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마을보안관 '부릅뜬 눈'…"밤길 홀로 다녀도 두렵지 않아요"

오세훈표 '안심마을보안관 시범운영' 동행 취재
원룸·고시촌 1인가구 밀집지역 안전 파수꾼 역할
관악구, 한 집 건너 한 집 1인가구…예방적 치안활동 중점
서울시, 안전도어지킴이에 스마트보안등 등 맞춤형 지원
  • 등록 2021-11-18 오전 5:00:00

    수정 2021-11-18 오전 5:00:00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지난 16일 오후 11시 30분 서울 관악구 서원동 일대 주택가에서 노란색 점퍼와 모자로 무장한 남성 2명이 40도에 가까운 급경사 언덕을 느릿느릿 올라갔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영상 3도라고 표시됐지만 장군봉으로 다가갈수록 공기는 더 차갑게 느껴졌다. 빌라 아래 주차장, 건물과 건물 사이 캄캄한 공간은 대낮처럼 밝은 가로등 조명과 대비를 이루며 마치 블랙홀처럼 지나가는 사람들을 빨아들일 것만 같았다. 관악구 안심마을보안관인 장동휘(35)씨와 김기달(32)씨는 거북이걸음을 걸으면서도 시선을 쉴 틈 없이 돌렸다. 까맣게 그늘진 곳을 향해 경광봉 불빛을 비추며 낯선 이는 없는지 계속 살폈다.

장동휘 보안관은 “서원동은 주차공간 부족 등으로 1층이 필로티 형태의 주차장이 많은데, 특히 언덕으로 올라갈수록 다세대 주택 대부분이 이런 구조”라며 “건물과 건물 틈뿐만 아니라 주차장까지 인기척이 있는지 일일이 다 확인하고 사각지대까지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관악구 안심마을보안관인 장동휘(35)씨와 김기달(32)씨가 서울 관악구 서원동 골목길을 순찰하고 있다.(사진=양지윤 기자)
지난달 25일부터 시작한 안심마을보안관 시범사업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1호 공약인 1인가구의 5대 불안 해소 중 안전 분야 지원대책의 하나다. 안심마을보안관은 원룸, 고시촌 등의 주거환경에서 혼자 사는 이들이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파수꾼 역할을 자임한다. 서울시내 1인가구 밀집지역에서 2인 1조로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30분까지 동네 골목 곳곳을 누비며 위급상황과 범죄 발생 등을 순찰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또 골목에 꺼진 보안등이 있는지, 길이 파손된 곳이 있는지 등도 살피는 그야말로 만능 파수꾼이다.

시범사업이 시행되는 15개 자치구 중 한 곳인 관악구는 서울 25개구 가운데 1인 가구 비율이 51.9%로 가장 높다. 한 집 건너 한 집은 1인 가구인 셈이다. 특히 서원동은 여성 1인가구 수가 많고, 경사가 가파른 언덕길에 다세대 주택과 빌라 등이 빽빽이 들어찬 지역 특성을 지녀 예방적 치안활동이 필요한 지역으로 꼽힌다.

실제로 보안관들과 순찰을 시작한 밤 9시부터 서원동은 이미 적막감이 감돌고 있었다. 야식 배달을 위해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는 그 흔한 배달용 오토바이 소리도 듣기 힘들 정도로 인적이 드물었다.

다행히 지금까지 큰 사고는 없었지만 보안관들을 긴장시킨 순간은 있었다. 첫 근무날 만취한 상태로 길가에 누워 몸을 가누지 못했던 여성과 옆에서 이를 보며 전전긍긍하는 남성이 순찰 중 포착된 것. 보안관들은 이들이 연인관계임을 직접 확인한 후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여성의 집까지 동행했다.

보안관들은 순찰 투입 전 SK쉴더스(구 ADT캡스)에서 직무 이론과 현장 교육 등 상황별 대처 방안을 철저히 교육받는다. 또 전직 경찰 등 범죄예방 경력이 있거나 관련 자격증 보유자가 전체 인원의 절반에 달한다. 장 보안관 역시 청소년 보호관찰 기관, 단체에서 6년 가까이 일하며 청소년 범죄자를 숱하게 봐온 경험이 있다.

장 보안관은 “순찰 중 주민들을 만나면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서 우리들의 존재를 각인키고, 어두운 곳이 보이면 일부러 더 경광봉 불빛으로 환하게 밝히기도 한다”면서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범죄를 계획한 이는 위축감이 들고, 주민들은 안정감을 느낀다는 점에서 선전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울 관악구 서원동 주택가에 주민들의 안전한 귀가를 유도하기 위해 설치된 안심거울과 SOS비상벨.(사진=양지윤 기자)


주민들 반응은 긍정적이다. 밤 11시쯤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나선 이태양(36)씨는 “집으로 가는 길에 안심마을보안관 2조를 모두 만나서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안심길도 조성돼 있고, 폐쇄회로(CC)TV도 잘 작동되고 있어 이전보다 확실히 밤길이 덜 무섭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1인가구 안전 대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9월부터 만 18세 이상 1인가구 총 3000명을 대상으로 ‘1인가구 안전 도어지킴이 설치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어지킴이는 현관 앞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도어카메라를 현관문에 설치하고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긴급출동 서비스까지 요청할 수 있는 가정용 보안서비스다. 24시간 가동되며 시중가의 절반에 3년간 이용할 수 있다. 시는 또 연말까지 10개 자치구 13개소 주택가에 노후보안등 2941개를 스마트보안등으로 교체하고, 내년에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해선 서울시 1인가구특별대책추진단장은 “원룸, 고시촌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혼자 사는 1인가구의 범죄 취약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만큼 주거침입 범죄 등에 대한 예방적 치안활동이 필요하다”면서 “서울지방경찰청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1인가구 밀집지역에 안전망을 구축하는 등 시민 누구나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도시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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