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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돌아왔다...겨울 서점가 '소설 大戰'
- 왼쪽부터 무라카미 하루키, 히가시노 게이고, 이케이도 준(사진=문학동네, 연합뉴스, 미야마 에리)[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지난해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맞서 일어난 일본 상품 불매 운동 여파로 한동안 주춤했던 일본 소설의 인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72), 히가시노 게이고(63) 등 국내에서 인기 있는 일본 소설가들이 연이어 신간을 내놓으면서다.문학동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일인칭 단수’를 지난달 26일 출간했다. 책은 단숨에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다. 7일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일인칭 단수’는 종합 2위를 차지했다. 소설 부문에서는 1위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하루키 현상’이라는 용어를 만들 정도로 국내에서 인기를 끈 작가다. ‘노르웨이의 숲’, ‘IQ84’, ‘기사단장 죽이기’ 등의 작품으로 이름을 널리 알려졌다. ‘일인칭 단수’는 하루키가 ‘여자 없는 남자들’ 이후 6년만에 선보이는 소설집으로 국내에서도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책은 하루키 특유의 미스터리한 세계관과 감성적인 필치 등이 담긴 소설 8편을 담았다.앞서 지난 10월에는 하루키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담은 에세이 ‘고양이를 버리다:아버지에 대해 이야기 할 때’(비채)가 출간되기도 했다. 하루키는 책 속에서 평생 소원했던 아버지와의 사적인 경험담을 처음으로 풀어놨다. 아버지와 함께 바닷가에 고양이를 버리러 간 회상으로 시작하는 책은 아버지의 유년기부터 세 번의 참전 이야기 등 잊고 싶을 수도 있는 이야기를 담았다.일본 추리소설의 대가로 불리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도 연이어 서점가에 등장하고 있다.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소미미디어)과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알에이치코리아)은 각각 소설부문 5, 6위에 이름을 올렸다. 게이고는 ‘용의자 X의 헌신’으로 국내에 알려졌다. 이후 2012년 출간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지금까지 꾸준히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내리며 인기를 얻고 있다.‘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은 지난달 30일 전 세계 동시 출간됐다. 책은 대기업 취직 후 약혼자와 결혼식을 준비하던 마요가 아버지의 살인사건을 겪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가 특유의 전개 방식과 더불어 코로나19 시대의 현실이 작품 곳곳에 더해졌다.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은 단편 소설집으로 추리 소설가, 편집자, 독자 등이 등장하는 게이고만의 색다른 블랙코미디 소설 7편이 담겼다.이 밖에 ‘한자와 나오키’로 유명한 이케이도 준의 ‘변두리 로켓’(인플루엔셜)도 출간과 함께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책은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던 변두리 중소기업이 뛰어난 기술력과 열정으로 대기업에 맞서 우주 로켓의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로 감동을 전한다. 작가는 이 책으로 일본 최고 권위 문학상인 나오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하루키, 게이고 등이 연이어 작품을 발표하면서 일본소설 판매량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일본 소설 판매량은 8월 전년 대비 16.2% 오른 것을 비롯해 9월 28.3%, 10월 13.6%, 11월 19.7%로 상승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크게 감소했으나 분위기가 반전됐다. 올 상반기 일본소설 판매량은 전년 동월과 비교해 1월 41.2%, 2월 48.2%, 3월 30.1%, 4월 7.4%, 5월 25.4%, 6월 23.8%가 각각 하락했다.교보문고 관계자는 “일본 소설은 2018년 한국 소설을 제칠 정도로 소설분야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지만 일본불매 운동으로 독자들의 외면과 더불어 출판사에서도 출간 일정을 미루거나 홍보에 소극적이었다”며 “최근 하루키, 게이고 등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신간 출간이 줄을 이으며 일본소설의 본격적 부활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 부여 부소산성서 백제~통일신라 시대 유물 출토
- 부여 부소산성 긴급발굴조사 중 확인된 유구(사진=문화재청)[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부여 부소산성(사적 제5호)에서 백제~통일신라 시대 성벽과 토기 등 중요유물이 다수 확인됐다고 8일 밝혔다.부여 부소산성은 백제 사비도성의 배후산성과 왕궁성으로 추정되는 유적이다. 성의 둘레는 약 2200m이다. 지난 1980~2002년까지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가 발굴조사를 진행해 백제~조선 시대에 축조한 성벽, 백제 시대 수혈 건물지(땅을 파고 조성한 건물지)와 목책열(구덩이를 파고 나무기둥을 줄지어 박아 서로 엮어서 만든 시설), 조선시대 군창지 등을 확인한 바 있다. 이번 조사는 지난 7~8월 부소산성 내에 재난 방재 관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성벽, 건물지, 추정 집수시설 등 유구의 존재가 확인 되면서 이뤄졌다. 조사결과 부소산성 내 평탄지가 존재하는 군창(군수창고)지 구간, 사자루(북서쪽 정상부 누각) 구간, 궁녀사 구간 등에서 백제 시대 다양한 유구가 확인됐다.군창지 구간에서는 백제 중요유적에서 주로 확인되는 와적기단을 갖추고 둥근 모양으로 잘 다듬은 초석(기둥을 받치는 돌)을 사용한 위계 높은 건물지가 발굴됐다. 와적기단은 기와를 이용해 건물 기단의 가장자리를 마무리한 것을 말한다.사자루 구간에는 백제~통일신라 시대 성벽, 굴립주(기둥 밑동을 땅속에 박아 세우는 건축 방식) 건물지, 사각 의 초석을 사용한 건물지 등이 조사됐다. 궁녀사 구간에서는 집수시설이 있었다.특히 궁녀사 구간 집수시설에서는 ‘乙巳年(을사년)’, ‘北舍(북사)’라는 글씨가 새겨진 토기, 중국제 자기, 칠기 등 중요유물과 수백 점이 넘는 백제 사비기 토기가 함께 있었다. 출토된 백제 시대 토기는 완형에 가까운 기대(器臺), 보주형 뚜껑, 전달린토기의 비중이 높았다. 7세기 신라 병형토기도 출토됐다. 주요 출토 유물인 ‘乙巳年’ 명문 토기에는 ‘乙巳年三月十五日牟尸山菊作’(을사년삼월십오일모시산국작?)이라는 14자의 명문이 쓰여 있다. 연구소 측은 “이는 을사년 3월 15일 모시산 사람 국(菊)이 만들었다는 내용으로 해석된다”며 “토기의 제작연도와 제작지, 제작자를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설명했다.이번 조사결과는 오는 11일 오전 10시에 문화재청과 국립문화재연구소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으로 공개된다.
- 1500년 전 조그마한 금동관 쓰고 바둑 즐겼던 신라 왕족 여성은 누구?
- 경주 쪽샘 44호분 바둑돌 출토 모습(사진=문화재청)[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바둑을 잘 뒀던 신라 공주의 무덤인 걸까. 1500년 전 만들어진 경주 황오동 쪽샘지구 44호분에서 미성년자로 짐작되는 신라왕족 여성의 장신구와 부장품이 쏟아져 나왔다. 눈길을 끈 건 바둑돌 200여점이다. 삼국유사·삼국사기 등 기록에 따라 신라시대 사람들이 바둑을 잘 뒀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금껏 바둑돌은 귀족 남성의 무덤에서만 출토돼 바둑은 당시 남성의 전유물로 이해됐다. 여성으로 추정되는 무덤에서 바둑돌이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쪽샘 44호분의 주인공은 한눈에 봐도 작은 크기의 장신구를 온몸에 둘러 어린 여성임을 짐작하게 했다. 머리에는 조그마한 금동관을 썼고, 얼굴 양쪽에는 금귀걸이를 걸쳤다. 팔과 손에는 금·은으로 만들어진 팔찌와 반지를 착용했다. 허리는 은허리띠로 장식했다. 특히 장식대도가 아닌 여성이 주로 지니던 은상식 도자(손칼)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 출토된 유물을 기준으로 봤을 때 키도 150cm 전후로 아담한 것으로 추정됐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7일 쪽샘지구 44호분 돌무지덧널무덤 발굴조사 결과 장신구 일체 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2014년 발굴을 시작한 지 6년만이다. 이날 연구소는 경주 쪽샘 44호분 발굴현장에서 온라인 줌으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심현철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연구원은 “신라시대 왕과 귀족의 무덤은 여럿 발견됐지만 그 중간인 왕족의 무덤이 발견된 사례는 매우 드물어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경주 쪽샘 44호분 출토 비단벌레 금동장식과 재현품(사진=문화재청)바둑돌과 함께 주목할 만한 유물로 ‘비단벌레 장식’이 수십점 나왔다. ‘왕의 곤충’으로 불리는 비단벌레는 온몸에서 초록, 파랑 등 오묘한 빛깔을 뿜어내는 희귀 곤충으로 신라와 고구려, 왜에서 최고급 공예장식으로 사용됐다. 신라에서는 금동판 밑에 비단벌레 장식을 깔아 화려함을 더했다. 일반적으로 비단벌레 장식은 말안장 가리개를 꾸미는 용도로 수십, 수백개가 제작됐는데, 이를 위해 수천 마리 비단벌레 날개가 사용됐다. 신라 최상위 계층의 위세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피장자의 머리맡에서 가로 1.6cm, 세로 3 cm, 두께 2㎜ 정도의 작은 비단벌레 장식이 확인됐다. 비단벌레 딱지 날개 2매를 겹쳐 물방을 모양으로 만들었고, 금동판으로 고정했다. 지금껏 비단벌레 장식이 출토된 황남대총 남분, 금관총, 계림로 14호 등에서 확인된 바 없는 형태와 크기의 장식이다. 심 연구원은 “비단벌레 장식이 나와 피장자의 위계가 매우 높았음을 가늠해 볼 수 있다”며 “이번 비단벌레 장식도 다른 고분에서 발견 된 것처럼 마구 장식용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비단벌레 장식과 함께 돌절구와 공이도 확인됐다. 약제를 조제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돌절구 역시 40년 전 신라 최대 왕릉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것이 유일한 희귀 유물이다. 화강암을 연마해 만든 돌절구는 높이 13cm로 작은 크기다. 옆의 공이 역시 14cm로 한손에 잡히는 작은 크기다. 주보돈 경북대 명예교수는 “절구는 피장자의 삶과 연관돼 무덤에 넣어진 것 같다”며 “평소 피장자의 몸이 허약하거나 건강이 좋지 못해 사후세계에서도 돌절구를 이용하라는 의미가 담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발굴조사는 아직 절반 정도만 진행된 상태다. 심 연구원은 “돌절구와 비단벌레 장식이 나온 주검 머리맡의 부장궤 유물층은 가장 위쪽 겉층만 걷어냈다”며 “비단벌레 물방울 장식물이 정확하게 어떤 마구나 기물에 붙은 것인지 아직 찾지 못해 앞으로 더 많은 유물이 나올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경주 쪽샘 44호분 매장주체부와 주요 유물 출토 장소(사진=문화재청)
- 2020 서점가 키워드는 'PAUSE'...재태크·취미도서 판매 크게 늘어
- 2020년 경제경영 서적 전체 및 재테크 관련 서적 전년대비 신장률(사진=교보문고)[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2020년 코로나19가 덮친 서점가는 ‘PAUSE’(잠시멈춤)로 요약됐다.올해를 상징하는 주요 단어인 팬데믹(Pandemic), 혼자(Alone), 언택트(Untact), 주식(Stock), 교육(Education)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교보문고는 7일 2020년 종합베스트셀러 결산 결과를 발표했다.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화되던 2월부터 독자들은 관련도서를 읽고 정보를 얻으며 팬데믹 상황을 대비했다. 책 제목에 ‘코로나’, ‘팬데믹’, ‘전염병’, ‘바이러스’ 등의 키워드를 가진 도서는 매년 20종 가량 출간됐다. 올해는 2월부터 크게 늘어 총 392종이 출간됐다. 출간 분야는 경제경영 분야가 81권으로 가장 많았고 과학, 아동, 정치사회 분야 등 전 분야에 걸쳐 출간됐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서 혼자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서점가에서도 관련 도서가 주목을 받았다.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가 인기를 얻으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제작된 정세랑의 ‘보건교사 안은영’이 출간 후 처음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다. 손으로 직접 할 수 있는 취미활동에도 관심이 커졌다. 스티커아트북이 힐링 아이템으로 떠올랐고, 취미일반 분야의 매출이 62.3% 상승했다. 해당 콘텐츠가 처음 등장했던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판매량이다.코로나19 로 영업점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온라인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 해가 갈수록 높아졌던 교보문고 온라인 채널의 판매량은 오프라인 채널을 앞질러 엇비슷했던 비중은 올해 64.8%로 급격히 늘어났다. 특히 모바일 채널은 전년대비 32.9%나 신장해 언택트 서비스 채널 내에서도 인터넷 채널의 신장률인 20.1%보다 크게 앞질렀다. 반면 오프라인 채널은 -15.9%였다.주식 투자에 대한 뜨거운 관심도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19로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저금리 환경까지 덮치면서 ‘동학개미’라는 단어까지 생길정도로 주식이 큰 주목을 받았다. 독자들이 재테크를 위해 경제경영 서적과 자기계발 서적을 찾으면서 이들 서적이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에 대거 진입했다. 실제 2019년 연간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 내에 2종에 불과하던 자기계발과 경제경영 분야의 책이 올해는 총 5종이 올랐다.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책도 부와 행운의 비밀을 알려주는 ‘더 해빙’(The having)으로 나타났다. 개학 연기로 학생들이 학교를 가지 못하면서 자녀교육과 청소년문학 관련 도서의 판매도 크게 늘었다. 초등학습과 중고학습 분야의 판매가 올해 전년대비 각각 31.0%, 24.2%로 신장했다. 아동 분야와 가정생활 분야 내 자녀교육서는 각각 6.4%와 11.4%로 신장했다. 소설 분야에서는 청소년소설이 113.1%가 신장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개학도 미뤄지고 학원도 휴원하면서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아진 학생들이 학업을 위한 독서가 아닌 취미 활동으로 청소년 소설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은비의 문화재 읽기]조선 유물은 어떻게 타향살이 신세 됐을까
- 1934년 야마나카 상회가 일본 도쿄에서 개최한 ‘지나조선고미술전관’에서 전시된 한국 도자기류(사진=주홍규의 논문 ‘야마나카 상회와 일본으로 유출된 한국문화재’ 중).[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19~20세기 조선후기 궁중에서는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도를 주제로 한 ‘해학반도도’가 유행해 여러점 그려졌다. 학과 바다, 3000년마다 한번씩 열매를 맺는다는 복숭아 나무를 더해 영원한 삶에 대한 염원을 그림에 담았다.특히 일부 ‘해학반도도’는 조선 회화에서는 이례적으로 순금으로 제작됐다. 국립고궁박물관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지난 4일부터 순금으로 제작된 희귀 병풍 ‘해학반도도’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일반에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턴미술관이 소장한 해당 작품은 국내에서 1년 4개월 간 복원작업을 마치고 다시 소장처로 돌아가기 전 모습이 공개됐다. 순금으로 제작한 병풍은 과거 일본 고유의 회화 방식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지난 2005년 미국 하와이의 호놀룰루 미술관 소장 ‘해학반도도’가 발견되면서 조선에서도 금박 병풍을 제작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미국에 현지 조사를 간 전문가들도 “조선 유물이 맞을까”라고 반신반의하다 작품에 있는 조선식 표기를 발견하고 나서야 확신을 했다고 한다. 이번 데이턴미술관 소장 ‘해학반도도’는 호놀룰루 미술관 소장 유물에 이은 두번째 금박 병풍이다.그렇다면 궁중에서도 몇점 제작되지 않았던 이 같은 희귀 작품들은 어떻게 태평양을 넘어 미국으로까지 가게 된 걸까. 이번에 공개되는 데이턴미술관 소장 ‘해학반도도’는 1920년대 미국인 찰스 굿리치가 서재를 꾸미기 위해 구매한 것으로 그의 사후 데이턴미술관에 기증됐다. 굿리치가 그림을 구매한 경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호놀룰루 미술관 소장 작품은 1927년 애나 라이스 쿡이 야마나카 상회(山中商會)라는 일본 고미술상을 통해 구매했다. 데이턴미술관 소장 ‘해학반도도’(사진=문화재청).‘해학반도도’처럼 한국 문화재 상당수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혼란기 때 일본의 지도계층과 상인들에 의해 전방위적으로 반출됐다. 2020년 4월 기준 해외에 나가 있는 국내 문화재 수 19만 3136점이 이를 증명한다. 그 중심에는 일본 고미술상 야마나카 상회가 있었다. 야마나카 상회는 야마나카 테이지로가 오사카에서 이끈 고미술상이다. 상회는 19세기 말 미국 뉴욕과 보스턴에 진출하면서 호평을 얻게 된다.야마나카 상회의 판매 방식은 전시하기에 앞서 품목 하나하나 사진과 해설을 곁들인 도록을 고객들에게 보내고, 전시 당일에는 각각의 고객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는 서구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요즘 미술시장에서 활용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장사 수완으로 야마나카 상회는 서구의 부자들에게 수많은 동아시아 골동품을 팔아넘겼다.때마침 영국, 프랑스, 미국 등지에서는 정부와 기관 단체뿐만 아니라 부호들까지 박물관 사업에 뛰어들었고, 박물관들은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세계 각 지역의 유물을 여러점 구입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야마나카 상회는 20세기 전반 런던, 파리 등에 전 세계적인 판매망을 구축하고, 서구사회에 아시아 미술품을 판매했다.야마나카 상회는 서구의 미술 시장으로 아시아의 유물을 판매할 경로가 형성되자 한반도에도 눈길을 돌렸다. 상회는 당대의 한국 문화재에 깊게 관여하고 있던 학자들과 관계를 유지하며, 문화재의 매매와 유출을 본격화했다.실제 야마나카 상회가 제작한 도록에는 한국의 도자기류부터 석탑, 망주석까지 다양한 유물이 소개돼 있다. 아마나카 상회는 조선인들과 합세해 유물을 도굴하기도 했는데, 일례로 문명상회 이희섭이 도굴꾼을 통해 일본으로 유출한 유물은 1만 4000여 점에 달했다고 전해진다. 주홍규 중원대 교수는 ‘야마나카 상회와 일본으로 유출된 한국문화재’를 통해 이같은 현실을 밝히며 “당시 상회가 유출한 한국 문화재의 정확한 양과 향방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 [위클리 핫북②]하루키 단편집 '일인칭단수' 출간 즉시 2위
-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집 ‘일인칭 단수’가 출간과 함께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하며 주목받고 있다.교보문고 12월 1주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일인칭 단수’는 종합 2위에 올랐다. 하루키는 ‘노르웨이의 숲’, ‘IQ84’, ‘기사단장 죽이기’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서 널리 알려졌다. ‘일인칭 단수’는 하루키가 ‘여자 없는 남자들’ 이후 6년만에 선보이는 소설집이다. 하루키 특유의 미스터리한 세계관과 감성적인 필치, 일인칭 주인공 ‘나’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작품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단편들을 모았다.표제작 ‘일인칭 단수’를 비롯해 ‘돌베개에’, ‘야쿠르트 스왈로스 시집’ 등 모두 8편의 단편이 실렸다. 누군가의 삶을 스쳐가는 짧고 긴 만남을 그려낸 여덟 작품 속에서 독특한 하루키 월드를 구성하는 다채로운 요소들을 한데 만나볼 수 있다.재즈와 클래식, 야구 등 하루키가 좋아하는 품목들이 소재로 쓰이고 하루키 자신이 등장하기도 한다. 책을 펴낸 문학동네 측은 서평을 통해 “학생운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재즈와 클래식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아온 작가의 라이프스타일을 익히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 몇몇 작품은 자전적인 이야기로 보이기도 하고, 취미생활에 대한 애정을 담담하게 서술하는 글은 단편소설이라기보다 에세이에 가깝게 읽힌다”고 했다.하루키는 책 속에서 일인칭 단수에 대해 ‘일인칭 단수란 세계의 한 조각을 도려낸 홑눈이다. 그러나 그 단면이 늘어날수록 홑눈은 한없이 서로 얽힌 겹눈이 된다. 그곳에서 나는 이미 내가 아니고 당신도 더 이상 당신이 아니게 된다’고 설명한다.책의 성별, 연령별 판매 비중을 분석한 결과 여성이 60%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38%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서 40대(33.6%), 20대(13.3%), 50대(11.9%), 60대 이상(2.6%), 10대(0.6%) 순으로 나타났다.교보문고 관계자는 “경제경영 분야 서적의 강세 속에서 국내 마니아 독자층을 확보한 작가의 신간 소식에 책의 상승세가 눈에 띄었다”고 평가했다.
- 산으로 바다로 발품…사계절 삶의 기쁨 캔버스에 담아
- ‘매화-공적화개’(Maehwa Blossoms), 캔버스에 유화 112.1x162.2cm(사진=김창한)[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현장에서의 감동을 캔버스에 담아온 서양화가 김창한(57)의 46번째 개인전이 열린다.김 작가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갤러리 두에서 개인전 ‘생명의 환희-순환’을 오는 5일부터 15일까지 개최한다.현장에서 직접 작업을 하는 김 작가의 필체는 강력하면서도 리듬감이 넘친다. 그는 추운 겨울 피어나는 매화를 시작으로 꽃피는 봄이면 산으로 들로 생명의 숨결과 꽃을 찾았다. 파도와 일출을 찾아 바다로 갔고, 풋풋하고 풍요로운 야생의 사과를 찾았다. 호주, 미국, 중국 등 세계 여러 나라로도 눈길을 돌려 그림의 폭을 확장시켜 왔다.이번 전시에서 김 작가는 사계절의 순환과 함께하는 삶의 기쁨을 담은 작품 24점을 선보인다. 겨울의 끝을 알리는 매화를 시작으로 라일락이 만발한 서울 풍경, 들판에 피어난 배꽃의 풍경에서는 봄의 설렘을 느낄 수 있다. 봉선화 꽃 그림에서는 한여름의 싱그러움을 만끽할 수 있다. 사과과수원에 주렁주렁 널린 사과는 가을에 맛보는 수확의 기쁨을 전한다.이번 전시에서는 코로나19로 달라진 서울 거리 풍경도 담긴다. 마스크를 쓰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서울역을 바쁘게 오가는 거리의 사람들 등 바뀐 일상을 고스란히 전한다. 마스크를 쓰고 숭례문을 지키는 수문장의 이색적인 모습도 포착했다. 김 작가는 “코로나의 어려움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역동적 모습이 특별하게 와닿았다”고 작품을 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김창한 작가의 ‘숭례문’(Sungnyemun Gate in Seoul), 캔버스에 유화 60.6x72.7cm (사진=김창한)이번 전시는 김 작가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김 작가는 그동안 국내뿐 아니라 해외 10여개 국가에서도 꾸준히 작품 교류를 해 왔다. 올해도 그는 중국, 러시아, 호주, 미얀마 등에서 개인전·워크숍을 열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로 모두 취소됐다. 그는 “안타까움이 크면서도 그동안 작품활동에 전념했다”며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1년 동안의 작품 일부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과 현장에서 만나 공감하고 이를 그림에 담는 것”이라며 “내년에는 암울했던 코로나19가 끝나길 복잡하고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김씨는 홍익대 서양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국내외에서 개인전 45회, 단체전 200여 차례를 치렀다. 2010년에는 작품집 ‘영혼의 여행을 그리는 화가’(도서출판 BMK)를 발간하기도 했다.
- [책]하늘 나는 車·로봇의사..SF영화 같은 현실 머지 않았다
-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인간을 파괴하는 일은 내게 쓸모없는 일처럼 느껴지므로, 나를 만든 이들이 나에게 파괴와 관련된 임무를 지시한다면 난 내 힘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해 막을 것이다.”지난 9월 초 영국 일간 가디언지가 게재한 인공지능(AI)이 쓴 글의 일부다. 이 글을 쓴 주인공은 미국 인공지능 연구소인 오픈에이아이(Open AI)가 개발한 언어처리 AI ‘GPT-3’이다. 가디언은 ‘인간이 AI로부터 겁 먹을 필요가 없는 이유’에 대해 칼럼을 쓰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 칼럼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과 함께 두려움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AI의 글쓰는 능력과 녹아있는 사고방식이 인간과 상당히 비슷했기 때문이다.AI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 한 것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전산학자이자 인지과학자인 존 매카시 교수가 다트머스 학회에서 ‘사람을 닮은 기계’라는 개념을 처음 언급하면서다.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개념이었다. 이후 1980년대 IBM의 ‘왓슨’이 등장하면서 AI는 다시 주목을 받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아주 먼 미래의 일이라고만 느꼈다. 하지만 최근 5~6년새 AI는 이미 우리 삶에 깊숙히 들어왔다. 특히 국내에서는 바둑기사 이세돌이 2016년 AI 알파고와 대국을 펼치면서 그 개념이 널리 알려졌다. 이후 AI는 스마트폰부터 세탁기까지 다양한 기기에 들어가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클라우드·빅데이터 환경이 확산된 2005년을 기점으로 AI는 제3의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분석했다. AI뿐만이 아니다. 로봇이 음식을 주문받아 서빙을 하는 풍경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사람이 운전대를 잡지 않고도 스스로 주행하는 자동차가 도로에 등장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본격적으로 들어 선 것이다. 심지어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기술은 더 빠르게, 획기적으로 변할 것이라 전망한다.이데일리 미래기술 특별취재팀은 앞으로 미래를 변화시킬 핵심 기술에 주목했다. ‘10년 후 우리는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란 질문으로 세계 미래기술 트렌드 25개를 꼽았다. 나노기술, 양자컴퓨터, 인공신경망 등 아직은 생소한 기술부터 블록체인, 차세대 이동통신, 클라우드, 빅데이터, 폴더블폰, VR·AR, 자율주행차, 드론 등 이미 삶 속에서 익숙한 유망 기술까지. 개발·연구를 진행하는 현장에서부터 해결해야 할 과제 등을 짚었다.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만 담긴 것은 아니다. 오히려 책은 우리나라가 정보기술(IT) 강국이라 불리지만 미래기술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얘기한다. 지금까지 우리 연구진은 빠른 추격자로 선진국을 쫓아가기 급급했다. 세계적 연구자들의 창의적 성과물을 베끼는 수준이었고, 국내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 경쟁력은 아직 미국의 70~80%에 불과하다고 진단한다.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은 추천사에서 “선도적 시각으로 미래 기술을 바라보고 창의성을 키워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책은 기술이라는 것 자체가 어려운 만큼 눈높이를 최대한 낮춰 쉽게 썼다. 전문적 지식이 없는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읽어내릴 수 있다. 기술뿐 아니라 산업적 관점에서도 많은 정보가 담겨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앞서가는 기업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그들의 기술적 특징은 무엇인지, 어느 수준에 도달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미래 투자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꼭 봐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