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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유통공룡 '쑤닝' 창업자 장진둥, 회장직 내려놓는다
- 사진=AFP[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중국 유통 공룡 쑤닝그룹의 창업자인 장진둥(張近東) 회장이 쑤닝닷컴(쑤닝이거우·蘇寧易購) 회장직에서 내려온다. 13일 중국증권보에 따르면 쑤닝닷컴은 이사회를 열고 장진둥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선임하기로 했다고 전날 밤 공시를 통해 밝혔다. 장 회장은 회장직을 내려놓고 새로운 회장을 선임하기 전까지 쑤닝홀딩스 런쥔(任峻) 총재가 회장 대행을 맡기로 했다. 쑤닝은 중국에서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모두 구비하고 있는 손꼽히는 유통업체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를 만나면서 오프라인 사업이 큰 충격을 받고, 자금난을 겪게 됐다. 쑤닝닷컴은 지난 6일 장쑤신유통혁신기금에 지분 16.96%를 14억달러(약 1조6000억원)에 매각하면서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장 회장의 단독 지배권은 상실했다. 이 기금은 장쑤성과 난징시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설립했으며 알리바바와 샤오미, 메이디, TCL 등이 파트너로 참가하고 있다. 장 회장 측 지분은 24.94%에서 20.35%로 낮아졌고, 특정 지배주주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됐다. 회사 2대 주주는 19.9%를 보유한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계열사 타오바오(淘寶)다.지분 조정에 따라 이사회에서 3명의 독립 이사를 제외한 6명의 일반 이사 구성에도 변화가 생겼다. 경영권 가진 쑤닝 측 이사가 4명에서 2명으로 줄어들고 민관펀드 측이 임명하는 이사 2명이 빈자리를 채운다. 알리바바 측의 이사 자리 2석은 그대로 유지된다.쑤닝닷컴은 오는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황밍단, 시한디, 차오췬, 장캉양 등을 비록립 이사로 선출한다. 장캉양은 장 회장의 아들로 쑤닝인터네셔널 총재를 맡고 있다. 중국기금보는 장진둥의 사퇴 소식을 전하면서 “한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제목을 뽑았다. 쑤닝이 ‘주인 없는 회사’가 되면서 향후 이 회사의 운영에 정부 영향력이 매우 커질 전망이다.쑤닝그룹은 장진둥 회장이 27세였던 1990년 200㎡ 남짓의 에어컨 매장을 열면서 시작됐다. 당시 매장 위치가 장쑤루(江蘇路)와 닝하이루(寧海路) 사이에 위치했다고 해서 길이름을 따 ‘쑤닝(蘇寧)’으로 지었다고 회사 관계자는 소개했다. 당시 중국에서 에어컨은 고가의 가전제품이었고, 장 회장은 에어컨 판매뿐 아니라 애프터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해 차별화했다. 쑤닝은 1999년 종합형 전자제품 판매상으로 전환했다. 이후 매장 수를 확대했으며 백화점·편의점·온라인 쇼핑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며 ‘유통 공룡’으로 성장했다.몸집을 키운 쑤닝은 2009년엔 일본의 면세점 운영 업체이자 소매가전 판매회사인 라옥스(Laox)를 인수했고, 2019년엔 프랑스 수퍼마켓 체인 까르푸의 중국 법인을 매입하기도 했다. 프로축구 구단도 사들였다. 2015년 중국 장쑤성 프로축구 구단인 장쑤풋볼클럽을 인수했으며 2016년 6월 이탈리아 프로축구 구단 인터밀란 지분을 매입하며 화제를 모았다. 쑤닝그룹 본사 전경. 사진=신정은 기자
- [생생확대경]너도나도 ESG…`쇼잉`도 춤춘다
-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너도나도 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ESG) 투자를 말하지만, 사실 바나나가 들어 있지 않은 바나나맛 우유를 걸러낼 필요가 있습니다.”지난달 18일 민간 석탄발전사업자인 삼척블루파워는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매각 사태를 겪었다. ‘AA-’ 등급의 우량 공기업인 삼척블루파워에게는 말 그대로 굴욕이었다. 등급전망이 비록 ‘부정적’이긴 했지만, 대다수 운용사들이 석탄발전을 확대하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힌 영향이 컸다. 이 때문에 주관사인 NH투자증권(005940) 등이 1000억원의 미매각 물량을 그대로 떠안았다. 삼척블루파워의 100% 미매각의 이면에는 ESG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투자자 수요와 기업들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지속가능 발전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ESG채권은 지난 6월에만 9조3100억원이 발행되며, 잔액기준 12조5100억원에 달했다. 기존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저당증권(MBS) 등이 대다수를 차지한 데 비해 실제 기업들의 그린본드, 지속가능채권 등 실제 ESG 채권 발행이 늘어나는 추세다. 내로라하는 기업들 뿐 아니라 투자유치를 담당하는 운용사들도 ESG 전담위원회를 설치하고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말 지속발전가능성을 투자원칙에 추가했고, 환경부가 ESG 투자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도 한 몫했다. 문제는 너도나도 나서는 ESG 투자에 있어 보여주기식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ESG’로 포장하는 순간 조달금리도 낮아지고 기업 이미지도 쇄신된다. SK(034730)그룹을 비롯해 한화(000880)그룹 등이 ESG 경영을 필두에 내건 이유다. 하지만 운용사 입장에서는 전담인력도 마땅치 않은데, 금융당국에서는 신평사 등 외부에서 받는 ESG 등급외에 자체등급을 평가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추라고 요구하며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다.일부 대기업 계열 H운용사는 지난해 말 ESG 전담부서를 설치했지만,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전문인력 영입 대신 관련 경험이 없는 내부 직원을 실장급에 앉혔다. 이 ESG 전담부서에서 낸 내부 보고서가 업계에서 회자됐는데, 이유는 단 하나. 투자의사결정에 영향을 줄만한 인사이트는 없고 언론 보도를 짜깁기한 수준의 보고서라는 평가였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너도나도 ESG 투자에 나선다고 하지만 무늬만 ESG인 공모펀드 등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ESG 펀드 중 이름만 바꾼 펀드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금투업계 관계자는 “ESG 투자가 본격화하는 마당에 방법론도 명쾌하지 않다”며 “회사마다 바라보는 시각이나 기준도 다른 만큼 금융당국이나 정부에서 일단 점검하고 가이드라인 역할을 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요 기업들이, 운용사들이 `쇼잉`에 급급하지만, 그린워싱 문제를 비롯해 결국 알맹이가 없다면 `보여주기`로 끝날 수밖에 없다. 실제 지속가능한 ESG를 위해선 금융당국도, 기업도, 운용사들도 보다 정치한 디테일을 고민할 때다.