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면의 사람이야기]국가도 경영이다

  • 등록 2023-08-03 오전 6:15:00

    수정 2023-08-03 오전 6:15:00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안팎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이 하나 같이 무겁고 어려운 시기다. 냉전이 종식되고 30년을 이어 온 자유무역 질서에 기반한 경제적 번영이 점차 시들어 가고 자국 우선주의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대한민국의 발 앞에 드리우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압도적인 저출산과 빠른 고령화로 인해 이대로 경제 동력이 꺼지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도처에서 제기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산업구조 재편이 창출한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 와중에 우리는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반도체, 신 IT기술, 배터리 등 핵심 산업의 우수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시원시원하게 뻗어나가지 못하고 있다. 쏟아지는 뉴스의 행간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릴 정도로 빠르게 일어선 경제가 그만큼 빠르게 주저앉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배어 있다.

지금의 위기는 지금까지 밟아온 발전의 경로로는 더 이상 이 나라가 성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신호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기왕에 위기의 징후가 닥쳤으니 대한민국이 무엇을 손보고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진단하고 변화할 수 있다면 이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

작금의 대한민국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할 분야는 국가 운영 메커니즘의 효율화와 혁신이다. 국가의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정부가 이끌고 기업이 뒤따라간 한국 경제의 발전모델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 된 지금도 강력한 국가, 큰 정부를 유산으로 남겨놓았다.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기업들도 공무원 앞에만 서면 작아진다. 겹겹이 둘러쳐진 규제더미 아래에서 공무원들 눈 밖에 나면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고 되는 것도 안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공공성에 대한 지나친 환상으로 효율성을 늘 뒤로 미뤄왔다. 양자는 적절히 조화돼야 하지만 선후를 따지자면 효율성이 앞에 오고 공공성이 뒤따라야 한다. 효율적 국가 운영을 통해 국부를 창출하고 성장의 과실을 일군후에라야 공공성을 기반으로 한 균형과 안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공성이 효율성을 압도해 국가 경쟁력을 갉아 먹는 대표적 사례가 지방자치제다. 주민자치라는 공적 가치에 경도돼 이 작은 나라를 226개의 기초자치단체로 쪼개다 보니 온갖 비효율과 낭비가 끊임없이 반복되는데도 시정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인구 10만명 수준의 소도시들이 재정적 자립도 안 되면서 직선제를 실시 하다보니 규모의 경제도 달성하지 못하고 비슷한 컨셉과 내용의 제도, 정책들이 남발되고 있다. 차라리 전국을 17개 광역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재편해 각 자치단체별로 고유한 역사적, 환경적, 경제적 맥락을 중심으로 자치를 실시해 나가는게 낭비를 줄이고 지역 특유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국가의 경쟁력은 운영의 효율화에서 나온다. 지방분권도 적절한 수준에서 효율성과 공공성의 최적 균형상태를 찾아야 한다.

혹자는 국가 운영의 효율화를 위해선 정치의 선진화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하는데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국가 운영의 효율화와 정치의 선진화가 불가분의 관계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정치의 발전과 성숙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정치의 선진화는 그대로 진행하면서 국가 운영 체계 효율화를 위한 조치들 중 할 수 있는 것은 먼저 서둘러야 한다. 비유하자면 정치는 기름이고 정부는 기계시스템이다. 좋은 기계에 좋은 기름이 들어가면 최고의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다. 기름이 나쁘다고 기계를 기름 수준으로 다운그레이드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국가 운영의 효율화와 정치의 선진화는 별개의 과제로 병행해야 한다.

오랫동안 우리의 의식 속에 국가는 통치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제 국가도 기업처럼 경영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 신냉전이란 국제 정세는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냉혹한 현실세계이다. 글로벌 질서에 줄 서는 것을 강요 받지 않으려면 언젠가의 자강을 꿈꾸는 것이 당면한 국가와 국민의 소망이어야 하는 것 아닌가. 특히 요즘과 같은 경제적, 안보적 위기가 엄습해 올 때일수록 정부 운영의 비효율과 낭비를 줄여 최소한의 비용과 최대한의 성과를 추구해야 한다. 왜 정부 예산과 조직은 끊임없이 확장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국가(중앙, 지방)도 기업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는 부서와 인력은 과감하게 구조조정하고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분야엔 유연하게 자원을 집중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도 경영할 수 있다. 왜 못하는가. 수 많은 기업들이 헤쳐 나온 그 길인데. 경영이란 구성원 모두의 삶의 질을 드높일 수 있는 수단이다. 과연 오늘을 이룩한 국민과 기업의 성과는 전후 어느 국가도 이루지 못했던 꿈이었다. 이는 기업의 세계 진출, 문화의 세계 진출에 기반을 둔 우리만이 걸어온 그 길이다. 각 분야의 세계적인 성취는 이제 국가 운영에서도 적용돼야 할 새로운 가치이다. 그 어느 나라 정부도 이루지 못한 세계 최고 수준의 정부경쟁력, 세계 최고 수준의 국민경쟁력을 바라보며 국가와 국민의 모습을 그려 보아야 한다. 그 길이 우리의 나아갈 길이며 G3로 가는 시작점이다. 경제력의 힘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루었다면, 또한 마찬가지로 경제력의 힘이 새로운 대한민국, G3를 꿈꾸는 위대한 대한민국을 탄생시킬 것이다. 여기서 우리도 내일은 ‘집중과 선택’이란 국가적 경영 수단의 진입과 진화만이 그 해답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은 그만큼의 경제적 능력을 갖추어야 살아가는 환경도, 안보와 국방도, 민생도, 복지도 이룰 수 있는 필수 조건이며 세계 무대의 국가적 자존심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국민소득 10만 달러 시대의 G3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정부의 효율화와 미래 혁신 방안을 놓고 ‘국가경영 시스셈 구축’에 전력을 다할 때다. 바로 지금이다. 태평양의 기적과 100년의 성공을 믿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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