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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사상가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이 별세
-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국내 생태운동의 선구자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이 25일 오전 9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3세.유족 측에 따르면 고인은 수년 전부터 앓아오던 지병이 최근 악화돼 세상을 떠났다.1947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1970년 서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1980년부터 영남대 교수로 재직했다. 1972년에는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거쳐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1991년에는 ‘녹색평론’을 창간했으며 2004년부터는 교직을 그만두고 생태 사상을 전파하고 생태 운동을 확대하는 데 전념해왔다. 2011년에는 녹색당 활동에도 참여했다.고인이 30여년 동안 편집·발간한 ‘녹색평론’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의 분열을 치유하고 공생적 문화가 유지될 수 있는 사회 재건을 목적으로 발간하는 격월간 잡지다. 고인은 지난해 펴낸 저서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에서 근대문명의 폐해와 생태 문명의 당위성을 직설적 목소리로 외쳤다. 그는 이 책에서 “현세대의 인류에게 가장 긴급한 것은 자연과 인간 사이의 물질적 대사가 원활하게 이뤄지는 ‘순환적’ 삶의 패턴을 회복하는 일”이라면서 “영구적으로 인간다운 삶의 영위를 보장하는 거의 유일한 생존·생활 방식이 농사라는 점을 재인식하고, 그 농사의 궁극적 토대인 토양을 건강하게 가꾸고 보존하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중요한가를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생전 마지막으로 ‘한겨레’에 발표한 칼럼 ‘코로나 환란, 공생의 윤리’에서 “당장의 기술적 해법만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며 “생태계 훼손을 막고, 맑은 대기와 물, 건강한 먹을거리를 위한 토양의 보존과 생태적 농법, 그리고 무엇보다 단순·소박한 삶을 적극 껴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저서로는 ‘시와 역사적 상상력’, ‘시적 인간과 생태적 인간’, ‘간디의 물레’, ‘땅의 옹호’, ‘비판적 상상력을 위하여’ 등이 있다. 평론집 ‘시적 인간과 생태적 인간’으로 1999년 대산문학상, 2001년 교보환경문화상 대상을 받았다.유족으로는 부인 김태언 전 인제대 교수와 아들 형수(대학 강사), 딸 정현(녹색평론 편집장)씨, 며느리 도인선(효성중공업 과장)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3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27일 오전 9시.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별세(사진=연합뉴스)
- 6·25 전쟁 중 군사작전 기록한 '군사 기록물' 등록문화재 지정
-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6·25 전쟁 기간 수행한 군사작전을 자세히 기록한 ‘6·25 전쟁 군사 기록물(육군)’이 국가등록문화재 제787호로 지정돼, 처음으로 일반에도 공개된다.문화재청은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6·25 전쟁 군사 기록물(육군)’ 등 전쟁 문화유산 5건을 발굴해 문화재로 등록하거나 등록 예고 또는 사적으로 지정 예고한다고 24일 밝혔다.‘6·25 전쟁 군사 기록물(육군)’은 전쟁 기간(1950.6.25.~1953.7.27.) 육군본부·군단·사단·후방부대 등에서 작성한 것으로, 전투 수행을 위해 구체적으로 하달한 계획·명령·지시 기록과 전투 상황에 대해 상세히 보고한 전투상보·작전일지 등 총 15종 7521건이다.6·25전쟁 군사 기록물(육군)에 적힌 화살머리고지 전투 일부(사진=문화재청)화살머리고지, 백마고지, 피의 능선, 백석산 전투 등 치열했던 격전의 현장과 작전요도, 적군현황, 전투경과, 병력 등을 낱낱이 기록하고 있다.소장기관인 육군은 그간 해당유물을 해제·데이터베이스(DB)화 했으며, 이달 25일부터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등에서 검색·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전쟁 발발부터 정전 협정까지 치열했던 격전의 현장이 담긴 군사작전 기록물로, 일반에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재로 등록이 예고되는 ‘6·25전쟁 군사 기록물(공군 전투비행단)’은 전쟁 당시 공군 제10전투비행단과 관련된 유물로 제10전투비행단 종합보고서·비행기록수첩, 출격 표시 작전지도·10비 군사일지·조종사 출격일지·김영환 장군 명패 등 총 6건 8점이다. 제10전투비행단 종합보고서는 비행단의 작전·정보·교육·기상 등 작전 요소를 망라해 도면과 문서로 정리한 유물로, 국군과 북한군의 상황을 알 수 있다. 비행기록 수첩·출격 표시 작전지도는 참전 조종사(임상섭)가 1952년부터 1953년까지 작전을 수행한 지역을 수첩에 기록하고 지도에 표시한 유물로, 당시 연습·출격기록이 적혀 있다.10비 군사일지는 1951년부터 1955년까지 2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부대의 주요 활동을 일자순으로 기록한 것으로, 당시 비행단의 활동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 조종사 출격일지는 참전 조종사(이배선)가 1952년부터 1953년까지의 출격일시·목표지점·임무·작전지도·마음가짐 등을 일자별로 상세히 기록한 것으로, 전투조종사의 활약을 알 수 있다. 김영환 장군 명패는 초대 제10전투비행전대장 시기(1951.8.~11.10.)에 조종사 일동이 제작한 것이다. 김영환 장군은 비행전대장 재직 당시 무장공비가 잠입한 해인사 폭격명령을 거부해 문화유산을 지켜낸 공적으로도 알려져 있다. 해당 유물들은 6·25전쟁 시 공군의 작전수행 상황을 알 수 있는 희귀 자료다.6·25 전쟁 당시 서울 탈환의 발판이 된 ‘인천상륙작전’ 성공에 기여한 ‘인천 팔미도 등대’는 사적으로 지정 예고 됐다. 인천 팔미대 등대는 1903년 세워진 국내 현존 최고(最古)의 근대식 등대로서,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 당시 연합군함대를 인천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인도했다.
- 출판계, "언택트 시대에 근본적 변화 필요해”
-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언택트에 최적화된 출판계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24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출판 산업의 전략’을 주제로 ‘2020년 제1회 출판산업 웹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콘퍼런스에서는 코로나 19 이후 출판 산업의 변화를 전망하고, 영역별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강연이 이어졌다. 박기수 한양대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콘텐츠로서 책의 가치 확장에 대해서 강조했다. 박 교수는 ‘미생’, ‘해리포터’ 등을 예로 들었다. 책 발간 후 49만 부 팔린 ‘미생’은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첫회 방영부터 종영까지 280만 부 넘게 팔렸다. ‘해리포터’의 경우 책 시리즈와 영화가 끝난 지 10년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웹소설, 이벤트 등의 콘텐츠를 통해 ‘해리포터’가 활용되며 책의 수명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다른 분야와 연계를 맺는 등 어떻게 콘텐츠를 확장해 시너지를 내고 활용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또 책에 대한 근본적 해석도 새롭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책은 엄밀히 하나의 미디어인데 시대가 구현할 수 있는 기술에 따라 형태가 변하는 것”이라며 “책을 종이책만 생각해서는 안 되고 언택트 시대에 최적화된 책의 본질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영주 EBS 연구위원은 코로나 이후 콘텐츠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몰입 현상을 분석한 후 출판 시장에도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 연구원은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인 2월에 비해 3~5월 언론보도에서 OTT관련 내용이 급증하는 등 사람들이 스마트폰, TV를 활용한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넷플릭스의 경우 ‘킹덤’을 포함한 다양한 콘텐츠를 고화질로 제공하고 와차는 코로나 확진자에게 3일간 무료 이용권을 증정하는 등 차별호된 서비스 전략을 펼친다”며 “출판도 단순히 인쇄 콘텐츠를 전자책으로 디지털화 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방식을 녹여낼 수 있는 콘텐츠를 고민하고 필요가 있다”고 했다.김빛나 PRACT 대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출판계의 해외 진출 방안들을 소개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 이후에 출판 관련 비즈니스 콘퍼런스와 세미나도 비대면 화상회의로 전환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볼로니아 아이들 도서전의 경우 각 출판사들이 온라인에 책을 등록하면 각국의 출판사들이 서로 관심 있는 책에 미팅 신청을 할 수 있다”며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직접 해외를 가는 물리적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책을 소개할 자료를 만드는 과정도 훨씬 간편하다”고 설명했다.이 외에도 강성미 글 항아리 대표가 출판사의 방향에 대해서, 이용주 우분투북스 대표가 서점 공간의 재해석 전략에 대해, 박현영 다음소프트 생활변화관측소 소장이 빅데이터로 살펴본 독서소비 문화에 대해서 설명했다.콘퍼런스는 전날 1000여명이 사전 등록을 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행사 당일에도 댓글을 통해 질문이 이어졌다. 특히 “출판사가 코로나 종식을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해결할 방법”, “해외에 책 수출을 할 때 어떤 수요가 많은지,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등 현실적 해법에 대한 질문이 다수였다.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24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출판 산업의 전략’을 주제로 개최한 ‘2020년 제 1회 출판산업 웹 콘퍼런스’에서 이용주 우분투북스 대표가 서점 공간의 재해석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 '성락원' 문화재 지정가치 논란에 명승 지위 박탈
-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으로 지정됐던 ‘성락원’이 지정 가치 적합성 논란에 명승 지위를 잃게 됐다. 2008년 명승 지정 이후 12년 만이다.문화재 부실 고증 논란에 2008년 명승으로 지정됐던 성락원이 12년만에 지위를 잃게 됐다.(사진=문화재청)문화재청은 24일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를 개최해 명승 제35호 ‘성락원’을 지정 해제하고 ‘서울 성북동 별서’로 재지정하는 권고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서울 성북구에 있는 성락원은 조선 철종 때 이조판서 심상응의 별장이었다는 이유로 2008년 명승으로 지정됐다. 이후 철종 때 이조판서 심상응이라는 인물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성락원이라는 이름도 20세기 후반에 지어진 것이라는 지적 등이 제기됐다.문화재청은 지난해 언론에서 성락원의 문화재적 가치가 논란이 된 후 지정 과정상의 일부 문제점을 인정하고 역사성 등 문화재적 가치에 대해 재검토를 진행해 왔다. 지난해 6~7월 한 달에 걸쳐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성락원 관련 문헌·자료들을 전면 조사했고 자문회의 3차례, 공개 토론회 한 차례, 법률자문 2차례를 거쳤다.조사결과 당초 지정사유였던 조성자로 알려진 ‘조선 철종 대 이조판서 심상응’은 존재하지 않은 인물로 확인됐고, 황윤명의 ‘춘파유고’(황윤명의 차손 안호영이 호아윤명의 시문을 모아 발간한 유고집) 오횡묵의 ‘총쇄록’(오횡묵이 자신이 관리로 있던 곳의 현황 등을 일기, 시문의 형식으로 기록한 것) 등의 문헌기록에 따를 때, 조선 고종 당시 내관이자 문인인 황윤명(黃允明, 1844~1916)이 조성자임이 새롭게 밝혀졌다.또 갑신정변(1884) 당시 명성황후가 황윤명의 별서를 피난처로 사용했다는 기록(일편단충(一片丹忠)의 김규복 발문, 조선왕조실록 등)에 따라, 이 별서가 1884년 이전에 조성된 것도 확인됐다.다만 문화재청은 이 공간이 조선 고종대 내관 황윤명이 별서로 조성하기 이전에도 경승지(경치가 좋은 곳)로 널리 이용됐고, 갑신정변 당시 명성황후의 피난처로 사용되는 등의 역사적 가치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다양한 전통정원요소들이 주변 환경과 잘 조화돼 있어 경관적 가치 또한 뛰어난 것으로 판단했다. 현재 얼마 남지 않은 조선 시대 민가정원으로서의 학술적 가치 등도 인정돼 서울 성북동 별서로 재지정한다고 했다.문화재청은 성락원의 지정해제와 서울 성북동 별서의 지정에 관한 사항을 30일간 관보에 예고해 사회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 그 결과를 최종적으로 심의할 예정이다.
- 6·25 70주년 "시민의 힘으로 국제 사회 평화 이뤄내자"
-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시민의 힘으로 국제 사회를 움직여 한반도 평화를 이뤄내야 합니다.”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종교계와 시민단체 160여 곳은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 준비위원회를 공식 발족하고, 캠페인 동참 기자회견 ‘휴전에서 평화로, 이제 우리가 전쟁을 끝내자’를 개최했다.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24일 종교계와 시민단체는 160여 곳은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 준비위원회를 공식 발족하고, 캠페인 동참 기자회견 ‘휴전에서 평화로, 이제 우리가 전쟁을 끝내자’를 개최했다.(사진=이데일리 김은비 기자)종전 평화 준비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캠페인 취지와 향후 계획, 각계가 캠페인에 참여하는 이유를 밝히며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위원회는 “4·27 판문점 선언으로 돌파구가 열렸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불과 2년만에 다시 군사적 충돌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된 정부 간 협상이 한계에 직면했다”며 “아래로부터 시민의 압력과 요구를 가시화해 국제 여론을 움직여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행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각계 단체를 대표하는 대표자 11명도 캠페인의 필요성에 대해서 얘기했다. 이홍정 한국종교인평화회의 공동회장은 “지난 70년은 샌프란시스코, 판문점 체제라는 분단·냉전체제의 극복 없이 온전한 개방은 없다는 민족사적 교훈을 체득하는 시간이었다”며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일련의 평화적 수단이 비핵화를 이루는 길이 돼야 한다”고 호소했다.정강자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남·북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 19 위기에 북한은 방역체계를 어떻게 하고 진단키트는 필요하지 않은지를 살피지 않고서는 종전·평화에 대한 외침은 설득력을 잃을 것”이라며 “캠페인을 통해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노력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지난 2016년 폐쇄된 개성공단을 재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서진 개성공단기업비상대책위원회 상무는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정부는 범정부 추진 기구를 만들어서 의지를 보여주고 종전 선언을 통해 개성공단이 언제든 폐쇄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은 정전협정 70년이 되는 2023년까지 3년간 ‘한국전쟁 종식과 평화협정 체결’,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한반도와 세계’를 호소하는 전 세계 서명운동을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그 밖에 한반도 평화를 위한 평화로비, 평화대화, 평화문화교류, 평화 행동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이번 캠페인에 종교계에서는 7대 종단으로 구성된 한국종교인평화회의를 비롯해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원불교 통일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화해통일위원회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등이 함께 제안자로 참석했다.시민 단체로는 △기지평화네트워크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개성공단기업비상대책위원회 △새로운100년을여는통일의병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시민평화포럼 △여성평화운동네트워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환경회의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YWCA연합회 등 전국 160여 개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했다.
- [책]한국전쟁 70년, 전장의 기억과 목소리…고백하는 사람들
-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 소설 ‘1984’에 나오는 유명한 말이다. 분단의 현실 속에 한반도 평화라는 중요한 과제를 갖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국전쟁은 단순히 역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은 올해, 기억 속에서 흐려지는 한국전쟁을 당대를 살았던 남·북한 주민들의 육성을 통해 생생히 전달하는 신간들이 발간됐다. ‘고백하는 사람들’(푸른역사)과 ‘한국전쟁, 전장의 기억과 목소리’(역사만들기)이다. 해방 이후부터 분단과정, 전쟁사에 대해 지금껏 국제정세와 국내 정치에 대해서만 해석이 집중돼 있었다는 점에서도 이 책들은 의미가 있다. 또 ‘1950’(서울셀렉션)은 전쟁이라는 어두운 시대상에도 무심하게 일상을 소화하던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삶의 의지를 전한다.수많은 섬으로 이뤄진 옹진군은 한국전쟁 당시 남한과 북한이 차례로 점령하며 다른 곳보다 일찍, 오래 전쟁을 겪는다. ‘한국전쟁, 전장의 기억과 목소리’는 인천 옹진군 주민 104명의 한국전쟁 전후 10년간의 기억을 엮었다. “군인보다 우리가 더 죽었어. 군인들은 싸우다 죽는다지만 우리는 맨몸에 밥 가지고 가다 많이 죽었어요”라는 말에서 전쟁의 고통을 느낄 수 있다.전쟁 당시 옹진 지역 주민들의 의용군 강제징집과 상륙작전, 수복 과정의 피해, 이후 부역혐의를 받았던 주민들의 죽음, 군사작전에 동원된 청년들의 죽음 등 전쟁 중 민간인들의 목소리로 듣는 이야기는 숱한 아픔을 입체적으로 묘사한다. 구체적 상황들은 공식적인 역사서술과 국방부 기록에 존재하는 공식 서술을 뒤집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고백하는 사람들’은 광복직후부터 전쟁 전까지 북한 사회를 담았다. 당시의 북한 교수· 학생·간부·노동당원·군인 등 879인이 생존 혹은 출세를 위해 북한 당국에 제출한 자술서·이력서에는 진솔한 북한의 모습이 있다. 해방 직후 북한에 불어 닥친 러시아어 열풍에 대학생·지식인이 멋들어진 러시아어 성명을 쓰는 모습은 북한 사람들의 일상과 문화를 상상하게 한다. 반면 소련군이 황해도에 진주했을 때 주민들에게 사이렌을 울리며 피신을 유도하고 재산과 부녀자들을 잘 지키라고 경고하는 모습은 북한이 소련군을 우호적으로 생각했을 거라는 우리의 일반적 시각과 다르다.북한의 토지개혁에 대한 주민들의 상반된 평가도 있다. 토지를 분여받은 빈민층은 “황해도 재령군의 머슴 출신 오남제는 토지개혁으로 논 800여 평을 받고는 너무 기쁜 나머지 첫 수확 후 가장 먼저 현물세로 쌀 네 가마니를 기부하고 ‘애국미’ 여섯 가마니를 추가로 헌납했다”고 환호하며 적극 지지하는 한편 공직자와 간부는 “한 닢, 두 닢 모아 사들인 땅 3000평을 몰수당해 부모는 한숨으로 세월을 보냈다”며 넌지시 불만을 내비쳤다.개전부터 휴전까지 한국전쟁을 곁에서 본 종군기자 존 리치가 담은 한국전쟁 컬러사진 속에는 피난길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1950’은 그동안 전해진 빛바랜 흑백 사진 속 한국전쟁의 참상과 침울함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담았다. 남대문, 서울역 등 익숙한 풍경을 배경으로 물건을 나르거나 대화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삶의 희망과 의지를 뿜어낸다. 작가는 “이 사진을 보는 독자들이 한국전쟁을 과거의 역사로만 생각하지 않고 겪었던 사람들의 희생과 아픔, 강인한 소생의 의지를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17세기 불상조각 대가, 현진스님 첫 작품 '보물' 지정
-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조선 17세기 불교조각 조성에 큰 자취를 남긴 현진(玄眞))스님의 첫 작품이 보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현진(玄眞)의 가장 이른 작품인 ‘장성 백양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과 15세기 ‘상주 남장사 관음선원 목조관음보살좌상’을 보물 제2066호와 보물 제2067호로 각각 지정했다고 22일 밝혔다.현진은 17세기 불교 조각사를 대표하는 조각승이다. 임진왜란 때 왜구에 의해 소실된 불상 조성을 주도했고, 1622년 광해군비 유씨가 발원한 자수사(慈壽寺)와 인수사(仁壽寺)의 11존(尊) 불상 제작을 지휘하는 등 왕실과 전국을 무대로 활동한 뛰어난 조각가였다. 그동안은 ‘진주 월명암 목조아미타불좌상’(1612년)이 가장 이른 작품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장성 백양사 목조아마타여래좌상’의 제작이 이보다 5년 앞선 사실이 확인됐다.보물 제2066호 ‘장성 백양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長城 白羊寺 木造阿彌陀如來坐像)’은 높이가 약 208cm에 달하는 대형 불상으로, 1607년(선조 40년) 현진이 주도하고 휴일(休逸), 문습(文習)이 함께 참여해 완성했다. 불상의 대좌 밑 묵서(먹으로 쓴 글)에 의하면, 백양사 불상은 왕실의 선조들인 선왕과 선후의 명복을 빌고 성불을 기원하며 만든 것으로,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 등 전쟁이 끝나고 몇 해가 지나지 않은 1610년 전후로 이루어진 불교 복구 과정 중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장대한 규모에 긴 허리, 원만한 얼굴과 당당한 어깨, 신체의 굴곡에 따라 자연스럽게 처리된 옷 주름, 안정된 자태 등에서 초창기 작품임에도 현진의 뛰어난 조각 실력과 더불어 17세기 불교조각의 새로운 경향을 선도한 시대적 변화를 읽을 수 있다.문화재청은 자연스런 신체표현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로 목조와 소조 기법을 조합해 만든 제작 방식에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목조불상을 만들 때는 나무를 쪼아 전체적인 형체를 만든 후 좀 더 입체적이거나 현실적인 인상을 주기 위해 부분적으로 진흙 등을 사용한 소조 기법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백양사 불상 역시 주된 재질은 목조지만 진흙으로 보강한 사실이 과학조사를 통해 밝혀졌다.보물 제2067호 ‘상주 남장사 관음선원 목조관음보살좌상(尙州 南長寺 觀音禪院 木造觀音菩薩坐像)’은 조선 전기 15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상으로, 남장사 내 부속사찰인 관음선원에 봉안돼 있다. 이 관음보살좌상 뒤에는 보물 제923호 ‘상주 남장사 관음선원 목조아미타여래설법상(尙州 南長寺 木造阿彌陀如來說法像)’이 놓여 있어 가치와 화려함을 더한다.남장사 관음선원 목조관음보살좌상의 경우 조성발원문(造成發願文) 등 관련 기록이 부족해 정확한 제작 시기는 확정할 수 없으나, 귀족풍의 얼굴과 어깨와 배에 잡힌 옷 주름, 팔꿈치에 표현된 주름, 무릎 앞에 펼쳐진 부채꼴 주름 등 15세기 불상의 양식적 특징을 잘 보여준다.한편 그동안 국보로서 위상과 가치 재검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온 국보 제168호 ‘백자 동화매국문 병(白磁 銅畵梅菊文 甁)’에 대해서는 △출토지나 유래가 우리나라와 연관성이 불분명하고 △같은 종류의 도자기가 중국에 상당수 남아 있어 희소성이 떨어지며 △작품의 수준 역시 우리나라 도자사에 영향을 끼쳤을 만큼 뛰어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30일간의 예고 기간을 거쳐 해제를 최종 결정했다.장성백양사극락보전목조아미타여래좌상
- 문화역서울 284 기획전시 '여행의 새발견' 비대면 공개
-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문화역서울284 기획전시 ‘여행의 새발견’이 비대면으로 공개된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문화역서울 284에서 23일부터 오는 8월 8일까지 예정됐던 ‘여행의 새발견’을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으로 공개한다고 23일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디자인진흥원이 주관했다. 전시 외에 공연, 토크, 낭독회 등의 전시연계 프로그램도 무관중으로 진행하고 추후 온라인 채널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이번 전시는 미디어아트, 설치, VR 체험, 회화 등의 시각예술과 여행 프로젝트, 공연 프로그램 등을 통해 ‘우리는 왜 여행하는가’를 생각해보는 7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중앙홀의 미디어파사드는 여행의 출발지로 강, 숲, 구름, 꽃 등 자연과 관련된 작품과 공연을 통해 잊고 있었던 여행의 순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역은 여행가들의 집합소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착안해 1·2등 대합실에 마련된 ‘만남-여행자의 정거장’ 섹션에서는 기자에서 여행을 이끄는 촌장으로 변신한 고재열 여행 감독의 여행자 플랫폼과 여행토크, 캐리어 도서관 등이 마련돼 ‘여행 불가 시대의 여행’을 상상하게 한다. 특히 캐리어 도서관은 필요한 곳에 책을 기증하는 프로젝트다. 캐리어에 책을 담아 여행지로 실어 나르는 움직이는 도서관으로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사람과 문명 그리고 자연과 만날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이 밖에도 예술가들이 일상을 여행하며 수집한 창작의 재료들로 여행을 기록한 가상현실과 설치, 드로잉 작품들은 일상을 창조하는 매개로써 여행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 KTX매거진과 협업으로 진행한 24곳의 간이역 사진과 이야기들, 그리고 근현대 문학 작품에서 발췌한 여행의 문장들은 우리가 떠났던 여행의 순간들을 환기시킨다.김태훈 디자인진흥원 원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참여하는 동안 마치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린 듯한 시간을 보내며 가장 많이 떠올려본 단어들 중 하나는 ‘여행’이 아닐까한다”며 “‘여행의 새발견’ 이 지난 시간 자유롭게 누렸던 여행을 다시 한 번 기억하고, 지금 당장은 떠날 수 없기에 더욱 소중한 여행을 새로운 방법과 형태 안에서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취지를 밝혔다.
- “BTS 덕을 많이 봤죠"...日에서도 한국에세이 열풍
-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일본 방탄소년단(BTS) 팬분들이 정국이 읽은 책이라며 많이 읽고, 인증해 준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김수현(34) 작가는 최근 에세이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를 한국 출판물 사상 최고 선인세인 2억원에 일본과 출판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배경을 이 같이 설명했다. 선인세 금액은 기존 최고가 기록의 10배가 넘는다. 일본 에세이 분야 1위를 차지한 김 작가의 전작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도 현지 판매 기록은 20만부를 웃돌았다.국내를 넘어 일본에서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 김 작가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내내 유쾌하면서도 솔직한 답변을 이어갔다. 김 작가는 자신의 책 속에 담은 대로 “어떤 순간에도 만만하지 않은 평화주의자가 될 것”이라는 당당하면서도 따뜻한 위로를 전했다.꾸준한 인기는 책의 힘 덕분이었다. 일본 독자들 사이에서 “타인의 시선에 휘둘려 너무 힘들었는데, 책을 읽고 큰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는 후기가 쏟아졌다. 김 작가는 “비슷한 문화권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공감할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유교, 집단주의 문화가 있고 저성장 사회로 진입했다는 것, 경쟁에 대한 어려움 같은 공통성도 일본 독자들과 공유가 가능했던 요소인 것 같다”고 말했다.신간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의 메시지는 뚜렷하다. 관계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좀 덜 애쓰고, 좀 더 편안해지는 것. 김 작가는 “타인의 마음을 알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뒤 관계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며 책을 쓴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책을 쓰며 힘든 점도 많았다고 한다. 김 작가는 “관계에 대한 책을 쓰겠다고 결심을 하고 보니 제 주변 관계를 잘해야 하는 압박이 컸다”며 “어떻게 하면 관계를 잘하는지 책도 열심히 읽고 배려도 더 하려고 하는 등 노력을 했는데 어느 날 숨이 막혔다”고 고백했다. 그는 “책에는 어느 날 작고 초라해졌다고 적었는데 실제로는 이러다 공황장애가 올 수 있겠다 싶었다”고 털어놨다.그러면서 이번 책은 ‘어떻게 해야 인간관계가 완벽해지는지에 관한 책’이 아니라 ‘어떻게 해도 완벽할 순 없다는 걸 인정하는 책’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책에서 다양한 상황에 대한 솔루션, 대안을 드리지만 저도 남이랑 비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가 있다”며 “다만 책을 계속 쓰면서 연습을 통해 더 빨리 그 상황을 벗어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책을 쓴 후 요즘은 이성을 통해서 감정을 정리하는 게 아닌 감정 자체를 편안하게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김 작가는 말했다. 자연스레 불교, 철학 관련 책을 많이 읽고 있다고 공개했다. 그는 “불교 신도는 아닌데 마음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잘 분석한 일종의 학문 같다”며 “마음 전반에 대해 다루는 불교 서적에서 위로도 많이 얻는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일본 승려 코이케 류노스케가 쓴 ‘생각 버리기’, ‘번뇌 리셋’을 친구에게 선물 받아 재밌게 읽었다고 전했다.책 마지막에 퇴사하는 모습을 패러디해 “저는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라고 쓴 김 작가는 실제로 “행복에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고 지금은 사랑에서 행복에 대한 답을 찾아 잘 사랑하는 방법들을 찾아 훈련하는 게 남았다”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제가 최선을 다해 행복한 사람이 돼 비결을 알려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김 작가는 “다음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다 열려 있는 상태다”며 “에세이와 다른 분야의 책, 웹툰, 어플 제작까지 뭐든 콘텐츠에 대한 도전은 좋다”고 말했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을 쓴 김수현 작가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사랑에서 행복에 대한 답을 찾아 잘 사랑하는 방법들을 찾아 훈련하는 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