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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가없이 값싼 에너지는 없다[전문기자칼럼]
-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이데일리가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와 함께 진행한 ‘공공기관 종합평가’는 공공기관들의 열악한 재무 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공공기관 총부채는 1년새 38조원 늘어 709조원까지 불어났고, 이자비용은 11조원을 넘겼다. 조사 대상 공공기관 328곳중 58%인 189곳에서 부채가 전년대비 증가했다. 정부가 집중 관리한다던 재무위험기관마저도 14곳 중 7곳의 부채가 1년새 더 늘었다. 한국전력(015760)과 한국가스공사(036460)의 재무상황은 공포스러울 정도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작년말 기준 부채는 각각 202조4500억원, 47조4300억원으로 최다 부채기관 1, 3위에 올랐다. 두 공기업의 부채비율은 무려 543.3%, 482.7%였고, 한 해 동안 이자비용으로 쓴 돈은 6조1300억원(한전 4조4500억원, 가스공사 1조6800억원)에 달했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 때 공공요금에 반영하지 못해 재무 구조가 극도로 악화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판매가가 원가보다 낮은 ‘역마진’ 구조가 고착화하면서 ‘부채 증가 → 이자비용 증가 → 부채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수렁에 깊이 빠져들었다.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던 2021∼2022년 우리나라의 전기요금 인상률은 21.1%에 그쳤다. 같은 기간 이탈리아(702.7%), 영국(173.7%), 독일(46.5%), 일본(44.4%)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물가 상승을 우려한 정부가 과도하게 전기요금 인상을 억누른 결과, 2021∼2023년 누적된 한전의 적자는 43조원에 달했다. 가스공사도 마찬가지다. 2022년 이후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200% 급등했지만, 국내 가스요금은 43% 조정되는데 그쳤다. 2020년 1조2100억원이었던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2023년 15조7600억원으로 13배 늘었다. 미수금은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가스를 공급한 뒤 원가와 공급가의 차액을 향후 받을 ‘외상값’으로 분류한 것으로, 사실상 영업손실이다. 김동철 한전 사장과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이 일주일 간격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어 ‘요금 현실화’를 간곡히 호소한 것도 이같은 전례없는 재무 위기 때문이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두 회사의 위기 극복을 위해선 올 3분기 전기요금 약 10%, 가스요금 약 20%를 올릴 것을 권고했다. 두 회사 CEO도 이를 잘 알지만, 요금을 결정하는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눈치를 보느라 구체적인 인상폭은 입도 벙긋 못한다. 고물가의 장기화 속에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정부의 고민은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한전과 가스공사가 이 지경이 됐는데도, 국제 시세 대비 현저히 낮은 전기·가스요금을 계속 강요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요금 현실화가 지연될수록 커지는 두 공기업의 부실은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만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정부는 3조6000억원대 적자를 낸 한전에 6680억원을 투입한 전력이 있다. 결국 더 큰 국민 부담과 피해로 돌아오는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인 셈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대가없이 값싼 전기·가스도 없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주거비 부담 완화=출산 증가"…신생아 특례 효과는?
-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주거비 부담’이 출산을 기피하는 첫 번째 이유로 꼽히면서 정부가 내놓은 ‘신생아 특례 대출’이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 효과가 있을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최저 1%대 금리로 주택 구입이나 전세 자금을 빌려주는 신생아 특례 대출로 내집 마련 비율이 늘어난 만큼, 출산율 증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고 이 같은 정책은 지속·발전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생아 특례대출을 시작한 올 1월 29일부터 4월 29일까지 석 달 동안 총 2만986건, 약 5조 1843억원의 대출 신청이 들어왔다. 정부가 추산한 올해 신생아 대출 소진 규모는 32조원인데, 석 달 만에 16%가 소진된 것이다. 신생아 특례대출 신청 첫날인 지난 1월29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 대출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이 중 주택구입 자금 용도인 디딤돌 대출 신청이 1만 4648건, 3조 9887억원으로 전체의 77%를 차지했다. 전세 자금 대출인 버팀목 대출은 6338건, 1조 1956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디딤돌, 버팀목 대출 모두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타기 위한 대환대출 신청 비중이 각각 초기 70%, 50%대에서 4월 말 59%, 45%로 낮아져 내집 마련을 위해 대출받는 비중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목돈 대출을 지원해준다는 점에서 ‘헝가리식 저출산 정책’과 비교되기도 하는 신생아 특례 대출은 신청일 기준으로 2년 이내에 출산·입양한 무주택 가구나 1주택 가구(대환대출)에 저리로 주택 구입 자금을 대출해주는 제도다. 부부 합산 연소득 1억 3000만원 이하, 순자산가액 4억 6900만원 이하이면 매매가 9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의 주택에 대해 1%대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기존에는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인 신혼부부나 6000만원 이하인 미혼 가정이어야 대출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맞벌이 부부에 맞춰 기준을 현실화했다. 신생아 특례 대출 효과로 내집 마련 비율은 증가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3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년 7개월 만에 4000건을 웃돌았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신생아 특례대출 같은 저리 대출을 이용해 급매물을 매입하는 수요가 유입됐을 수 있다”면서 “전셋값도 꾸준히 오르는 상황이라 대환대출 보다는 매입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가시적인 출산율 증가 효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현금성 지원도 동반되는 ‘헝가리식 대책’까지는 아니더라도 추가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서울 아파트 매매중위가격이 10억원 대로 뛰는 등 이미 집값이 많이 높아져 있는 상태에서 자금 마련을 지원하는 정책은 어느 정도 목돈이 있는 사람들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대상자가 한정되기 때문이다. 헝가리는 지난 2018년 7월부터 40세 이하 자국민 부부가 출산을 서약하면 최대 4000만원의 대출을 해주고, 5년 이내 자녀 1명을 낳으면 대출 이자를 아예 면제해준다. 2명을 낳으면 대출액의 3분의 1, 3명을 낳으면 전액을 탕감하는 전향적 대책을 펴고 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정부도 현재 신생아 특례 대출을 보완하기 위해 올해 3분기 중 대출의 재원인 주택도시기금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해 부부 합산 소득 기준을 2억원으로 높일 계획이다. 단, 자산 기준 요건은 올해 기준인 4억 6900만원 이하로 유지된다.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신생아 특례대출 이후 30대를 중심으로 주택 구입 증가 추세가 나타나면서 주거 안정 효과, 출산율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면서 “정부가 예산 집행 규모로 정해 놓은 32조 원보다 더 한도를 늘리고 금리도 1% 미만으로 떨어뜨릴 필요가 있고, 취득세 면제 등 다른 추가 대책을 통해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반값 임대…아이 낳을 용기 북돋웠다
-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신혼부부들에게 최장 8년까지 저렴한 임대료를 보장해 주니까 생활에 여유가 생기고 자연스럽게 2세 계획을 세우게 됐습니다. 단지 내에 어린이집이 있기 때문에 보육시설에 대한 걱정도 없습니다.”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소재 ‘용산베르디움프렌즈’ 단지 어린이놀이터에서 만난 주민 A씨는 맞벌이 신혼부부로 2021년 입주한 뒤 1년 만에 자녀 1명을 낳아 양육하고 있는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주한 보람이 충분할 정도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소재 용산베르디움프렌즈 전경. (사진=이윤화 기자)2021년 2월 준공한 용산베르디움프렌즈는 서울시가 민간사업자와 함께 공급한 1호 역세권 청년주택인데 민감임대 가구에 거주하는 가구의 출산율이 급격하게 늘어 ‘초저출산 시대’에 주목받고 있다. 총 1086가구 중 공공임대 323가구는 1인 청년가구가 거주하고, 민간임대 763가구 중 416가구(52.4%)에 신혼부부가 거주 중이다. 이곳의 임대사업자인 용산대한뉴스테이위탁관리 부동산투자회사에 따르면 입주 전에 임산부였거나 유자녀 가구는 60가구였지만, 입주 후 자녀를 출산한 가구가 93가구가 늘어나 총 153가구가 됐다. 입주 3년 만에 유자녀 가구가 155% 증가한 것이다.용산베르디움프렌즈 거주민들이 ‘아이 낳을 결심’을 한 데는 저렴한 주거비의 영향이 컸다. 용산베르디움프렌즈는 지하철 4·6호선 삼각지역과 맞붙어 있고 신용산역까지도 도보로 10분밖에 걸리지 않는 초역세권 입지임에도 전용 49㎡ 기준으로 보증금은 1억 9707만원, 월세는 34만원에 불과하다. 전용면적대비 전세 환산가로 따져보면 인근 아파트 및 오피스텔 평균 시세 대비 49.12% 낮은 수준이다.(그래픽=김정훈 기자)엄두열 용산대한뉴스테이위탁관리리츠 대표는 “서울시 가이드 라인은 민간임대 주택의 임대료를 시세의 80%까지는 받을 수 있지만, 이곳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출자하면서 임대료를 시세의 절반으로 더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엄 대표는 이어 “민간 임대주택을 통해 출산율을 올리려면 공공이 기부채납을 가져가는 대신 그 비용으로 임대료 책정을 더 낮출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용산베르디움프렌즈는 민간이 공급하는 세대의 입주 자격에 소득제한을 두지 않아 많은 신혼부부들이 입주할 수 있었다. 공공이 관리하는 청년주택 세대 입주 요건은 월 소득이 전년 도시 근로자 가구당 월 소득 100% 이하에 해당해야 하지만, 이곳의 민간 임대 가구는 입주 자격에 소득, 재산의 요건이 없다. 다만 소득이나 청약 통장 기간 등의 요건이 없이 선착순으로 공가를 채우기 때문에 입주자 선정 경쟁률은 더 치열한 편이다. 단지 관리를 총괄하는 안은정 팀장은 “빈방이 나서 추가모집 공지를 올리면 2000명 넘게 몰린다”면서 “39㎡ 이상의 넓은 평형은 3000명 이상 몰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용산베르디움프렌즈 39㎡A 평형. 최근 서울시는 역세권에 마련한 청년주택과 장기전세주택에 입주한 신혼부부들의 출산율이 민간 임대주택 출산율보다 2배 이상 높았던 점을 착안해 무주택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파격적인 실험을 시작했다.재건축을 통해 공급되는 임대주택의 절반을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3년간 신혼부부에게 공공주택 4396호(장기전세주택2 2396호, 신혼부부 안심주택 2000호)를 공급하고 2026년부터는 매년 4000호씩 공급할 계획이다. 입주 대상을 다자녀 가정뿐만 아니라 아이가 없는 무자녀 신혼부부는 물론, 예비 신혼부부까지 확대했다.주변 시세의 80% 이하 보증금으로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으로, 아이를 두 명 낳으면 20년후 시세보다 10%, 세 명 낳으면 20% 저렴하게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다. 연말 올림픽파크포레온 300가구를 시작으로 매년 상·하반기 입주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특히 공공 임대주택 만으로 한계가 있는 공급을 늘리기 위해 민간 기업에 인센티브를 확대했다. 결혼 7년 이내인 신혼부부와 결혼 예정인 예비 신혼부부에게 공급하는 신혼부부 안심주택은 70%는 임대(민간·공공), 30%는 분양주택으로 공급해 사업자의 사업성 확보를 보장한다. 유혜정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연구센터장은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거안정성이 중요하다. 정부의 임대주택이나 금융지원 등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자녀를 출산하고 적정규모의 주택을 마련하는데 있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경제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세제나 대출지원 등 관련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尹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는 빼놓을 수 없는 협력 대상”
- [아스타나=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하는 우리에게도 카자흐스탄을 포함한 중앙아시아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협력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의 한 호텔에서 열린 고려인 동포·재외국민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고려인 동포 청소년 무용단의 문화 공연을 관람하며 박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 한 호텔에서 열린 고려인 동포·재외국민 초청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K-실크로드와 관련해 “중앙아시아를 대상으로 하는 우리 정부의 최초 외교 전략으로 중앙아시아와 함께 자유, 평화, 번영의 새로운 협력 시대를 열어간다는 비전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윤 대통령은 “저는 내일 토카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카자흐스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업그레이드 하기 위한 구체적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한국과 카자흐스탄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업그레이드 하기 위한 구체적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또 동포들에 대해서는 “문자 그대로 개척자였다”며 “맨손으로 판 토굴에 몸을 의지하면서 영하 40도의 추위를 견뎠고 낯선 곳에서 척박한 땅을 일궈 농사를 지으면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었다”고 추켜세웠다. 윤 대통령은 “카자흐스탄에 뿌리를 내린 고려인 동포들은 이제 정계, 재계는 물론 문화계, 학계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며 “모범적인 소수 민족으로 존중받으면서 한국과 카자흐스탄 양국을 튼튼하게 이어주고 있다. 앞으로도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힘을 더욱 보태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또한 작년 6월 재외동포청을 신설한 점을 언급하며 “앞으로 우리 정부는 중앙아시아를 포함한 각지의 동포 사회와 본국과의 유대를 더욱 강화하고 동포사회의 발전을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라며 “중앙아시아 고려인 단체와 또 한국 내 고려인 단체 간에 소통을 더욱 증진하고 카자흐스탄 동포 기업과 국내 기업 간에 네트워크 형성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동포 기업과 국내 기업 간에 네트워크 형성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아울러 차세대 고려인 동포들을 모국에 초청하는 연수 프로그램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강병구 카자흐스탄 한인회장은 “윤석열 대통령님과 김건희 여사님의 카자흐스탄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이번 순방이 카자흐스탄과 대한민국이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더욱 발전해 가는 좋은 기회가 되길 기원한다”고 했다.참석자 발언 이후 1994년 창단해 현지에서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계승하면서 활발히 활동해 오고 있는 고려인 동포 청소년 무용단 ‘미성’의 부채춤, 태평무, 뱃노래 공연이 이어졌고, 대통령 부부는 공연 직후 이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사진 촬영을 함께하며 격려했다.윤 대통령은 간담회를 마치며 “한국이 최근 인도·태평양,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외교의 지평을 넓히며 글로벌 중추 국가의 비전을 추구해 나가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앙아시아의 지정학적, 지경학적 의미가 커지고 있다면서 한국과 중앙아시아가 에너지, 광물, 인프라, 디지털 문화협력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 동포들도 힘을 보태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