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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만과 계파분열, 극우성향성 조짐…중심엔 황교안, 태극기우파
한국당의 잇단 자살골은 일부 조사에서 30%대 육박까지 치솟은 지지도, 다가오는 전대 등에 맞물려 있다는 게 안팎의 분석이다. 지지율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최고치로 오르고, 내년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되는 지도부 선출이 임박하자 ‘자만’과 ‘계파분열’, ‘극우 성향성’이란 고질병이 재발하고 있단 지적이다.
고질병을 촉발한 키워드는 ‘황교안’과 ‘태극기우파’다. 황교안 전 총리는 전격 입당 후 당권 도전까지 내달리면서 당에 대한, 전대에 대한 관심도를 올리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까지 당내 정치로 소환하면서 전대 구도를 계파로 가르고 당내 자중지란을 야기했다는 책임론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유력주자가 된 황 전 총리에 의원들 줄서기 행태가 드러났고, 전대는 ‘황교안’ 대 ‘비(非)황교안’ 구도로 잡혔다. 다른 주자들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명분으로 전대 연기를 요구했지만 당 지도부는 11일도 거듭 ‘변경 불가’ 입장을 확인, 황 전 총리에 편파적이란 불만을 사면서 ‘반쪽 전대’를 사실상 방조했다.
이 와중에 유영하 변호사가 황 전 총리에 ‘배박’(박 전 대통령에 대한 배신) 논란을 불지피면서 이른바 ‘박심’(박 전 대통령 마음)이 전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개인적 이해득실은 차치하고, 황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정치 개입이란 구태의 빌미를 준 모양새가 됐다.
5.18 망언이 터진 5.18 진상규명 공청회는 그 일단을 보여준 대목이다. ‘태극기우파’들의 입맛에 맞는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기 위해 극우논객 지만원씨를 국회로 불러 공청회를 공동 주최한 게 김진태, 이종명 의원이고 이 행사에 참여해 90도 인사 후 축사를 한 게 김순례 의원이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행사장을 가득 메운 태극기우파들의 박수 앞에서 한국당 의원들의 발언은 수 차례 금도를 넘었다.
행사 취지에 반발한 일부 시민들의 항의에 “빨갱이 X새끼” “죽여” 등의 거친 말이 터졌지만 자제 당부도 없던 행사장에 바로 한국당 의원들이 있었다. 특히 세 의원 중 각각 전대 대표후보, 최고위원후보인 김진태, 김순례 의원은 ‘태극기표심’을 얻기 위한 발언도 빼놓지 않았다.
이들 외에도 대포후보로 뛰고 있는 안상수 의원 등 역시 탄핵불복을 직접 입에 올리진 않으면서도 “박 전 대통령 명예회복” 등을 언급하며 태극기표심을 자극 중이다.
“허약하고 미숙한 지도부 탓” 책임론도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회의를 거쳐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절차를 밟지 않기로 결론지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그건 우리 당의 문제다. 우리 당에서 처리하고 고민하도록 놔둬달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논란이 계속되자 오후4시께에야 비로소 행사 개최 경위, 주요 토론자 주장, 참석자들의 발언 등 행사 진상 파악을 김용태 사무총장에게 지시했다.
한국당 윤리위 규정을 보면 해당 행위를 하거나 민심을 이반케 했을 경우, 당의 위신을 훼손했을 경우엔 △제명 △탈당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 등 당 차원의 징계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등 여야4당은 세 의원의 국회 윤리특위 제소로 제명까지 추진하겠다고 벼르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의 대응이 안일 그 자체라 할 만한다. 수습 의지를 보이는 와중에서도 실책을 더해 ‘위기의식’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앞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있다”고 했고, 김병준 위원장도 “다양한 의견 자체가 보수정당의 생명력”이라고 말해 5.18 망언 사태에 대한 사과의 진정성에 의심을 샀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한국당의 현 상황은 김병준 비대위의 허약성, 미숙함, 상황판단 부족 탓이라 봐야 한다”며 “탈당한 ‘이부망천’보다 100배 이상 심한 발언을 했는데도 가만 두는 김병준 위원장 자체가 함량미달”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전대 일정 문제도 주자들을 설득도 않고 날짜를 통보해버렸잖나”라며 “필요한 조치들을 즉각즉각 취하지 못하는 지도부가 무기력하고 한심하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