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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팬데믹, 소비트렌드부터 결혼까지 바꿨다
-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2020년 2월 20일 필리핀 도시 바콜로드에서 열린 합동결혼식. 혼인이 선언되는 순간 220쌍은 각자 연인과 키스를 나눴다. 여기까지는 일반 결혼식과 같았다. 다만 다른 것은 신랑, 신부 모두 파란색 마스크를 쓴 채였다는 것이다.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과 마주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소비나 업무를 위해 만나는 방식뿐만 아니라 신체접촉을 피할 수 없는 관계인 사랑과 결혼에 이르기까지 변화는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책 제목인 ‘언컨택트’(uncontact)는 접촉을 뜻하는 ‘컨택트’(contact)에 부정을 뜻하는 ‘언’(un)이 합성된 신조어다. 단어가 주는 첫인상으로 단절, 고립을 떠올려서는 안된다. 더 편리하고 안전한 연결을 위해 언컨택트를 받아들이는 것이지, 사람에게 사람이 필요 없어지는 것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언컨택트 세대는 물리적 제약에서 벗어나 더 많은 사람들과, 기회와 컨택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트렌드 전문가인 작가는 “언컨택트는 계속 연결되기 위한 선택된 트렌드”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언컨택트가 일상화되고 있는 흐름의 원인과 배경부터 앞으로의 전망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풀어낸다.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불필요한 갈등과 오해, 감정 소모, 피로에 대한 거부는 변화를 더 빠르게 이끈다. 배달앱을 통해서 음식을 배달하고, 식당에서는 무인 자판기로 주문한다. 은행을 가지 않고도 모바일로 비대면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다. 더 이상 사람을 대면하지 않고도 불편하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이다.비즈니스에서도 언컨택트는 새로운 기회다. 코로나19라는 우연한 계기로 확산된 재택근무, 화상회의, 전자투표제 등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인다. 회사는 사무실 유지 비용도 줄이고, 직원은 출퇴근에 따른 이동 시간과 비용도 줄인다. 어떤 기술을 활용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지가 핵심이지 공간이 핵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급격한 변화에 따른 문제점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코로나19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언컨택트를 맞이한 만큼 인간 소외, 새로운 갈등 및 차별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코로나19 종식 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연극 '렁스', 많은 생각과 질문 하게 되는 작품"
-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관객들에게) 많은 생각과 질문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 될 겁니다.”연극 ‘렁스’의 박소영 연출은 15일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남녀간의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지만, 모든 이야기가 우리 삶과 맞닿아 있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극”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연극 ‘렁스’는 선뜻 꺼내기 힘든 사회적 문제를 소재로 삼고 있는 영국 작가 던컨 맥밀란(Duncan Macmillan)의 대표작이다. 2011년 미국 워싱턴에서 초연한 후 10년 가까이 미국과 영국, 캐나다, 스위스 등지에서 공연되고 있다. 매사에 진지하고 사려깊게 고민하고 적어도 좋은 의도를 갖고 행동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커플이 각자에 대해, 아이에 대해, 환경에 대해, 지구에 대해 평생에 걸쳐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가는 2인극이다. 한 연인이 겪는 장대한 사건과 고민을 무대장치, 조명, 의상 등 미장센의 사용을 최대한 절체한 채 두 배우가 주고받는 연기와 감정, 호흡만으로 펼쳐낸다. 관객은 절제된 공간을 가득 채우는 배우들의 에너지를 통해 연극적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박소영 연출은 “남녀 주인공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만, 그들의 말과 행동은 절대 좋은 사람이 아닌 모순적인 모습이 우리와 많이 닮아 있다”면서 “그들을 결코 미화하거나, 옹호하지 않고 무대에 있는 그대로 올리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관객들은 자신과 닮아있는 부분에서 위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연극에 첫 도전하는 그룹 신화의 김동완은 “언젠가는 꼭 연극을 해보고 싶었는데 좋은 작품을 만나 영광이다”며 “연극을 해보니 배우들이 빠듯한 스캐줄에도 끝까지 무대를 놓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다”고 웃었다. 최근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출연해 주목받고 있는 곽선영은 “90분 공연 동안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면서 “연기를 하다 보면 ‘나도 이렇게 말하면 좋겠다’ 싶을 만큼 시원하고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고 부연했다. 좋은 사람이라고 믿어왔지만 상대에 대한 이해와 위로에 서툰 ‘남자’ 역에 김동완, 이동하, 성두섭,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는 신념으로 갈등하며 성장하는 ‘여자’ 역에 이진희, 곽선영이 출연한다. 오는 7월 5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한다. 관람료는 4만~5만5000원. 연극 ‘렁스’ 공연 장면(사진=연극열전)
- 유리창 너머라도 뵐 수 있다면…애틋한 '코로나 시대 어버이날'
- [이데일리 박순엽 공지유 김은비 배진솔 하상렬 기자] “엄마가 드시고 싶다고 한 게 있어서 들고 왔는데, 겨우 사정해서 간병인에게 전달했네요. 치매를 앓고 계셔서 직접 보지 않으면 대화를 나누기가 어려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지난 2월 중순부터 얼굴을 보지 못해서 답답하네요.” 서울 성북구에 사는 정이연(60)씨는 어버이날을 맞아 친정 어머니가 계신 요양병원을 찾았으나 어머니와 얼굴을 직접 마주하진 못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자 면회가 금지된 탓이다. 정씨는 병실 창문을 통해 겨우 어머니 얼굴을 보고 인사를 나눴지만, 어머니가 떠나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자 발걸음을 쉽게 옮기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 모녀가 어버이날인 8일 오전 서울 성동구에 있는 요양병원에서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면회를 하고 있다. (사진=배진솔 기자)◇코로나19 탓에 부모 앞에서 발걸음 돌리는 자식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부모를 찾는 자식들의 발걸음에도 영향을 끼쳤다. 면역이 약한 고령자와 지병환자가 감염될 수 있다는 우려에 정부가 전국 요양원·요양병원의 외부인 출입과 면회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어버이날을 맞이해 부모님을 뵈러 왔다가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돌아서는 자식들은 아쉬움을 표했다. 8일 이데일리가 찾은 서울 시내 요양원·요양병원 대다수는 가족을 비롯한 외부인 면회를 금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면회가 금지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자식들 일부는 요양시설을 찾았다. 직접 찾아 뵙지 못하는 마음을 카네이션 꽃바구니, 요양하고 있는 부모가 좋아하는 음식 등으로 전달하고자 온 것이다. 김미자씨가 어버이날인 8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요양병원 앞에서 카네이션을 전달 받은 시어머니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은비 기자)서울 영등포구의 한 요양병원에 시어머니를 찾아온 며느리 김미자(65)씨는 “꽃다발과 어머님께서 좋아하시는 과일과 빵을 전달해주러 왔는데, 간호사들이 꽃다발을 받은 어머님 사진을 찍어서 보내준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 중에 응급실에 실려 가신 뒤 입원하고 계셔서 한 달 넘게 얼굴을 못 봐 마음이 많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시설 관계자들은 들어오는 물품을 소독해 내부로 들여보냈다. 오후가 되자 시설 내부로 전달해야 할 물품이 증가해 분주해졌지만, 관계자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이해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병원에 계신 분들에게 일일이 꽃을 달아 드리고 사진을 찍어 자식들에게 보내드리고 있다”며 “환자가 많아 내일까지 작업해야 할 것 같지만, 저도 자식 된 처지에서 자식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이해하며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양시설을 찾은 일부 가족들은 면회가 금지되자 병원 측에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서울 관악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만난 A씨는 “아버지의 몸 상태를 직접 보고자 왔는데, 면회는커녕 중환자실에 계셔서 화상 통화도 하지 못한다고 했다”며 “아버지 모습을 확인도 못 하고, 주치의한테 상태만 듣고 가려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어버이날인 8일 서울 성동구의 한 요양센터에서 이중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이모(68)씨가 어머니와 비접촉 면회를 하고 있다. (사진=배진솔 기자)◇‘비접촉 면회’ 도입해 눈길…일부 시설은 정부 방침 무시일부 요양시설에선 이른바 ‘비접촉 면회’를 하는 이색적인 모습도 관찰됐다. 병원 측이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얼굴을 보면서 마이크를 통해 대화를 나누는 면회를 준비한 것이다. 10분으로 제한된 시간이었지만, 면회에 나선 이들은 모처럼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유리에 손을 맞대고 얼굴을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사랑해요. 건강하면 됐어요. 엄마 나 갈게요”라는 말을 끝으로 89세 어머니와의 10분간 면회를 끝마친 이납춘(68)씨는 “이렇게라도 어머니 얼굴을 보니까 너무너무 기쁘고 만족스럽다”며 “오늘 이렇게 눈으로 직접 보니 나를 사랑하는 어머니 표정을 더 느낄 수 있어서 안심도 되고 행복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같은 시간 어머니와 면회를 하던 A(54)씨도 눈물을 흘렸다. 94세인 A씨의 어머니 역시 면회 내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A씨는 “영상 통화를 일주일에 한 번씩은 했는데, 이렇게 직접 얼굴을 보는 건 4개월 만에 처음”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휠체어에 엄마를 태우고 바깥 구경을 하면서 바람도 쐬고, 산책하면서 엄마랑 안고 있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부인 면회를 엄격하게 제한한 시설 대다수와는 달리 일부 시설에선 면회를 허용해 감염이 우려되기도 했다. 한 요양병원에선 병원 내 장소에서 인사를 주고받을 수 있는 짧은 면회 시간을 허용했고, 또 다른 요양병원에선 자식들이 방호복을 입은 채 부모님을 직접 만날 수 있게 했다. 한편 정부는 요양시설에 적용할 새로운 면회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어버이날인데도 요양병원과 요양원에 어르신을 모시는 가족들이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코로나19가 좀 더 안정화되면 어르신들에 대한 감염예방을 철저히 하면서 면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