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막힌 잠실주공5단지…혈서에 철탑농성 시도까지

10일 ‘재건축 인·허가 촉구’ 주민 집회 가보니
“우리 세금으로 시 운영하면서, 도둑놈으로 몰아”
조합장, 아파트 옥상 철탑농성 벌이려다 경찰들과 몸싸움도
힘보태러 온 ‘은마’…“옥탑방 말고 이곳 와서 녹물 체험하라”
  • 등록 2019-07-10 오후 5:15:54

    수정 2019-07-10 오후 5:15:54

10일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원들이 철탑농성을 위해 아파트 입구로 향하자 경찰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사진=김미영 기자)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평생 피땀 흘리며 일해서 겨우 집 하나 가진 것뿐이잖나. 은퇴 후에도 감당 못할 세금을 걷어 정부와 서울시를 운영하면서 실업자, 신용불량자는 대우해주고 우린 투기 노린 도둑놈으로 몰고 있다.”

10일 오후 약한 빗방울이 떨어지는 서울 잠실역 앞에 잠실 주공5단지 주민들이 모여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토했다. 재건축 인·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는 데 대한 항의 집회다. 지난 4월 서울시청 앞으로 달려갔던 이들이 계절이 바뀌어도 상황 변화가 없자 다시 집단 행동을 벌인 것이다.

700명 참석을 예상하고 준비했던 의자와 조끼 등은 곧 동이 났다. 집회를 주최한 잠실5단지 재건축조합 측은 800명 넘는 주민들이 참석했다고 추산했다. 이들은 “박원순은 주민을 더이상 우롱하지 마라” “옥탑방 체험했으니 녹물체험도 해봐라” “서울시 탁상행정 분통터지는 조합원” “재건축해서 하루라도 살다 죽게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연신 치켜들며 박원순 시장에 책임을 물었다.

정복문 조합장은 “박 시장은 재건축을 허용해주면 집값이 반등하니 못해주겠다는데, 공급을 딱 막아놓으니 집값이 오르는 것”이라면서 “공권력으로 집값을 잡으려는 한심한 작태를 보이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특히 정 조합장은 지난 8일 박 시장이 “아침에 화장해서 얼굴은 말끔한 것 같지만 저는 피를 흘리고 있다”면서 서울 아파트 단지들의 재개발·재건축 요구를 비난한 데에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우리 애간장이 녹고 있는데 오히려 새빨간 거짓말을 한다”며 “앞으로 정말로 생피가 흘러내리도록 박 시장에 대한 비방 운동, 흠집내기를 계속 할 것”이라고 했다.

이정돈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 추진위원장도 찾아와 연대를 표했다. 이 위원장은 “아들이 정수기를 놓자고 하지만 제 몸으로 생체 실험을 하려고 녹물인 수돗물을 먹고 있다”며 “박 시장은 옥탑방 체험을 할 게 아니다. 은마나 잠실아파트로 오면 공짜로 살게 해줄테니 와보라”고 박 시장 공격에 가세했다.

잠실5단지 재건축조합은 2017년 서울시의 요구에 따라 국제설계공모를 벌이고 지난해 6월 조합총회 의결로 당선작 설계안을 채택해 제출했음에도 시에서 이에 대한 심사를 미루는 등 재개발을 막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조합 측은 서울시에 재건축 인·허가를 압박하기 위해 이날 단지 옥상에서 철탑농성을 벌이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정 조합장은 오후3시께 “박 시장을 규탄하는 마음으로 철탑에 올라 외줄을 타고 농성할 것”이라며 앞장섰지만, 경찰들이 막아서면서 철탑이 설치된 아파트 동 입구조차 들어서지 못했다. 정 조합장과 조합원 수 명은 경찰들과 20여분간 승강이를 벌인 뒤 집회장으로 돌아와 ‘혈서’쓰기로 농성방식을 바꿨다. 정 조합장과 조합원들은 “박원순 시장님, 목숨보다 더 소중한 재건축. 피를 모아 애원합니다. 잠실5단지조합원일동”이라 적힌 혈서를 완성한 뒤 오후4시께 집회를 마무리했다.

집회를 지켜보던 한 주민은 “녹물 때문에 세탁기 필터가 일주일마다 막히고 흰옷도 빨지 못하고 살고 있는데, 혈서까지 써야 하는 상황이 서글프다”고 한숨 지었다.

10일 혈서쓰는 잠실5단지 주민들(사진=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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