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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미사변 결정적 증인' 러시아 청년 사바틴을 만나다
-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무리에 밀려 왕후와 조선의 궁녀들이 거처하고 있는 궁궐로 들어갔습니다. 일본인들은 고함치고 소리를 지르며 조선 여자들을 질질 끌어내어 창문 밖으로 내던졌습니다.…제 옷깃을 잡고 당기던 일본인은 상당히 명확한 영어로 저에게 “왕후는 어디 있는가? 왕후를 지목하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단 한번도 왕후의 얼굴을 본 적이 없고 유럽인으로서 남자로서 조선 왕후가 머무는 장소를 알 수 있는 권리나 가능성이 없다고 설득했습니다.”을미사변을 목격한 러시아인 사바틴이 남긴 사건 당일의 기록이다. 을미사변은 1895년 10월 8일 새벽 당시 조선 주재 일본공사였던 미우라 고로를 필두로 한성 주둔 일본군 수비대와 공사 관원, 낭인 집단 등이 경복궁에 난입해 명성황후를 시해한 사건이다. 사바틴이 남긴 10페이지 가량의 구체적 기록 덕에 일본이 을미사변의 배후임이 드러날 수 있었다.명성황후 시해에 대한 사바틴의 증언서(사진=제정 러시아 대외정책문서보관소)문화재청은 한·러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오는 19일부터 오는 11월 11일까지 덕수궁 중명전에서 ‘1883 러시아 청년 사바틴, 조선에 오다’를 개최한다. 전시는 사바틴이 1883년 조선에 입국해서 1904년 러시아로 돌아가기까지 기록등을 통해 그의 기록을 전한다. 특히 을미사변 목격자로 널리 알려진 그가 사실 조선 근대 건축사에 많은 영향을 끼친 전문가라는 사실에 집중한다. 19일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시장을 찾았다.전시는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총 3개의 주제로 나눠 진행된다. 전시의 서막에서는 을미사변 현장을 영상으로 재현했다. 이정수 학예연구사는 “사바틴이 목격한 을미사변의 느낌을 내기 위해 입구를 어둡게 했다”며 “사바틴이 우리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친 인물인지 소개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사바틴이 진술서에서 그린 경복궁 내 명성황후 시해 장소와 약도, 일본군의 당시 어떤 모습이었는지 등 뼈아픈 역사를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사바틴이 그린 경복궁 내 시해장소 지도(사진=제정 러시아 대외정책문서보관소)1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사바틴의 활동을 볼 수 있다. 전시 총괄을 맡은 김영수 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 교수는 “사바틴은 14살에 삼촌을 따라 해양전문학교와 예술 아카데미에서 공부를 하고 1890년 초반 중국 상하이에 머무르다 한국에 들어왔다”고 소개했다. 당시 사람들이 낯선 러시아인의 이름을 ‘설덕’, ‘살파정’, ‘살파진’ 등으로 불렀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2부 ‘러시아 공사관, 사바틴의 손길이 닿다’에서는 러시아 공사관 건립에 관여한 사바틴을 소개한다. 사바틴은 당시 러시아 공사 겸 총영사직을 맡았던 베베르를 도와 공사관 도면과 예산을 작성하는 임무를 맡았다. 베베르는 당시 사바틴을 “원래 직업이 건축가는 아니지만 건축에 필요한 지식을 갖고 있고, 더 없이 성실히 이번 작업에 임할 사람이라고 확신한다”고 소개했다.러시아 공사관의 최초 설계안과 준공안의 비교, 당시 기축통화였던 멕시코 달러로 계산된 견적서 등을 공사관 건립과 관련된 우여곡절을 엿볼 수 있다.러시아 공사관 본관과 정문 전경(사진=국립고궁박물관)3부 ‘사바틴, 제물포와 한성을 거닐다’에서는 제물포와 한성에 위치한 12개 건물의 모형과 사진들을 전시했다. 모든 건물에 사바틴이 관여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이 학예사는 “사바틴이 관여한 것이 확실한 건물은 관문각과 러시아공사관이다”며 “나머지는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당시의 건축양식 등을 바탕으로 사바틴이 관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간담회에 참석한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중요한 역사적 인물인 사바틴에 대한 여러 연구가 있었지만 미흡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연구를 더 확장해야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안드레이 굴릭 주한러시아대사도 “유익한 전시를 통해 한국과 러시아 국민이 서로를 더 잘 알고 우정도 한층 깊어질거라 생각한다”며 전시장을 둘러봤다.‘1883 러시아 청년 사바틴, 조선에 오다’ 전시를 둘러보는 안드레이 굴릭 주한러시아대사(사진=문화재청)
- 2분만에 매진 됐다는 '경회루 판타지-궁중연화'..."그럴만 하네"
-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운이 좋아서 예매에 성공했죠. 전통극 공연이 처음이어서 생소하지 않을까 했는데 워낙 잘해서 너무 재밌었어요. 특히 고수 추임새 넣는 게 흥미로웠어요. 궁에서 또 다른 프로그램을 하면 시간을 내서 다니고 싶어요.”(김봄이, 33세)“표 예매하기도 힘들었는데 그럴만 하네요. 우리 것을 멋있게 잘 표현해서 너무 감동적이에요.(박현숙, 60세)경복궁에서도 가장 아름답다고 꼽히는 경회루의 야경을 배경으로 효녀 심청이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눈먼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경회루 옆 연못에 몸을 던진 심청의 물속 모습까지 무대에 설치된 ‘워터스크린’을 통해 생생히 볼 수 있었다. 깊은 바다속 용궁에서 심청이를 만난 죽은 어머니 곽씨 부인이 반가움을 뒤로하고 심청을 바깥세상으로 돌려보내는 장면에서 심청은 35m 상공을 날았다. 바람에 휘날리며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심청의 모습은 애절함을 극대화했다. 최근 찾은 ‘경회루 판타지-궁중연화’ 무대에서다. 공연을 찾은 관람객들은 하나같이 감탄을 자아냈다.‘경회루 판타지-궁중연화’(사진=궁중문화축전)국내 대표 궁궐활용 프로그램인 ‘궁중문화축전’이 올해로 6회째를 맞이했다. 매년 봄에 열렸던 축전은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되다 지난 10일 문을 열었다. 사람들이 야외활동을 꺼리지 않을까 했던 우려와 달리 티켓 판매부터 축제는 큰 호응을 얻었다. 주최측에 따르면 축전의 대표 프로그램인 ‘경회루 판타지’는 전 회차가 오픈 2분 만에 전 회차가 매진됐다. ‘경회루 판타지’는 고전소설과 판소리로 유명한 ‘심청’ 이야기를 우리 전통을 대표하는 가(歌), 무(舞), 악(樂)과 더불어 화려한 첨단 조명기술을 통해 아름답고 신비한 판타지로 그려낸 미디어 퍼포먼스다. 4시간가량의 ‘심청가’를 핵심 장면만 추려 1시간으로 짧게 압축했다. 빠른 이야기 전개는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경회루의 빼어난 건축미에 더불어 야외라는 장소적 특성, 신기술을 적극 활용해 눈과 귀가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연못 위에서 움직이는 무빙 스테이지, 무대 조명이 꺼지면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무용수 의상이 공연의 풍성함을 더했다.판소리 심청가를 현대적으로 편곡한 가락은 친근감과 함께 공연의 흥을 복돋았다. 특히 심학규와 뺑덕이 만나 맹인 잔치를 향해 나서는 장면에서는 절로 엉덩이가 함께 들썩였다. 공연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관객을 기존 600여 명에서 70여 명으로 크게 줄였다. 주최 측은 더 많은 관객이 공연을 실제로 관람할 수 없어 아쉬워했다. 공연 영상은 오는 26일부터 31일까지 유튜브에서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경회루 판타지-궁중연화’(사진=궁중문화축전)같은 날 찾은 ‘창경궁, 빛이 그리는 시간’은 300m 가량의 산책길을 미디어 아트로 화려하게 꾸몄다. 7가지 테마로 구성된 산책길은 신비로운 다른 세상에 잠깐 다녀오는 듯한 기분을 들게 했다.가장 먼저 레이저 불빛으로 만든 터널 ‘시간의 문’을 지나면서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느낄 수 있다. 이후 어둠 속에 펼쳐진 3개의 스크린에서는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십장생이 차례로 등장한다. 폭포 아래서 천천히 걷는 학과 거북이, 숲속을 노니는 사슴 등 신비로운 동물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자연의 모습, 귀로 들려오는 바람, 새 소리 등은 ‘힐링’을 선사했다. ‘창경궁, 빛이 그리는 시간’은 10월25일까지 매일 저녁 총 5회차 진행되는데 사전예약은 이미 매진됐다. 대신 2회차(7시20분)와 4회차(8시)는 각 25명씩 현장 입장객을 받는다. 매일 오후 6시30분 창경궁 현장 매표소에서 선착순으로 예약할 수 있다. ‘창경궁, 빛이 그리는 시간’(사진=궁중문화축전)
- 26일부터 CGV 영화값 오른다...좌석 차등제는 폐지
- [이데일리 스타in 김은비 기자] CGV가 지속된 고정비 상승 부담과 코로나19로 영화업계의 어려움이 장기화 됨에 따라 오는 26일부터 영화 관람료를 인상한다고 18일 밝혔다. 영화 관람료는 주중(월~목요일) 오후 1시 이후 일반 2D 영화 관람료는 1만 2000원, 주말(금~일요일)에는 1만 3000원으로 조정된다. 기존 프라임 좌석 관람료에서 1000원 상승한 가격이다.이코노미, 스탠다드, 프라임으로 세분화됐던 좌석 차등제는 폐지한다. 다만 고객 편의를 고려해 맨 앞좌석인 A열과 B열은 1000원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시간대는 고객들이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3단계(모닝, 브런치, 일반)로 단순화한다. 특별관 요금도 조정된다. 4DX와 IMAX 관람료는 주중 1만5000에서 1만6000원으로, 주말 1만7000에서 1만 8000원으로 기존 가격에서 1000원 가량 인상된다.씨네&리빙룸 가격은 기존 2만5000~2만7500 원에서 2만원으로 가격이 소폭 인하된다. 스크린X와 씨네&포레, 씨네드쉐프, 골드클래스는 요금 변동이 없다. 만 65세 이상 경로자, 장애인, 국가유공자에게 적용되는 우대 요금은 기존 가격을 유지할 방침이다. ‘가치봄’ 행사 또한 동일한 가격으로 진행할 예정이다.CGV 관계자는 “올해 관객 수와 매출이 대폭 급감한 가운데도 고정비 부담은 오히려 가중돼 도저히 운영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움이 컸다”며 “위기 극복을 위해 지난 2월부터 비상경영체제를 도입하고, 직영점의 30% 일시 영업 중단, 희망 퇴직, 자율 무급 휴직 및 급여 반납 등 필사적인 자구노력을 시행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가격 인상으로 어려움에 처한 국내 영화산업이 조금이나마 활력을 되찾고, 이 위기를 함께 극복함으로써 상생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