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익편취 부당성 입증 엄격하게 요구한 대법원
2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2부(재판장 조재연 대법관)는 대한항공과 계열사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대한항공에 흡수합병)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대한항공 측의 승소를 확정했다. 대한항공 측의 손을 들어준 서울고법 원심판결을 그대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2017년 9월 서울고법 판결이 나온 후 약 5년이 지난 후에야 확정판결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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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공정위는 2016년 11월 기업집단 한진에 속한 대한항공이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에 광고수익을 몰아주거나 시설이용료를 과다지급하는 방식으로 부당이익을 제공했다고 판단하고 제재했다. 두 회사는 당시 한진 총수인 고(故) 조양호 회장과 자녀인 현아·원태·현민 등 특수관계인이 70~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해당 사건이 주목을 받은 것은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만들었던 구 공정거래법 23조의2(현 47조)를 적용해 공정위가 제재한 사건 중 처음으로 법원의 판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해당 조항은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이 특수관계인(총수 및 친족)이나 특수관계인이 일정 비율 이상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에 부당한 이익을 주는 것을 금지해 사익편취 또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 불린다. 정상가격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 합리적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 비교 없이 거래하는 행위 등 위법 유형도 함께 들어갔다.
서울고법 판단 이후 학계에서도 갑론을박이 거셌다. 해당 조항이 만들어진 이유는 총수 일가의 부당 내부거래를 최소화하는 데 있으니 공정위의 판단처럼 열거된 위법행위만 있어도 충분히 ‘부당한 이익’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과 특수관계인에 대한 경제력 집중은 물론 시장 경쟁제한성까지 모두 입증해야 ‘부당한 이익’이 성립한다는 의견이 맞붙었다.
태광 김치강매 등 다수사건 영향 전망
대법원은 서울고법의 판단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위법성이 성립하기 위한 ‘부당한 이익’ 기준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시장 경쟁제한성(공정거래저해성)까지 입증할 필요는 없지만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의 경위 및 당시 상황 △거래의 규모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되는 이익의 규모 등을 함께 고려, 특수관계인을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이 유지 또는 심화되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입증책임은 공정위에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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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정위는 태광 김치·와인 강매사건(2019년), 미래에셋 사건(2020년) 등 다수의 사건을 사익편취 조항을 적용해 제재한 바 있다. 이들 모두 법원에서 판단을 기다리고 있어 이번 대법원의 판단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2017년 대한항공 서울고법 사건 패소 후 이후 법원의 판단을 고려해 사건을 처리해왔다”며 “대법원 최종판결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으나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법원에서 계류 중인 사건에서 여러 판례가 나와야 최종적인 법리가 완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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