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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 후엔 더 비싸”…힌남노·추석 전 주말, 시장·마트 ‘북적’
-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태풍도 온다잖아, 미리미리 사놔야지.”4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을 찾은 김모(66)씨는 한 건어물점에서 6000원짜리 황태포 두 개와 1만원짜리 곶감 한 팩을 샀다. 김씨 손에 들린 비닐봉지가 4개로 늘었다. 그는 “비 많이 오고 바람 분다니까, 송편만 빼놓고 대강 다 사들고 가려고 나왔다”고 했다.오는 9일 시작되는 추석연휴 전이자 11호 태풍 ‘힌남노’ 상륙을 앞둔 주말, 시장과 마트는 장을 보러 나온 이들로 북적였다. 채소, 과일 등 이미 값이 오를대로 오른 탓에 망설이던 이들은 “태풍이 쓸고 가면 더 오를 것 같다”며 장바구니를 채워갔다.4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사진=김미영 기자)이날 오후 망원시장에선 파랗고 검은 비닐봉지를 손에 든 이들이 인파를 이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보행기 장바구니를 끌고 나온 어르신들도 적지 않았다. 추석용 과일, 고기와 송편 등 차례 음식을 파는 가게들에 손님이 이어졌다. 한 채소가게에서 만난 손모(59)씨는 “추석 때 먹을 김치 담그려 했더니 얼갈이 배추며 열무며 값이 무섭다, 지난주에 살 걸 그랬다”며 “내일 되면 또 오를 것 같으니 어쩔 수 없이 사야지”라고 했다. 옆집 가게에서 햇밤과 햇대추, 한과 등을 한 봉지씩 산 김모(50)씨는 “값이 너무 비싸니까 햇대추를 살까말까 고민되더라, 이 한 주먹이 4000원이야”라며 “한 집에서 많이 사서 조금 깎았다”고 웃었다.첫째주 일요일인 이날 영업하는 대형마트인 강서구 홈플러스도 장을 보러 나온 이들로 ‘활기’를 띄었다. 한판에 5990원인 계란, 한 봉지에 4990원인 청상추, 하나에 2070원인 무 등은 매대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팔렸다.아이를 카트에 태우고 장을 보던 이모(39)씨 부부는 “계란이랑 우유, 요거트 같은 신선식품을 샀다”며 “추석 후까지 장을 보러 오지 못할 것 같아 미리 사두려 왔다”고 했다. 다른 이모씨 부자는 “추석 때 캠핑 가서 바베큐 해먹으려고 장보러 왔다”며 “돼지고기에 채소, 맥주 등 사면 20만원은 그냥 넘어갈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비축’ 식량을 사러온 1인 가구도 눈에 띄었다. 장모(31)씨는 즉석밥, 냉동만두, 라면, 베이컨 등을 사갔다. 장씨는 “라면값도 곧 오른다고 하고 뭐든 지금 사놓는 게 쌀 것 같아서 두 묶음씩 샀다”며 “우크라이나전쟁에 태풍에 뭐 물가가 오를 일밖엔 없는 것 같다”고 한숨 쉬었다.마트 한 관계자는 “추석 전 마지막 주말이다보니 토요일인 어제는 정말 사람이 많았고 오늘은 그보단 줄었다”며 “소·돼지고기나 공산품은 모르겠지만 야채·채소와 과일은 태풍 영향으로 가격이 여기서 더 오를 것 같다”고 내다봤다.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 “악마의 삶” 조주빈 뺨친 ‘엘’…서울 도심 빌라선 마약재배[사사건건]
-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은 “악마의 삶을 멈춰줘 감사하다”며 사라졌지만, 2년 만에 그 뒤를 잇는 이가 나왔습니다. ‘n번방 사건’의 복사판으로,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6명에 유포된 성 착취물은 수백 개에 달합니다. 경찰은 ‘엘’이란 가명을 쓴 용의자를 추적하기 위해 수사팀 규모를 늘렸습니다.‘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경찰이 서울 도심 한 빌라에서 버젓이 마약을 재배·유통한 일당을 붙잡았습니다. 장애인권리예산을 요구하며 전장연이 벌여온 삭발 투쟁은 어느덧 100일을 넘어섰습니다.◇악랄한 성 범죄 ‘n번방’의 공포 다시…(이미지=연합뉴스)2020년 악랄한 수법으로 성 착취물을 만들어 유포한 조주빈 일당의 ‘n번방 사건’과 유사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 1일 “텔레그램을 이용한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제작 유포 사건과 관련해 신속한 수사를 위해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고 밝혔습니다.경찰이 쫓고 있는 건 텔레그램에서 ‘엘’로 활동한 A씨. 미성년자를 협박해 성 착취 동영상을 촬영하게 한 뒤 텔레그램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유포한 혐의입니다.현재까지 A씨에 당한 피해자로 확인된 피해자 6명 대부분이 미성년자로, 관련 영상물은 350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는 ‘n번방 사건’을 추적했던 ‘추적단 불꽃’의 활동가를 사칭해 피해자들에 “도와주기 위해 연락했다”며 접근하는 등의 방식으로 성 착취물을 찍게 만들었습니다. ‘추적단 불꽃’의 원은지 활동가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피해자 6명은 아동·청소년으로 10대 초반으로 추정된다”며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피해자도 있다”고 했습니다.A씨의 악랄함은 조주빈 일당이 구속된 2020년께부터 그들의 ‘빈자리’를 노렸단 점, 붙들린 조주빈 일당의 수법을 학습한 뒤 진화했단 점에서 더욱 치를 떨게 합니다. ‘박사’ 조주빈과 ‘갓갓’ 문형욱은 자신의 활동명을 딴 대화방에서 고정적으로 활동했지만 A씨는 여러 가명을 쓰고 여러 텔레그램 대화방을 옮겨다니며 흔적을 최소화하려 했습니다. 사건이 KBS 등을 통해 알려진 다음날인 지난달 31일엔 텔레그램 아이디를 삭제하고 종적을 감췄습니다.서울청은 기존 1개이던 수사 팀을 6개(35명)로 확대했습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국선변호사 선임을 지원하고 디지털성범죄피해자 지원센터와도 협업키로 했습니다. ◇‘마약과의 전쟁’ 중에…서울 도심서 버젓이 재배(사진=충북경찰청)경찰이 ‘마약범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서울 도심의 한 빌라에서 14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의 마약류를 재배해 보관·유통한 일당이 붙잡혔습니다.충북경찰청은 지난달 31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A(29)씨 등 6명을 구속하고 마약 투약자 14명과 알선책 2명을 입건했습니다. 해외로 도주한 B씨 등 2명에 대해선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 추적 중입니다.A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텔레그램을 통해 총책임자인 B(38)씨 등 2명으로부터 마약류 6종 3kg(12만명 동시 투약분)을 받아 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B씨가 텔레그램으로 마약을 숨겨 놓은 곳을 알려주면 A씨가 이를 서울 도심 빌라에 보관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또한 이 빌라에서 8kg(2만명 동시 투약분)에 이르는 대마초를 재배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이 이들에게서 압수한 마약류는 모두 11kg으로, 12억6000만원 상당입니다. ◇‘장애인권리예산’ 삭발 100일…“촘촘한 지원 없어”(사진=연합뉴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장애인 권리예산 보장, 장애인 권리 4대 법률 제·개정을 요구하며 시작한 삭발결의식이 지난달 30일로 100일을 넘어섰습니다. 시민들의 항의 속 지하철 출근길 투쟁도 계속 중입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지역사회에서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 100일째 삭발했지만, 윤석열정부는 정책에서 ‘탈시설’이라는 말조차도 삭제해버렸다”고 비판했습니다.최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엔 전장연이 요구한 장애인활동지원 예산이 올해보다 2500억원가량 늘었지만, 전장연 요구보다 1조원 적습니다. 전장연 측은 “정부 예산안을 보니 장애인에게 촘촘하고 두터운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던 보건복지부의 약속은 거짓이었다”며 오는 5일 출근길 투쟁을 예고했습니다.한편 출근길 투쟁으로 업무방해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전장연은 지난달 31일 서울 남대문경찰서 조사에 출석했습니다. 다만 쇠창살로 이뤄진 감옥 모형에 들어간 채 관과 함께 등장한 박경석 대표는 서울경찰청이 관할하는 경찰서에 엘리베이터 등 장애인 편의시설을 위한 예산 계획이 나올 때까지 경찰에 자진출석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 세상 가장 우아한 '혈전'…단군 이래 가장 많은 '그림장사' 모인다
- 9월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국내 최대 아트페어 ‘키아프’와 세계 3대 아트페어 ‘프리즈’가 동시에 개막한다. 초호화 ‘한 지붕 두 페어’가 될 두 아트페어에는 컬렉터 심장을 뛰게 할 걸작이 줄줄이 출품을 예고했다. 그중 파블로 피카소의 ‘술이 달린 붉은 모자를 쓴 여자’(1938, 프리즈 마스터즈의 애콰벨라갤리리즈·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지 콘도의 ‘붉은 초상화 컴포지션’(Red Portrait Composition·2022, 프리즈의 하우저앤드워스), 루이스 부르주아의 ‘회색분수’(1970∼1971·프리즈의 하우저앤드워스)(사진=프리즈).[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문을 열어젖히고 손님 맞을 일만 남았다. 수많은 입과 입이 이미 절반을 펼쳐낸 ‘소문난 미술잔치’ 말이다. 9월의 시작과 함께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키아프’(KIAF·한국국제아트페어)와 세계 정상급 아트페어인 ‘프리즈’(Frieze)가 서울에서 동시에 열리는, 대한민국 사상 최대 미술판이 그거다. 미국 뉴욕현대미술관 이사회 멤버인 론티 이버스 아만트재단 대표, 홍콩 억만장자 컬렉터인 에이드리언 청 뉴월드개발 부회장, 스위스 대표 컬렉터로 꼽히는 마야 호프만 루마재단 회장 등등, 세계 유수의 갤러리와 미술계 관계자들이 ‘전세기까지 띄워’ 속속 입국하고 있단 얘기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단군 이래 가장 많은 ‘그림장사’가 대한민국에 집결하는 중이다. ‘아트페어’라고 할 땐 엄밀히 미술작품을 사고파는 ‘큰 시장’을 말한다. 하지만 ‘장터’란 게 어디 그런가. 구경꾼이 더 신나는 법이다. 그 기대만큼 행사 안팎에는 명작을 내건 전시가 줄을 잇고, 하다못해 입국 ‘첫인상’인 인천공항까지 미술작품으로 꽃단장을 마쳤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연 위성전시. 키아프가 한국화랑협회와 함께 여는 특별전. 9월 25일까지 진행한다(사진=키아프).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전관에서 함께 개막하는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이 동원하는 국내외 갤러리는 350여개다. 21주년을 맞으며 몸집을 잔뜩 키운 ‘키아프 서울’은 6일까지 닷새간, 아시아 미술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교두보를 서울에 놓은 ‘프리즈 서울’은 5일까지 나흘간 그림장사를 벌인다. ‘공동개최’를 내세우지만 두 아트페어는 ‘한 지붕 두 가게’ 격이다. 어떤 비장의 무기를 내걸고 얼마나 컬렉터를 불러들이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무한경쟁에 놓여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혈전’ ‘총성 없는 전쟁’이란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일단 공간부터 갈랐다. ‘키아프 서울’은 코엑스 1층 A·B홀과 그랜드볼룸을, ‘프리즈 서울’은 3층 C·D홀을 쓴다. 다만 티켓을 단일화해 공동개최의 의미는 다져뒀다. 두 아트페어를 행사기간 내내 다 둘러볼 수 있는 관람권은 20만원(3일 오전 11시부터), 하루만 보는 관람권은 7만원(3일 오후 1시부터)이다. 김구림의 ‘음과 양’(2009·페어 중 하나). 가나아트가 ‘키아프 서울’에 내놓는 작품이다(사진=키아프).이번 행사는 한국 미술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세계에서 날아온 갤러리와 컬렉터가 한국미술과 한국작가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성장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 성공 여부에 따라 ‘1조원대 한국미술시장’을 안전하게 열어젖힐 수 있다. 지난해 한국미술시장이 폭발시킨 규모는 9157억원이다. 이를 의식한 듯 “지난해 대비 매출 3배 성장”이란 예측은 키아프에서 먼저 나왔다. ‘키아프 2021’에서 팔아낸 미술품이 650억원어치니 올해 2000억원대를 내다본 거다. ◇“프리즈에 묻힐 수도 있다”…김구림·이건용 등 ‘한국간판’ 내건 ‘키아프’의 승부수 ‘프리즈’가 서울 진출을 선언한 직후 한국 미술계는 둘로 갈렸다. 하나는 프리즈 덕에 한국미술의 진면목을 세계에 소개할 수 있다는 ‘희망파’, 다른 하나는 프리즈 탓에 한국미술이 그나마 다진 기반까지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파’. 비중은 우려 쪽에 더 실렸다. 국내 컬렉터조차 해외에서 들여온 번쩍이는 작품을 본다면 더 이상 국내 토종 화랑과 작가에만 집중할 수 없을 거란 판단에서다. 이건용의 신체드로잉 ‘바디스케이프 76-3-2022’(2022). 갤러리현대가 ‘키아프 서울’에 출품한다(사진=키아프).둘 중 무엇이 됐든 프리즈가 ‘모셔온’ 작가·작품에 맞불을 놓을 ‘키아프’의 실탄은 절대요소가 됐다. 17개국 164개 갤러리(해외 60여개)를 꾸려낸 ‘키아프’의 전략은 ‘한국간판 작가’다. 가나아트는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자 김구림을, 갤러리현대와 리안갤러리는 한국 전위예술을 선도한 이건용을 선두에 세웠다. 국제갤러리는 유영국·이승조 등을, 학고재갤러리는 이봉상·류경채 등을 라인업으로 삼았다. 또 이화익갤러리는 김미영을, 웅갤러리는 장광범을 내건다. 해외 갤러리에서 출품하는 한국 작가들 면면도 만만치 않다. 보따리 연작으로 유명한 김수자는 악셀 베르포트 갤러리와 손 잡고 솔로전을 연다. 갤러리 바지위는 예술가 부부 이응노와 박인경, 아들 이융세까지 한꺼번에 조명한다. 유영국의 ‘워크’(Work·1962). 국제갤러리가 ‘키아프 서울’에 내건다. 국제갤러리는 단독 섹션으로 유영국의 작품세계를 조명한다(사진=국제갤러리).해외 갤러리가 들인 유명작가 퍼레이드도 만만치 않다. 안네 모세리-말리오 갤러리는 2차대전 뒤 가장 저명한 일본예술가로 꼽히는 미노루 오노다를 내걸고, 탕컨템포러리갤러리는 중국의 거장 아이웨이웨이의 신작을, 크리스티아 로버츠 갤러리는 마이클 크레이그-마틴의 신작을 들여온다. 갤러리 컨티누아는 세계적 조각가 아니시 카푸어와 안토니 곰리를, 페로탕갤러리는 베르나르 프리츠와 엠마 웹스터, 제인 딕슨 등을, 페레스프로젝트는 도나 후앙카와 레베카 애크로이드 등을 출품한다. 레베카 애크로이드의 ‘2022 STEM’(2022). 페레스프로젝트가 ‘키아프 서울’에 내놓는 작품 중 한 점이다(사진=페레스프로젝트).키아프의 또 다른 전략은 올해 새롭게 론칭한 ‘키아프 플러스’다. 코엑스의 메인 장터와는 구분해 9월 1일부터 5일까지 닷새 동안 서울 대치동 세텍에 ‘키아프 플러스 2022’를 차린다. 11개국 73개 갤러리가 참여하는 ‘키아프 플러스’에는 5년 이하 신생 화랑이나 젊은 작가의 작업을 위주로 NFT, 미디어아트 등을 중점적으로 꾸려낸다. 세계적 NFT 컬렉션인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BAYC)과 BAYC NFT의 저작권 활용을 통해 파생된 ‘지루한 원숭이들의 골프 클럽(BAGC 코리아) NFT’ 컬렉션이 개막 전부터 주목받고 있다. ‘지루한 원숭이들의 골프 클럽(BAGC 코리아) NFT’ 컬렉션에 나오는 작품 중 하나. 키아프가 올해 론칭해 띄우는 ‘키아프 플러스’에 출품한다. 9월 1일부터 5일까지 닷새 동안 서울 대치동 세텍에 연다(사진=키아프).◇“그림 팔러 오지 않았다”…피카소·허스트 투하한 ‘프리즈’의 여유 ‘프리즈’의 시작은 3파운드짜리 미술잡지였다. 1991년 영국 런던에서 창간할 당시 준비호에 24세 ‘신진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폭발’(Explosion)을 싣고, 세계적으로 커 나갈 작가를 먼저 알아본 안목을 세상에 알리며 승승장구했더랬다. 그 기세를 몰아 프리즈가 아트페어에 눈을 돌린 것은 2003년. ‘프리즈 런던’과 ‘프리즈 스컬프처’를 시작하고 내친김에 미국으로 건너가 ‘프리즈 뉴욕’(2012)과 ‘프리즈 로스엔젤레스’(2019)까지 론칭했다. 그러면서 기어이 ‘세계 3대 아트페어’란 타이틀까지 따냈다. ‘프리즈 서울’은 프리즈가 세계로 진출한 다섯 번째 아트페어가 된다. 올해부터 5회 동안 서울에서 키아프와 가을 아트페어를 이어가게 된다. 프리즈가 지난해 펼친 ‘프리즈 마스터즈’ 전경. ‘프리즈 마스터즈’는 고대 거장부터 20세기 후반까지의 걸작을 세계 유수의 갤러리가 꺼내놓는 프리즈의 핵심 섹션이다(사진=프리즈).올해 첫 ‘프리즈 서울’이란 간판 아래 모이는 세계 유수의 갤러리는 21개국 110여개. 국내 12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해외 갤러리다. 무엇보다 그동안 국내 아트페어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던 세계 최고 갤러리들이 신작을 끌어안고 줄줄이 따라온다는 의의가 가장 크다. 이 중에는 미국의 가고시언이나 벨기에의 악셀 베르포트 외에도 데이비드 즈워너, 하우저앤드워스, 화이트큐브 등이 끼어 있다. 그간 프리즈의 매출 규모는 드러난 적이 없다. 그저 매회 1조원대 정도로 추산한다. 도이치뱅크나 BMW 같은, 등에 업은 명품 후원사가 그 규모의 힌트가 될 뿐이다. ‘프리즈 서울’의 구성은 크게 세 갈래. 주요 갤러리가 부스를 차려 참여하는 ‘메인 세션’, 고대 거장부터 20세기 후반까지의 걸작을 18개 갤러리가 꺼내놓는 ‘프리즈 마스터즈’, 아시아에서 2010년 이후 개관한 갤러리와 작가 10명을 소개하는 ‘포커스 아시아’다. 마리나 페레스 시망의 ‘무제’(2021). 페이스갤러리가 ‘프리즈 서울’에 출품했다(사진=프리즈).콧대 높기로 유명한 세계 최고의 가고시안갤러리는 데미안 허스트, 게오르그 바젤리츠, 무라카미 타카시, 쩡판즈 등 17명 작가로 화려한 라인업을 꾸렸다. 하우저앤드워스는 루이스 부르주아, 조지 콘도, 필립 거스통 등 거장급 작가 8명의 작품을 출품한다. 스테판 프리드먼 갤러리는 여성 그룹전을 열고 마마 앤더슨, 레일라 바비라이, 사라 볼, 리사 브라이스 등을, 마리안 이브라함 갤러리는 세계를 주목시킨 가나 작가 아모아코 보아포를, 데이비드 코단스키 갤러리는 캘빈 마커스를 동반했다. 판을 이렇게 키우고도 프리즈는 “우린 그림을 팔러 온 게 아니다”란 ‘가진 자의 여유’를 굳이 감추지 않는 중이다. 패트릭 리 프리즈 디렉터는 “그림장사는 프리즈의 목적이 아니다”라며 “많은 사람이 아트페어에서 영감을 받고 궁극적인 지향을 가진 큐레이터가 모이는 장소가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교황을 위한 습작Ⅰ’(1961). 경매회사 크리스티가 프리즈·키아프 서울에 맞춰 9월 3~5일 서울 분더샵 청담에 여는 특별전에 나온다(사진=크리스티).◇‘지갑’은 안 되도 ‘눈’은 된다…놓치면 후회할 ‘프리즈 마스터즈’ 그런 프리즈의 목적과 지향이 굳이 비딱하게 보이지 않는 건, 바로 이 섹션 덕이다. 말 그대로 박물관을 옮겨온 듯한, 근현대의 미술사이자 혁신인 걸작을 모은 ‘프리즈 마스터즈’ 말이다. 이번에도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피에트 몬드리안, 장 미셸 바스키아, 로이 리히텐슈타인, 데이비드 호크니 등이 18개 갤러리에 나뉘어 한자리에 모인다.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프로필 헤드’(1988). 카스텔리갤러리가 ‘프리즈 마스터즈’에 내걸 작품이다(사진=카스텔리갤러리).애콰벨라갤러리즈는 1921년 설립한 100년 저력을 내세워 피카소와 몬드리안을 필두로 앤디 워홀, 프랜시스 베이컨, 알베르토 자코메티, 키스 해링, 윌리엄 드 쿠닝, 로버트 라우센버그 등의 작품을 대거 들여왔다. 또 카스텔리갤러리는 리히텐슈타인을, 앤리 주다 파인아트는 호크니를 첫줄에 세웠다. 도쿄갤러리는 국내 단색화 작가들과의 교류를 드러내는 기획전을 꾸민다. 김창열·김환기·이동엽·이강소·박서보·윤형근 등을 해외 갤러리에서 보는 특별한 경험이다. 몇몇 한국 갤러리도 ‘프리즈 마스터즈’에 이름을 올렸다. 갤러리현대는 곽인식·이승택·박현기 등으로 20세기 한국 아방가르드미술을 회고하고, 학고재갤러리는 백남준·윤석남 등으로 21세기 한국 현대미술의 의미를 더듬는다. 또한 ‘프리즈 서울’에 부스를 차리는 국제갤러리는 김환기의 푸른 전면점화를 내놓으며 한국미술의 자존심을 대신 건다. 김환기의 ‘고요 5-Ⅳ-73 #310’(1973). 국제갤러리가 ‘프리즈 서울’에 출품한다(사진=국제갤러리).백남준의 ‘로봇(라디오 맨, 요셉 보이스)’(1987). 학고재갤러리가 ‘프리즈 마스터즈’에 세울 작품이다(사진=학고재갤러리).
- 경찰 인식조사…“정부, 검경차별” 93%·“경찰지휘부 못미덥” 84%
-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행정안전부 경찰국 후폭풍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선 경찰 대부분은 윤석열정부가 검찰과 경찰을 차별대우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윤희근 경찰청장 등 경찰지휘부엔 불신 여론이 높게 나타났다.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지난 4~10일 경찰 내부망에 올린 설문응답 링크와 QR코드를 이용해 ‘경찰관들의 경찰국 신설 관련 인식조사’를 벌인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경찰국 신설에 대한 국회 대응방안 공청회’ 발제를 통해서다.일주일 간의 조사엔 경찰관 총 2714명이 응답했는데 지역별로는 경상도(33%), 계급별로는 경위(45%), 연령별로는 50대 이상(51%) 응답률이 높았다.먼저 지난 2일 출범한 경찰국엔 부정적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법치에 부합하지 않음’ 응답이 93%, ‘행안부 장관 소관사무 아님’ 95% 등이다. 설치 과정은 공정하지 않았고, 경찰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단 응답도 각 98%였다.특히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이 이끄는 이 정부가 검·경 차별적 태도를 보이고 있단 인식이 많았다. ‘경찰에 대한 정부 인식은 검찰과 비교하면 차별적이고 불공정하다’는 데에 응답자의 94%가 공감했다. 이웅혁 교수는 “법무부 검찰국에 대한 일련의 재량을 대통령 공약으로 제시했던 반면, 경찰청장의 장관급 격상 공약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외려 통제를 강화하겠단 정부의 상반적 태도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행안부에서 내놓은 경찰제도 개선안을 두고는 평가가 갈렸다. ‘공안직 수준의 보수 상향’엔 98%가 찬성한 데 비해 승진 적체 해소가 목적인 ‘복수직급제’엔 55%만 찬성했다. ‘경무관 승진 대상자 20%에 대한 일반 출신 할당제’ 역시 찬성률이 과반을 턱걸이했다. ‘경찰대 폐지’는 찬성 34%, 반대 42%로 반대가 우세했다. 참고로 이번 인식조사 응답자 중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특정세력’이라 지목한 경찰대 출신은 7%뿐, 일반 출신이 87%다.경찰지휘부를 향한 기대나 신뢰도는 낮게 나타났다. ‘지휘부 신뢰’는 3%뿐이었고, ‘신뢰 안함’은 84%였다. 경찰국 설치가 투명한 경찰인사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응답도 95%로 집계됐다.이 교수는 “윤희근 신임 경찰청장의 최우선 과제는 상실한 조직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이냐가 될 것”이라며 “인사추천권을 행안부 장관에 사실상 잠식당하지 않고 어떻게 지켜낼 수 있느냐도 경찰조직원 전체의 관심 대상이 되리라 본다”고 덧붙였다.7월 말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걸린 경찰국 신설 반대 현수막(사진=연합뉴스)
- 마약, 도박…석달새 800명 잡은 경찰, 외국인범죄 단속 ‘고삐’
-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경찰이 오는 10월까지 마약, 불법도박, 사기 등 주요 외국인 범죄에 대한 테마단속을 벌인다.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오는 16일부터 10월 말까지 법질서와 민생치안을 위협하는 주요 국제범죄를 대상으로 집중단속해 세력화하는 외국인 범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15일 밝혔다.국수본에 따르면 최근 외국인 범죄는 국가·지역별 점조직 형태로 마약 유통, 도박장 등 불법 사업을 운영하면서 세력·집단 간 이권 다툼 범죄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집중단속을 통해 801명을 검거하고 이 중 144명을 구속했다. 최근 주요 검거사례를 보면 서울경찰청은 20202년 12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조직원 명의로 중고차량 196대를 매입해 외국인들에게 대포차로 유통한 조직 9명을 검거, 이 중 8명을 구속했다. 인천에선 올해 2~5월 충남 서산을 거점으로 전국에 있는 동남아인들에게 필로폰·야바·엑스터시 등 마약을 판매 및 투약한 태국인 등 피의자 34명을 검거, 25명을 구속했다. 광주에선 올해 2~6월 경제 능력 없는 외국인 유학생에게 법정이자를 초과한 최대 연 584%를 뜯어낸 대부업자 등 36명을 붙잡아 1명을 구속했다.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외국인 범죄유형별 변화를 보면 전년 대비 살인은 11.8%, 강도는 117.2%, 강간·추행은 67.3%, 폭력은 9.5% 상승하는 등 주요 형사 범죄가 전반적으로 증가세라는 게 경찰 설명이다. 특히 외국인 마약사범 수는 2018년 596명에서 2021년 1천606명으로 약 3배 증가했다. 아울러 전화금융사기 등 각종 사기 범죄들이 국제적·조직적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경찰은 하반기에도 형사범, 마약류 사범, 사기범 등을 중점적으로 단속한단 방침이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외국인 범죄 조직까지 철저히 확인해 해외조직의 유입이나 범죄조직의 국내 자생을 차단하고, 외국인 밀집 지역 내 외국인 전용 클럽과 유흥·숙박업소에서 은밀히 이뤄지는 마약류 유통·투약 행위도 단속한다. 외국인 집단범죄 발생 시 특별수사팀을 구성, 사건 발생 초기 단계부터 범죄단체 구성·활동죄를 적용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범죄수익금은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을 통해 조직 자금원으로 연결되는 것을 차단하고 인터폴 국제공조 등으로 배후 세력을 검거키로 했다. 이외 단속 기간 ‘통보 의무 면제제도’를 적극 활용해 범죄 피해를 본 불법 체류 외국인이 강제 출국당할 우려 없이 피해를 경찰에 신고할 수 있게 돕기로 했다.국수본 관계자는 “국제범죄 신고 시 신고보상금을 지급하고 신고자 신원을 철저하게 보장하니 적극적인 신고를 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