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업 상장 미국 대신 여기로 …캐나다 금융허브에 성큼

[금융허브 글로벌 스탠다드는]②
해외 기업 유인책 탄탄한 싱가포르 입지 '여전'
전통금융·신금융 조화 이뤄낸 캐나다도 '각광'
韓, 싱가포르 정책 유연성·캐나다 지원책 배워야
  • 등록 2022-07-26 오전 4:00:00

    수정 2022-07-26 오전 9:14:25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세계 금융계는 취리히에서 시작합니다. 취리히 은행들이 아침 9시 정각에 문을 열고, 다음에는 프랑크푸르트와 런던 은행들이 문을 열죠. 오후가 되면 이들이 차례대로 문을 닫습니다. 이후 뉴욕 은행들이 문을 열면서 금융거래의 중심이 런던에서 뉴욕으로 넘어가요. 뉴욕이 문을 닫을 때는 샌프란시스코로 넘어가는데 여기가 문을 닫으면 세계는 베일에 덮입니다. 만일 싱가포르에 금융센터를 둔다면 샌프란시스코 은행들이 문을 닫기 전 싱가포르가 인계받아 취리히 은행이 문을 열 때까지 금융거래를 담당하게 될 겁니다.”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분리독립된 후 3년이 지난 1968년. 한 금융 전문가는 당시 싱가포르 경제개발청 총리를 지내던 리콴유 등에게 결정적인 보고서를 제출한다. 보고서를 읽은 리콴유 총리는 즉시 국제금융센터 구축에 착수하는 등 싱가포르를 아시아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게 된다. 그는 해외 금융사들이 싱가포르에 거점을 둘 수 있는 유인책과 효율적이고 융통성 있는 금융환경을 마련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뒀다. 그로부터 약 20년 후 싱가포르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큰 외환시장을 보유하게 됐고, 현재까지도 아시아 금융허브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갈무리
하지만 한국은 아시아 금융허브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천명한 지 19년이 지났으나 별반 달라진 게 없다. 특히 아시아 금융허브 역할을 톡톡이 해왔던 홍콩의 지위가 흔들리면서 대체지로 부상할 수 있는 기회가 온 만큼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탄탄한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경쟁력 등 금융허브를 육성할 수 있는 경제적 배후가 그 어느 아시아 국가보다 강하다는 설명이다. 자본시장에서는 해외 주요 금융허브의 다양한 전략을 벤치마킹한다면 우리나라가 금융허브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본·기술·규제’ 3박자 싱가포르

금융허브를 성공적으로 조성한 대부분의 국가에는 공통점이 있다. 자본·기술의 집약과 더불어 정부 지원 아래 비교적 빠른 시간 내 금융허브를 조성해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제로는 지역적 접근성이 뛰어난 싱가포르가 꼽힌다. 천연자원이 거의 없는 싱가포르는 제조업에 대한 드라이브를 지속해왔고, 해외 다양한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기업 친화적인 조세 정책을 펼쳐왔다.

특히 싱가포르 정부의 다국적 기업 유인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현재까지도 다국적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세금 감면과 연구 파트너십 등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이미 세계 금융사들은 일찍이 아시아 지사 등을 싱가포르에 세웠고, 최근 들어서는 반도체 기업들까지도 싱가포르에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실제 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스와 독일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실트로닉스, 대만 파운드리 업체 유나이티드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싱가포르에 관련 공장을 짓고 있다.

금융허브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며 한 단계 더 발전한 ‘스마트 금융허브’로 성장하려는 움직임도 괄목할 만하다. 싱가포르 통화청은 싱가포르 금융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지난 2015년부터 핀테크 전담조직인 FTIG와 원스톱지원창구(Fintech Office), 산업계 결속단체(핀테크 컨소시엄) 등을 개설했다. FTIG는 합리적인 규제 및 정책을, 핀테크오피스는 창업과 멘토링을, 컨소시엄은 산업계 결속 및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일찍이 범부처 차원의 전담조직을 구성해 민·관 합동으로 핀테크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체재를 만든 셈이다.

전통+신금융 모두 아우르는 ‘캐나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캐나다도 새롭게 주목할 국가로 떠오른다. 정부의 유연한 정부 정책 아래 토론토를 비롯한 캐나다 동부에서는 전통 금융을, 밴쿠버 등 서부에서는 핀테크를 비롯한 신금융을 균형감 있게 다루면서다. 자본시장 규모를 견줬을 때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안 되게 크지만, 열린 정책과 비상장사에 대한 과감한 투자, 혁신 스타트업 지원 환경 조성을 바탕으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특히 최근 들어 각광 받는 것은 핀테크를 비롯한 신금융 산업 허브로서 캐나다의 역할이다. CB인사이트 등에 따르면 캐나다는 올해 2월 기준 유니콘 기업 수 기준 세계 8위에 자리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 아니라 캐나다 자본시장에서 ‘기술력과 성장성은 갖췄는데 자금 여건이 어려운 중소 벤처 기업’들이 사업을 영위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유연한 기업공개(IPO) 정책도 큰 몫을 하고 있다. CPC라는 상장제도를 운영하는 캐나다는 기존 IPO나 스팩과 달리 향후 기업 밸류를 중요한 상장 기준으로 삼는다. 기술력을 갖췄지만 당장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지 못한 세계 기업들이 주요 무대로 삼을 수 있는 발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에 혁신산업을 다루는 세계 비상장사들은 캐나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해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는 ‘플립(flip)’을 속속 추진하고 있으며, 일부 상장사들은 미국 상장에 앞서 캐나다를 발판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

한국이 금융허브로 도약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로 규제를 꼽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업권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 시대지만 한국은 여전히 포지티브(승인받은 사업만 가능한) 규제로 금융사가 할 수 있는 사업이 제한적이다. 때문에 특구를 지정해서라도 일부 규제를 완화해야 글로벌 금융기관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일부 지역을 금융특구로 지정해 차터시티(개도국의 도시화 및 경제성장을 위한 새 지역경제 발전 모델로 일종의 경제특별구역)처럼 자율성을 보장하고 마음껏 시도해볼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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