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40도 육박 선별진료소…전신방호복에 에어컨도 무용지물

신림체육센터·여의도공원 임시선별검사소 가보니
의료진, 현장 요원, 검사자 모두 폭염 속 헉헉
"긴 대기줄에 탈진자 나올까봐 걱정…검사 빨리 끝내는 게 목표"
"몸 상태 나쁠 땐 현장 요원에게 즉시 알려야"
  • 등록 2021-07-18 오후 3:07:14

    수정 2021-07-18 오후 3:32:13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검사자들이 몰려들면서 선별검사소가 북적이고 있다. 의료진과 현장 요원, 대기자들은 이미 녹초가 된지 오래다.

서울시는 최근 검사소 업무 폭증에 폭염까지 이어지자 시내 코로나19 검사소 실시간 혼잡도와 예상 대기시간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서울맵’을 통해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인파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이데일리는 탈진으로 파견 직원이 쓰러진 관악구 임시선별검사소와 금융사 35곳을 대상으로 선제검사에 나선 여의도 임시선별검사소를 차례로 둘러봤다.

직원 탈진한 관악구 선별검사소, 장시간 대기에 ‘비상’

“땡볕에 서 있지 마시고, 그늘에 잠시 계세요.”

지난 16일 오전 10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체육센터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 현장 진행요원의 말이 끝나자마자 ‘모세의 기적’처럼 대기줄이 갈라졌다.

16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체육센터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들이 무더위 속에서 검사를 하고 있다.(사진=양지윤 기자)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올 들어 가장 더운 35도. 하루 평균 1000여명이 방문하는 신림체육센터는 검사 시작 시간인 오전 10시에 이미 100여명 이상 검사자가 몰려 구불구불한 긴 줄을 만들었다.

전날 이곳에서는 지원근무를 하던 40대 근무자가 탈진으로 쓰러졌지만 검사소 직원들은 침착하게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직원들은 오히려 주민들이 장시간 대기로 지칠까봐 “그늘에 서 있으라”고 안내하느라 분주했다.

“더위에 고생이 너무 많으세요.” 오전 7시30분부터 줄을 섰다는 전 모(59)씨는 검사소 개시 5분 만에 검체채취가 끝나자 의료진에게 감사의 말을 건냈다. 전 씨는 “평소 이 시간엔 점심 장사를 준비하느라 바쁜데, 서울시에서 선제검사 명령이 내려져서 남편과 함께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왔다”며 서둘러 검사소를 떠났다.

검사소 천막 안은 이동형 냉방기와 선풍기가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을 향해 쉴새 없이 바람을 토해냈다. 냉방기를 총 가동했으나 덥기는 매한가지. 그럼에도 의료진들은 검사소 앞에서 장시간 기다리는 주민들 걱정이 앞섰다.

의료진 최 모(46)씨는 “땡볕에서 1~2시간 기다리는 분들, 특히 아침 일찍 검사를 받으러 오는 분들을 최대한 빨리 검사해 보내드리기 위해 검사소 전 직원들이 뛰어다니다시피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폭염에 장시간 대기로 몸 상태가 나쁠 때는 참지 말고 빨리 직원들에게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16일 서울 영등포구청이 여의도공원에 마련한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 대기줄에는 점심 시간을 이용해 검사를 받으러 온 넥타이부대가 군데군데 눈에 띈다.(사진=양지윤 기자)
여의도, 금융인 검사 행렬…폭염에 ‘헉헉’

여의도공원에 설치된 여의도 임시 선별진료소 입구로 들어서자 번호표별 방문시간과 함께 오후 1~2시 소독·방역시간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업무시간에 선별진료소를 방문하기 어려운 여의도 일대 직장인들을 위해 점심시간에도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시간을 조정했다. 은행이나 관공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기표도 배치했다.

신림체육센터의 경우 식당·카페 등 운영자와 종사자들이 많았다면, 여의도는 유니폼을 입은 은행 직원, 넥타이 부대가 많이 눈에 띄었다. 증권사 직원인 손 모(41)씨는 “회사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고 해 점심시간을 이용해 왔다”면서 “선별검사소를 방문해 검사를 받기까지 약 10분 정도 걸려 빨리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여의도 임시 선별검사소는 연일 검사자로 북새통이다. 최근 여의도 식당가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이후 증권가에서 확진자가 잇따르면서 영등포구가 금융투자협회 회원사를 대상으로 선제검사를 제안하면서다. 전수검사 일정을 확정한 곳은 35개 금융기관으로 영등포구는 주말을 제외한 나흘씩 분산 검사를 실시 중이다.

이날까지 의료진 3명이 맞교대로 검사를 진행했으며 다음 주부터 8명으로 늘려 하루 2000여명씩 검사를 소화할 예정이다. 검체채취가 이뤄지는 컨테이너의 문을 열자 이동형 에어컨 소리가 들렸다.

생각보다 시원하지 않았다. 휴식 시간을 맞아 잠시 쉬고 있는 의료진 신재혁(35)씨는 “검사를 시작하자마자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면서 “땀이 눈을 찌르지 않게 헤어밴드를 하고, 방호복 안은 러닝셔츠처럼 얇고 가벼운 옷을 입어야 그나마 버틸 수 있다”고 토로했다.

신 씨는 쏟아지는 땀 때문에 출근하면서 여분의 속옷과 외출복을 꼭 챙겨온다고 했다.

그는 “추운 건 옷을 입어서 해결되지만, 더위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의료진은 그나마 냉방기기라도 옆에 있는데, 밖에서 현장을 관리하는 직원들은 땡볕에 그대로 노출돼 체력적으로 더 힘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임시 선별검사소는 의심, 무증상자를 통한 전파 우려 때문에 반드시 환기가 잘 되는 외부에 설치하다 보니 더위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동형 에어컨과 선풍기를 최대한 가동하면서 교대로 휴식을 취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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