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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국회에 따르면,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11일 이후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모자보건법 및 형법 개정안을 1건씩 대표발의한 상태다. 이 의원은 임신 14주까지는 임부 요청만으로 인공임신중절을 가능케 하고, 임신 22주까지는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보장토록 했다. 형법상 ‘낙태죄’는 ‘부동의 인공임신중절의 죄’로 바꾸되,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의원 외에도 남인순 민주당 의원,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두 법안의 개정안을 내기 위해 국회 법제실에 법안의뢰서를 보냈다. 민주당에선 국회 법제사법위 여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도 법안을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평화당에선 김광수, 황주홍 의원이 각각 형법, 모자보건법안을 준비 중이다.
활발한 법안 발의가 법 개정을 장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정당후원회 부활을 골자로 한 정치자금법 개정처럼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여야가 적극 호응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 경우도 있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국회에 공이 넘어왔음에도 개정시한이 지나도록 방치돼 있는 법안이 적지 않다.
헌재는 2014년7월 재외국민의 국민투표를 제외하는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하고, 2015년 12월까지 국회에 국민투표법을 고칠 것을 주문했지만 아직 그대로다. 지난해 헌법개정 논의가 불붙었을 당시, 여권에서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추진한 개헌안 국민투표의 발목을 잡은 법이기도 하다. 19대 국회에서 진작 개정됐어야 하는 법이지만, 정치권에서 말그대로 ‘까먹고’ 있다가 뒤늦게 개정 필요성을 인지한 법이다. 여권의 개헌안에 반대해온 자유한국당 등의 비협조 속에, 개헌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후에도 법은 바뀌지 않았다.
낙태죄 관련 법을 두고도 낙태에 반대하는 종교계와 허용을 요구하는 여성계의 입장차가 첨예해, 국회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당장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여야가 민감한 이 법을 손대기보다는 21대 국회로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법사위 한 관계자는 “먼저는 헌재가 위헌, 합헌이 아닌 ‘헌법불합치’란 변형결정을 줄여야 하고, 국회는 헌재가 던진 입법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며 “낙태죄 관련 법은 법률, 종교, 윤리, 학계, 의료계, 여성계 등 여러 집단의 얘기를 듣고 결정해야 하는데 총선을 앞두고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