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를 일으킨 티몬·위메프(티메프)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12일 서울회생법원에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자구안을 제출했지만 정작 채권단과 합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향후 시나리오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티메프의 자구안엔 구조조정 펀드(사모펀드)를 통해 투자를 유치해 판매자(셀러) 등 채권자들의 채무를 변제하고 향후 3년 내 기업을 정상화하고 재매각하겠다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전해지지만 업계에선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셀러들 입장에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ARS 자구안에 합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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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S 프로그램은 법원이 기업과 채권자가 동의하는 외부 전문가 및 법인을 통해 자율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제도다. 이날 법원에 제출된 티메프 자구안은 13일 회생절차 협의회를 통해 합의 여부가 결정된다. 법원은 다음 달 2일까지 회생 개시를 보류하고 자율 협상을 지원하게 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티메프의 자구안은 구조조정 펀드를 통해 투자를 유치하고 이를 채권자 채무 변제와 경영 정상화에 사용하는 식이다. 이를 통한 3년 내 기업 재매각이 골자다. 아직까지 티메프 측은 신규 투자처를 확보하진 못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자 입장에선 기업회생절차 대신 정상화 가능성이 있다면 미정산대금 상당부분을 받을 수 있다. 다만 ARS 자율 합의가 성사된 사례는 많지 않다. 제도가 도입된 201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총 22건 중 합의 건수는 10여건에 불과하다. 채권자 3분의 2 이상이 반대하면 ARS는 중단된다.
티메프가 자율 합의에 성공하면 큐텐 계열사 전반의 구조조정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구영배 큐텐 대표는 이날 이데일리에 “ARS 자구안은 티메프 독자 해결방안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큐텐은 ARS와 별도로 합병 등 자체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티메프 자구안 등이 통과되면) 이후 조정해 더 나은 방안으로 통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자구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을 낮게 봤다.
구조조정 펀드를 통한 투자 유치 가능성도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익으로 움직이는 사모펀드가 적자투성이인 티메프를 인수할 가능성은 낮게 보인다”며 “아주 적은 금액으로 많은 지분을 받을 수 있으면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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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S 자율 합의가 무산되면 최선의 방법은 기업회생 절차 돌입이다. 기업회생은 개시 결정부터 계획 인가까지 보통 1년 정도가 소요되는데 티메프 사태의 경우 채권자 규모가 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하지만 피해대금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어 채권단 입장에선 ARS 자율 합의 불발 시 기업회생밖에 답이 없는 상황이다.
기업회생 개시 여부는 채권자 3분의 2의 동의를 받고 법원 판단시 기업계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아야 승인된다. 채권단이 전면 반대하면 즉시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판매자들의 피해가 큰 상황에서 파면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티메프 입장에서도 ARS 불발시 유일하게 남은 카드는 회생절차 돌입이다. 최악의 경우 파산으로 이어지면 1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피해금액에 대처할 수 없어서다.
이 변호사는 “ARS가 불발되더라도 회생 절차에 들어갈 경우 채권단과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됐으니 동의를 얻기 좋을 것이고 회생 계획안을 바로 올릴 수 있어 절차가 빨리 진행될 수 있다”며 “티메프와 큐텐이 사태를 미리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 자금은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이를 찾아내야 한다. 큐텐까지 회생 및 파산 신청을 해야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