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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복지정책은 복지를 망친다. 문 정부는 국민연금으로 노후소득을, 건강보험으로 국민의료를, 고용보험으로 사회안정을 보장한다고 선전했다. 하지만 각각의 제도는 노후소득과 국민의료와 사회안정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다보니 문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 약속도 도중에 중단되었다. 대신 문 정부는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국민연금의 고갈이 빨라진다고 65세로 정년 연장의 분위기를 잡았다. 하지만 정년만 연장하다고 이런 문제가 해결될리 없는 노동시장의 모순 앞에서 엉거주춤했다. 근로자의 대부분은 정년 이전에 퇴직하고 은퇴는 65세를 훌쩍 넘는다. 정년 연장은 혜택이 노동조합의 보호막에 있는 소수의 근로자에게만 돌아가고, 안 그래도 어려운 청년 세대의 일자리 는 더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노동뿐 아니라 복지 제도도 모순에 빠져 있다. 복지 지출이 빠르게 증가해 국가 예산의 30%를 넘지만 복지 양극화는 커졌다. 국민연금은 연금보험 요율에 비해 급여는 많아 차이가 1.8배가 난다. 80%의 부담은 미래 세대에게 세금으로 떠넘기지만, 노동시장의 경직성 때문에 기업은 채용을 줄이고 해외로 떠나 이들의 소득 전망은 어둡다. 기성 세대는 저부담·고급여의 연금혜택을 누리지만 그 모순이 유지될 수 없다. 다행히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 욕구는 크다. 문제는 복지제도가 고령층 노동력의 활용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성장의 관계에 대한 한국은행 분석을 보면, 고령층의 노동생산성 증가는 정년과 은퇴의 연장이나 생산가능인구의 부족을 채우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제고보다 효과가 훨씬 크다.
국민연금의 고갈을 막고 지속가능한 복지 국가를 만들려면 복지 개혁과 노동 개혁을 연계해야 한다. 복지국가의 전형인 스웨덴과 독일은 한국과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모든 사람에게 똑 같이 분배하는 보편적 복지는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맞물려 저성장·고실업과 재정악화의 문제를 일으켰다. 이들 국가는 복지 국가를 지속가능하도록 복지 개혁과 노동 개혁에 나섰다. 방향은 일을 통한 복지였고, 노동시장의 참여와 복지를 연계하는 선택적 복지로 바꾸는 것이었다. 하지만 모든 나라가 복지 개혁과 노동 개혁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이태리와 스페인 등 남부 유럽은 노동계의 반대 때문에 개혁이 좌절되거나 지체되어, 실업률은 10%를 훌쩍 넘고 재정은 악화해 복지 국가와 멀어졌다. 일본도 정치적 배경은 다르지만 개혁이 미흡해 저성장·고부채의 늪에 빠져 복지기반이 무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