무현’으로 불릴 정도였다”면서 “세상의 모멸과 왜곡으로부터 지켜드리지 못했다는 고통은 각성을 주고 각성은 현실을 바꾸기 시작해, 지역주의가 완화되고 선거에 변화를 가져왔다”고 추모했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을 향한 야권의 뒤늦은 갈채는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었고 ‘친구’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때리는 소리이기도 하다.
김광림 의원은 “노 전 대통령과 달리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캠프에 몸 담았거나 같은 당 국회의원, 시민사회 출신 등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들만 내각에 썼다”며 “노 전 대통령은 실용주의자이고 문 대통령은 이념주의자”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의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노 전 대통령은 지지 진영에서 강하게 반대했던 일들이라도 국익을 위해서 결단했던 지도자였잖나”라면서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이란 허상으로 국민들이 고통 받는 걸 아무리 말해도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