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202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영예를 안은 미국의 시인 루이스 글릭(78)이 과거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작품과 삶의 경계에 대해 밝힌 말이다.
미국의 대표 시인 중 한명으로 꼽히는 글릭은 어린 시절과 가족 등 자전적 주제를 시로 써왔다. 그동안 총 12편의 시와 에세이 등을 출간했지만 한국에 번역 출간된 작품이 없는 만큼 그가 어떤 작가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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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젊었을 땐 작가라면 으레 살아야한다고 생각하는 방식을 따랐다”며 “현실을 거부하고 예술의 창조에 모든 에너지를 쏟고 그것을 작가의 삶이라 과시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나는 매일 책장에 그냥 앉아 있었다”며 “아무 것도 쓰지않고 앉아 있을수록 세상을 포기하는 것 같아 끔찍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글릭은 2년여 간 책상 앞에서의 삶을 보낸 뒤 작가가 될 수 없다는 결론을 스스로 내리고 교편을 잡았다. 글릭은 “평소 진짜 시인들은 선생 같은 건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왔는데 오히려 세상을 살기 시작하면서 글을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실현되지 않은 예술성을 위해 스스로의 충동을 억압하는 건 치명적인 실수”고 강조했다.
글릭의 작품은 어두웠던 유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한림원은 그의 작품 속 결정적 순간은 유머와 통렬한 풍자로 점철돼 있다고 평했다.
한림원은 글릭의 시 ‘비타 나보’(Vita Nova, 1999)를 언급하며 “이 시는 ‘나는 내 인생이 끝났고 내 마음이 망가졌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서 나는 캠브리지로 이사했다’고 끝 맺는데 시의 제목은 단테의 고전인 라 비타 누오바를 암시하고 그의 뮤즈 베아트리체를 가장해 새로운 삶을 축하한다”며 “절망적인 이별이 글릭의 글에서는 오히려 축하를 받는다”고 했다.
글릭은 미국의 인문상을 비록해 퓰리처상, 전국도서상, 전국도서평론가 서클상 등 주요 문학상을 다수 수상했다. 하지만 평소 주목 받기를 꺼려 작품 활동 외에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2003년 미국 시인상 수상자로 선정됐을 당시 그는 “나는 독자를 늘리는데 전혀 관심이 없다”며 “소소하고 강렬한 열정적인 독자들을 오히려 선호한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