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웹툰시장이 최근 급격히 외형을 키우고 있다. 신생 웹툰 플랫폼이 대거 생기면서 주요 포털 웹툰과 함께 다양한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전연령이 보는 작품부터 성인용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유료 웹툰들이 독자층도 점차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 만화를 넘어 문화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대표 콘텐츠, 국내 웹툰 작품들을 낱낱이 파헤쳐 본다.(주의:일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네이버웹툰 ‘방과 후 전쟁활동’일상 생활 을 보내다가 갑자기 종말이 찾아온다면 어떤 느낌일까.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온 지구 멸망 사태에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한번쯤은 상상해봤던 아포칼립스(대규모 재난 또는 인류 멸망 상황)를 학생들의 시점으로 채운 네이버웹툰 ‘방과 후 전쟁활동’은 이같은 상상력의 정점에 있는 작품이다.
펜 대신 총을 잡아야 하는 학도병들. ‘방과 후 전쟁활동’은 철저하게 학생들이 주인공이며 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수능까지 132일이 남은 어느 여름날 갑자기 전 세계 상공에 보라색 물체들이 나타나고, 이것들은 인류를 무차별 공격한다. 결국 한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학생들에게도 이들을 물리치기 위한 군사훈련을 시키게 된다.
재밌는 건 극한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학 입시라는 오랜 고등학생들의 염원은 그대로라는 점이다. 학생들은 인류가 멸망해가는 상황 속에서도 대학 진학에 대한 염원을 놓지 않는다. 현실적인 상황과 아포칼립스 같은 비현실적인 세계관이 동시에 충돌하면서 독자들에겐 묘한(?) 몰입감을 전달한다.
이 작품은 ‘목욕의 신’, ‘삼봉이발소’, ‘스퍼맨’ 등을 그렸던 하일권 작가의 웹툰이다. 기발한 발상과 전개로 국내 웹툰계에서 강한 존재감을 나타내왔던 하 작가는 ‘방과 후 전쟁활동’에선 기존 작품들과 달리 어두운 분위기를 강조한다. 알 수 없는 적들과 진행되는 전쟁의 참혹함, 그리고 대학 입시 같은 현실적인 부분들이 결합되면서 다른 아포칼립스물과는 차별점을 뒀다.
연출 부분에서도 특이점이 있는데 1화부터 아이들의 인터뷰를 담은 녹화 영상으로 시작된다는 점. 녹화 영상을 통해 아이들이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세세하게 보여주면서 극의 몰입감을 더해준다. 2012년 11월부터 연재된 이 웹툰 당초 전체 이용가였지만, 어두운 분위기와 참혹할 수밖에 없는 연출 때문인지 2013년부터 19세 이용가로 바뀌었다. 오히려 19세로 제한을 걸고 극을 전개하니 더 세밀한 묘사와 전개가 가능해진 것 같다.
이 웹툰은 온라인동영상(OTT) 플랫폼 ‘티빙’에서 드라마로도 방영돼 화제를 모았다. 다소 원작과 달라진 부분도 있지만 웹툰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잘 살렸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