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대로라면 대우조선해양을 품에 안아 독보적인 세계 1위 조선사로 발돋움하는 미래 전략을 구상했을 테지만 유럽연합(EU)의 반대로 인수가 무산된 만큼 독자 생존을 위해 신기술로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 역시 지난해에 이어 수주 랠리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선제적으로 위기관리에 나서며 혹시 모를 업황의 하향 사이클에도 대비하는 모습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유럽에 연구개발(R&D) 센터를 개소한 데 이어 한국무역협회와 친환경 선박기술 분야 스타트업을 찾는 오픈이노베이션도 개최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이 마련한 오픈이노베이션은 선박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친환경 기술이나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 기술, 수소와 암모니아 등 차세대 연료 관련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한국조선해양이 지분을 투자하고 공동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는 내용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이처럼 ‘기술경영’을 내세우며 차세대 기술 확보와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조선 산업에서의 경쟁력 강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해상 환경 규제 문턱이 높아지고 있어 지금 수주 호황을 이끌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의 발주가 앞으로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암모니아, 메탄올, 수소 등 에너지를 연료로 하는 친환경 선박 기술이 곧 경쟁력이 될 수밖에 없다. 세계 1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기술력 확보와 상용화에서도 앞서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와 함께 현대중공업은 선박 건조와 공정 효율을 높이는 혁신 기술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금은 1분기에만 선박 수주 목표의 절반을 달성하는 등 업황이 좋지만, 조선업이 경기에 민감한 만큼 글로벌 경제 위기 등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어서다. 또한 조선업의 경우 오랜 불황의 터널을 지나며 인력난이 심화한 터라 이를 기술로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불발된만큼 올해 연구개발 투자가 크게 늘어나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매해 연구개발에 800억~900억원가량을 투자해왔는데, 지난해 인수를 위해 마련한 자금을 신기술, 신사업 확보에 쓸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은 올해 키워드 중 하나로 기술 혁신을 손꼽았으며, 최근 판교 R&D 공사 현장을 찾아 “기술혁신을 통해 새로운 50년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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