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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 혁명'은 언어가 이끌어냈다
-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194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아메리카를 ‘발견’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이룬 일을 묘사할 말을 찾지 못한다. 콜럼버스는 이탈리아어, 포르투칼어, 카스티야어, 라틴어를 했지만 당시는 새로운 사실에 대한 ‘발견’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신대륙의 발견 이후 지구 정반대의 두 지점인 대척점은 존재할 수 없다는 통념은 깨지고, 지구가 무엇으로 구성돼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급격하게 달라진다. 저자는 이를 ‘발견’의 발명이라 말한다. 역사학자인 저자는 ‘과학 혁명은 없다’는 주장에 반기를 든다. 덴마크 귀족 튀코 브라헤가 1572년 관측한 신성은 ‘우주는 불변하고, 달 아래와 너머의 세계는 각기 다른 운동 법칙이 적용된다’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관을 깨뜨렸다. 저자는 “1572년 이래 세계는 지식의 본질과 인류의 역량을 변혁한 거대한 과학혁명에 휘말리고 있었다”며 “그것 없이는 산업혁명도, 우리가 의존하는 현대의 기술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로부터 130년 정도가 흐른 1704년, 아이작 뉴턴이 ‘광학’을 출간했다. 이 시기 확립된 사실·실험·증거·이론·법칙 등 과학적 사고는 현재까지 이어지며 인류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저자는 이 두 시기 사이에 이전 과학과는 다른 근대 과학이 ‘발명’됐다고 본다.작가는 특히 이 두 시기 사이의 과학적 ‘언어’에 집중한다. 흔히 ‘새로운 과학’이라고 하면 갈릴레이의 망원경, 보일의 공기펌프, 뉴턴의 프리즘 같은 물리적 도구를 떠올린다. 그래서 사실·실험·가설·이론·자연법칙·확률·증거 등 ‘지적 도구’의 새로움과 중요성은 과소평가된다. 하지만 그는 낱말에 불과해 보이는 이 지적도구들은 새로운 사고방식을 함축한, 인간의 정신적 능력을 변화시킨 중요 요소라고 강조한다.
- '집콕'·'동학개미운동'…코로나19, 출판 트렌드도 바꿨다
-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이 2020년 상반기 출판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쳤다. 예스24는 최근 ‘2020 상반기 베스트셀러 분석 및 도서판매 동향’을 발표했다.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예스24 전체 도서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16%가량 늘었다. 이외에도 상반기 출판 트렌드를 ‘집콕’, ‘동학개미운동’, ‘북 도슨트’, ‘팬덤셀러’ 등으로 정리했다. ◇코로나 영향에…‘집콕’, ‘동학개미운동’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학연기 등으로 ‘집콕’ 생활이 계속되면서 어린이·청소년 도서 판매가 늘었다. 교육부가 개학 연기를 발표한 지난 2월 23일부터 3월 15일까지 3주 동안 어린이·청소년 문학 도서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8% 증가했다. 최근 3년 들어 가장 높은 판매 증가세다. 어린이 문학은 ‘아홉 살 마음 사전’, ‘117층 나무 집’, 청소년 문학은 ‘시간을 파는 상점’, ‘페인트’, ‘아몬드’ 등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에 활용되는 도서들이 많이 판매됐다.자녀들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세상에서 제일 쉬운 그림 그리기’, ‘창의폭발 엄마표 실험왕 과학놀이’ 등 그림 그리기, 과학 실험과 같이 집에서 아이와 함께 간편히 즐길 수 있는 놀이를 소개한 도서도 눈에 띄었다.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투자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투자를 시작하려는 투자자들에 힘입어 투자·재테크 분야 도서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76.2%, 주식·증권 도서 판매량은 155.2%로 크게 늘었다. 특히 ‘선물주는 산타의 주식투자 시크릿’,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 등 주식 투자 입문서가 눈에 띄었다.◇독자들의 마음 사로잡은 ‘북 도슨트’, ‘팬덤셀러’독자들에게 책의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는 ‘북 도슨트’의 영향력도 커졌다. 최근 가장 대표적인 북 도슨트로 떠오른 tvN ‘요즘책방’은 어렵고 낯설게 느껴지던 고전을 알기 쉽게 풀어내며 고전의 베스트셀러 역주행을 이끌었다. 요즘책방 방송 후 2주간 ‘ 페스트’,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설민석의 삼국지’, ‘코스모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순으로 많이 판매됐다. 이들 도서는 방송전에 비해 판매량이 2~13배 늘었다. 예스24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50위에 모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다양한 인물, 작품에 대한 ‘팬심’이 관련 도서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유튜브에서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흔한남매’의 이야기를 만화로 담은 ‘흔한남매’ 시리즈는 모두 예스24 상반기 베스트셀러 100위안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흔한남매 3’은 종합 1위를 차지했다. 가수 양준일의 포토에세이 ‘양준일 MAYBE 너와 나의 암호말’은 판매 3시간 만에 판매량 7000부를 돌파하며 종합 베스트셀러 11위에 자리했다. 인물뿐 아니라 팬덤을 형성한 영화, 드라마 등의 작품에서 파생된 도서도 화제를 낳았다.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을 거머쥔 영화 ‘기생충’의 기록을 담은 ‘기생충 각본집 & 스토리보드북 세트’는 아카데미 시상식 발표 후 2주간 판매량이 1804% 증가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조선후기 수군 명단 적힌 '군적부' 발견돼
-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조선 후기 수군의 명단이 상세히 적힌 군적부가 발견됐다.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충남 태안 안흥진성 인근 신진도 고가(오래된 집)에서 주민의 신고로 군적부를 발견했다고 4일 밝혔다. 군적부는 군역의 의무가 있는 장정 명단과 특징을 기록한 공문서다. 이번에 발견된 수군 군적부는 집의 벽지로 사용돼 있었다.이 수군 군적부는 조선 후기인 19세기에 작성됐다. 안흥진 소속 60여 명의 군역 의무자를 전투 군인인 수군과 보조적 역할을 하는 보인으로 나눠 이름, 주소, 출생연도, 나이, 신장을 부친의 이름과 함께 적어뒀다. 수군의 출신지는 모두 당진현(唐津縣)으로, 당시의 당진 현감 직인과 수결(자신의 성명·직함 아래 도장 대신 자필로 글자를 쓰던 것)이 확인됐다.세부 내용을 보면 수군 1명에 보인 1명으로 편성된 체제로 16세기 이후 수군편성 체계를 실질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문화재청 측은 “국가에서 관리하던 문서가 수군 주둔지역의 민가에서 발견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군적부의 용도는 작성 형식이나 시기로 봤을 때 수군의 징발보다는 18~19세기 군역 부과 방식인 군포(軍布)를 거두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군포는 군복무를 직접하지 않는 병역 의무자가 그 대가로 납부하던 삼베나 무명을 뜻한다.안흥량(태안 앞바다 일대)에 주둔했던 수군은 고려 후기부터 조선 시대까지 이어졌던 왜구의 침입을 막고, 유사시에는 한양을 지원하기 위한 후원군 역할을 했다. 특히 이들의 주요 임무 중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물살이 빠르고 항해가 어려운 바다인 안흥량 일대를 통행하는 조운선의 사고 방지와 통제를 하는 것이었다.군적부가 발견된 고가의 상량문(새로 짓거나 고친 집의 내력, 공역 일시 등을 적어둔 문서)에는 ‘도광(道光) 23년’이라는 명문이 적혀 있다. 도광은 청나라 도광제 선종의 연호로 도광 23년은 1843년을 뜻해 그 당시 집이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또 한시 3편도 함께 발견됐다. 시는 당시 조선 수군이거나 학식을 갖춘 당대인이 바닷가를 배경으로 수군진촌의 풍경과 일상을 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문화재청 관계자는 “충청 수군 군적부는 현재까지 서산 평신진(平薪鎭) 군적부 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어 이번 자료는 희귀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 수군이 주둔했던 현지에서 이름, 나이, 주소, 출생연도 등이 상세히 기재된 문서라서 앞으로 조선 시대 수군연구에 중요한 자료”라 덧붙였다. 군적부는 5일 오후 1시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열리는 ‘태안 안흥진의 역사와 안흥진’ 학술세미나에서 공개할 예정이다.충남 태안 안흥진성 인근 신진도 고가에서 발견된 군적부 서지(사진=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