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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원내대표는 25일 “(3당 합의문은) 추인을 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합의였다”며 “민주당은 (한국당) 의원들의 의견을 바로 국민의 의견으로 생각해,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 좀더 넓은 마음으로 재협상해야 한다”고 재협상 뜻을 밝혔다.
당내에선 재협상을 통해 나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에 오른 선거제의 여야 ‘합의처리’를 명시한 합의안을 받아와야 한단 주문이 많다. 영남의 한 중진 의원은 “몇달을 장외투쟁하고 선진화법을 어겨가면서 싸웠는데 그렇게 크게 벌려놓고 국자로 막으려 하니 되겠나”라면서 “합의처리를 약속 받아야 한다”고 잘라말했다. 이 의원은 “정 안되면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고소·고발당한 의원들, 보좌관들만이라도 놓아주게 약속을 받아와야 감성적으로 설득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와 함께 합의문에 사인했던 이인영 민주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반응은 냉담하다. 두 원내대표는 자당 의원들을 설득하지 못한 나 원내대표에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재협상 불가’ 입장을 천명해 당분간은 재협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 국회 정상화 불발의 책임론이 비등해지고 있어, ‘어정쩡한’ 입장만을 고수하기도 쉽지 않다. 더군다나 2014년 세월호참사 후속 대책과 관련한 여야 협상안을 의총에서 추인 받지 못해 물러났던 박영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사례가 다시 회자되는 형국이다. 당내 기반이 약함에도 최초 여성 원내사령탑에 올랐지만 결국 중도 하차한 박 전 원내대표처럼 나 원내대표로선, ‘중도사퇴’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단 부담이 크다.
여야 재협상 불발시 또다른 정국 돌파카드로는 영수회담이 거론된다. 원내대표를 지낸 정우택 의원은 “나 원내대표가 꽉 막힌 정국을 풀기 위해 영수회담 가능성을 다시 살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면서 “황교안 대표와 협의해서 문재인 대통령과 황 대표간 영수회담으로 문제를 풀도록 제안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나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는 오는 주말 장외집회 재개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원내지도부는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집회를 다시 열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다만 당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의 당원 동원만으로도 불만과 피로가 쌓였다”면서 “날도 더워지는데 집회는 역효과”라고 했다.
원내지도부에선 정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풀리지 않을 경우 정기국회까지 국회를 공전시킬 수 있단 말도 흘러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당내 기반 취약성과 전략 부족이 드러났지만 나 원내대표는 스타성이 있어서 당장 대안을 찾기도 힘들 것”이라며 “나 원내대표가 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국회 마비 상태로 시간을 흘러보낼 수 있다. 결국은 여야 모두 패자가 되는 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